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김정태, '김승유 장벽' 넘어설까
2012-02-28 임민희 기자
김 행장이 회장직에 오르더라도 당분간 과도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여론에서 김승유 회장의 '완전한 퇴진'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는 만큼 김 행장이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처럼 조기에 친정체제를 구축해 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나금융 수장 오른 김정태, 김승유 아성 넘어설까?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정태 행장이 하나금융지주 새 회장으로 내정됨에 따라 향후 조직개편 방향과 김승유 회장의 거취 여부에 금융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계는 일단 김 행장이 '포스트 김승유' 시대를 열었지만 김 회장이 '완전한 퇴진'을 할지, 이사회 등에 남을지 여부가 향후 경영구도 새판짜기의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이 하나금융 조직 내에 건재하는 한 김 행장의 친정체제 구축은 더욱 요원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김 행장이 차기 회장직에 오르더라도 김 회장의 그룹내 영향력이 워낙 막강한 탓에 한동안 과도체제가 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김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등기이사직 유지나 고문 등을 맡을 경우 그 기간은 더욱 길어질 수 있다.
따라서 과도체제가 출범하면 김정태 차기 회장과 김승유 회장의 의중을 잘 읽는 핵심 부행장급 참모진들이 전진 배치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차기 하나은행장 유력 후보로 김 회장의 측근 인사인 이현주 영업추진그룹 부행장과 김병호 경영관리그룹총괄 부행장 등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 업계의 관심이 고조되는 것도 이때문이다.
최근 김 회장은 여론을 의식해 "대표직에서 물러난다는 뜻은 이사회 멤버도 아니라는 뜻"이라며 퇴진 의사를 피력했지만 이사직을 갖는 상임고문직 제안에 대해 "언제든지 와서 자문을 요청하면 할 수 있다"고 우회적으로 수락 의사를 밝혔다.
김 회장이 앞서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3년)과 하나고등학교 이사장직을 연임키로 한 것 역시 어떤 방식으로든 그룹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김 회장이 권력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않을 경우 차기 경영진에 대한 내정간섭이란 비난과 하나금융의 조직 발전에 오히려 역행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현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야권을 중심으로 김 회장의 외환은행 인수 의혹과 론스타 펀드 '먹튀'를 도운 데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어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승유 완전 퇴진시 조기 친정체제 구축될 듯
김 행장은 이제껏 김 회장의 그늘에 가려있었지만 경영능력과 조직장악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김 회장의 방해만 없다면 조기에 친정체제를 구축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김 행장은 '행정의 달인'이란 별명답게 무난한 리더십과 조직 내 신망이 두터워 일치감치 김승유 현 회장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자로 손꼽혔다.
그는 서울은행과 신한은행을 거쳐 1992년 하나은행 창립멤버로 합류, 하나금융지주 부사장과 하나대투증권 사장 등을 역임하며 20여년을 '하나맨'으로 지냈다.
물론 김 행장이 회장으로 그룹 내 입지를 확고히 다지려면 외환은행 통합작업, 글로벌 뱅크 50위 도약, 국내 빅4 금융지주사간 실적경쟁 등에서 확실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 국내 은행 중 외화부문 선두그룹인 외환은행을 인수한 만큼 글로벌 시장 공략에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김 행장의 우여곡절 회장 입성기는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다.
김 행장이 현 은행권 최장수 CEO(15년)인 김승유 회장을 딛고 차기 회장에 발탁된 것이나 한 회장이 당시 은행권 최장수 CEO였던 라응찬 회장(20년)의 뒤를 이어 국내 최대의 금융지주사 회장자리에 오르기까지 상황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한 회장은 지난해 신한금융 경영진 내분사태를 계기로 신한금융 수장으로 전격 발탁된 후 불과 1년여 만에 전 경영진에 의해 야기된 내부갈등을 봉합하고 안정된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특히 한 회장은 취임 초기 라 전 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이 커 '라응찬 들러리' '얼굴마담' 등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으나 신한생명 사장과 부회장 재직 당시 보여준 뛰어난 리더십과 경영능력을 발판으로 신한금융그룹의 조직화합과 조기 경영정상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한 회장은 신한금융그룹의 2011회계년도 순이익으로 2010년 대비 15.5% 증가한 3조1000억원을 기록, 4년 연속 업계 최고 성적을 내 경영능력을 입증했다.
김정태 행장이 한동우 회장처럼 전직 경영진의 입김에서 벗어나 성공적인 친정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지, 아니면 과도체제 내에서 '김승유 들러리' 역할에 그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금융계 내에서도 하나금융의 세대교체를 위해 김 회장의 '완전한 퇴진'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 김 행장이 언제쯤 독자적인 친청체제를 마련하게 될 지 주목하고 있다.
한편, 하나금융은 지난 27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김정태 행장을 새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김 행장은 내달 7일 하나금융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후 23일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아울러 하나금융은 차기 하나은행장과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 후임 인선 절차도 조속히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