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의 종결판? 서울경찰청 번호 버젓이 내걸고...
경찰을 사칭한 보이스 피싱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조금만 방심했다가는 발신번호가 명확한 상태로 자신의 소속까지 구체적으로 밝히는 대범한 사기 행각의 덫에 걸리기 십상이다.
29일 진주시 이현동 김 모(여.34)씨는 지난 23일 황당한 전화 한통을 받았다. 자신이 '전라도 경찰청' 소속임을 밝힌 상대 남성은 김 씨에게 보이스 피싱 사기 사건의 피해를 본 것 같다고 협조를 요청했다.
버젓이 '02-700-3609' 라는 발신자 번호로 걸려온 데다 '보이스 피싱 사기 사건의 피해자'라는 말에 놀라 주의 깊게 상대방의 내용을 듣게 됐다.
김 씨에 따르면 이 남성은 박현준이라는 이름의 범인을 혹시 알고 있냐고 묻고는 어리둥절해하는 자신에게 "대포 통장으로 해외 송금된 7천만원의 경로를 조사하던 중 범인이 김 씨에게 돈을 주고 계좌를 샀다고 진술했다"며 경찰 출두를 안내했다.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했지만 순간, 경남에 거주하는 자신에게 전라도 경찰서까지 출두하라는 말에 수상함을 느낀 김 씨는 잠시 후에 다시 전화를 하겠다며 시간을 벌었다고.
김 씨는 "다시 걸겠다는 말에 '내가 자리에 없을 수도 있고 전화를 못 받을 수도 있다'고 둘러대는 것을 보고 보이스 피싱이라고 확신했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고 인터넷에 발신번호를 검색해 보니 나와 같은 전화를 받은 사례들이 검색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말투가 어눌하고 앞뒤가 맞지 같아 의심스러웠지만 내 계좌가 도용됐다는 말에 하마터면 걸려들 뻔 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보이스 피싱에 사용된 번호인 '02-700-3609'은 실제로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연결된다. 김 씨와 같은 보이스 피싱 전화를 받은 피해자들이 신고접수할 수 있는 연락처를 대범하게 범죄에 이용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 번호는 보이스 피싱 범인들이 해외에서 조작한 번호일 뿐 국내에서 발신용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며 "의심스러운 전화를 받았을 때는 신속하게 신고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