CJ 이재현 회장 미행사건 현장 가보니.."첩보영화 뺨치네"
팽팽한 긴장감 속 골목길 경계 삼엄, 사건일지 재구성 해보니..
23일 오후 12시 30분경, 쌍림동 CJ제일제당 건물 앞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장충동 동호로 골목으로 진입했다. 주변의 높은 벽들로 둘러싸인 저택마다 달린 CCTV가 이방인을 똑바로 주시하고 있다. 검은 패딩 점퍼를 두른 경호원들은 정체모를 택시의 출현에 경계의 눈빛을 풀지 않았다.
폭 5~6m 남짓 구비구비 늘어선 골목마다 외제차들이 즐비했다. 높다란 붉은색, 노란색 벽돌의 저택들은 줄지어 있지만 높은 벽에 가려져 집안 내부는 보이지 않았다.
미행사건이 발생해 세간을 술렁이게 했던 CJ그룹 이 회장의 자택은 CJ제일제당 건물에서 차량으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삼성물산 직원이 CJ 이재현 회장을 미행했다는 내용이 대대적인 언론보도를 탄 이후여서인지 골목안은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장충동 동호로 이재현 회장 자택 앞에서 삼성물산 직원의 미행 사건을 재구성해봤다.
사건은 지난 16일 이 회장의 운전기사가 이 회장 출퇴근길에 검은색 오피러스 차량이 계속 따라붙는 것에 의심을 품은 것이 발단이 됐다. 운전기사는 다음날인 17일 비서실에 이 같은 상황을 보고했다.
CJ그룹은 긴장하며 우선 이 회장 자택 인근 CCTV 를 확인한 결과 이미 15일부터 수상한 차량들이 대기 및 배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15일 오전 8시경 41허7662 번호판의 검은색 오피러스 한 대가 들어섰으며 차량 운전자는 주변을 지나는 척 무언가 유심히 살피는 듯 보였다.
렌터카인 ‘허’ 번호판의 이 오피러스 차량은 20일 바뀐 번호판으로 다시 이 회장 집 근처 골목길에 들어섰다. 오전 8시 1분경 41허7529차량이, 8시 20분경 41허8478차량이 번갈아 이 회장 자택 근처를 배회했다. CCTV 속 차량 운전자는 전화통화를 하며 이 회장 자택 근처를 유심히 살피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오후 12시 2분경 41허7529차량이 이 회장 자택을 지나는 모습이 또 한 번 CCTV에 포착됐다.
이 날 오후 1시경 미행 정황은 더욱 확실해졌다. 이 회장 차량이 장충동 자택을 출발해 서울 중구 남대문로 CJ빌딩으로 이동하자 미행 차량 2대가 따라붙었다. 이 회장의 운전기사는 인근 STX 건물 뒤편 노상에 차를 세우고 대기했다.
오후 5시 40분경 이 회장 차량이 소공동 롯데호텔로 이동하자 '허' 자 번호판의 두 차량이 곧바로 다시 따라붙기 시작했다. 미행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이 회장의 운전기사가 같은 자리를 맴돌기 시작하자 미행차량은 각각 CJ인재원 건너편 노상과 이 회장 자택 주변으로 이동해 잠복했다.
미행을 당하고 있음을 확신한 CJ측은 유력 용의차량인 ‘41허xxxx’ 번호판의 차량 및 주위 미행 의심 차량들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다음날인 21일 CJ그룹은 확실한 증거를 잡기 위해 해당 차량의 역추적을 시작했다. 오후 4시경 미행자가 렌터카 업체에서 오피러스 차량을 그랜져 차량으로 교체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후 문제의 그랜저 차량은 이 회장 자택 인근을 다시 맴돌다 대기했다.
CJ그룹은 미행 차량을 덮치기로 계획했다. 오후 7시 30분경 이 회장의 차량은 미행 유도를 위해 장충동 자택을 나섰다. 미행차량도 함께 움직였다. 인근 골목에 숨어 있던 CJ그룹 직원들은 미행 차량을 가로막았다. 이 과정에서 CJ 직원의 무릎이 차량에 치이는 접촉 사고가 발생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차량을 검거하자 미행자가 도주를 시도했다”고 전했다.
CJ그룹 측의 신고로 서울 장충파출소 경찰이 출동했고, 조사 과정에서 미행자의 신원이 삼성물산 직원 김 모 씨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CJ그룹 관계자는 “이번 미행 사건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삼성은 왜 이런 일이, 누구의 지시에 의해 이루어진 것인지에 대해 책임 있고 성의 있는 해명과 사과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CJ는 삼성물산 김 모 씨에 대해 중부경찰서를 통해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CJ측이 고소했으니 경찰조사 후 사실여부가 밝혀질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관계자는 이어 “해당 직원은 삼성물산 감사팀 경영진단업무 직원으로 사업 관련차 부지를 보러 방문했던 것일 뿐”이라며 미행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관계자는 “당시 가벼운 접촉사고로 보험처리하고 경찰조사 받았던 것인데 이제와 미행이라고 보도돼 매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