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약가 인하하면 줄소송 큰소리 어디가고, 눈치보기 급급
보건복지부와 약가인하를 둘러싼 일전을 예고했던 제약업계가 돌연 저자세로 돌변해 싱거운 승부가 예고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9일 약가 재평가 내용을 포함한 ‘약제급여목록 및 급여상한 금액표’를 고시하고 1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4월부터 인하 가격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상위제약사를 포함한 약 150개 제약사가 소송을 불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 대한 부담감과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비관론이 대두되면서 미온적인 태도로 돌아서는 제약사가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상위 10대 제약사 가운데 약가인하 타격이 적은 녹십자를 제외한 9개사의 소송 참여 의사를 확인한 결과, 2개 업체만이 소송 참여를 답변했다. 나머지 7개 제약사는 검토중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상위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3월초에 효력가처분정지 신청 등 본격적인 소송에 나설 계획”이라며 “승소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손해가 막심한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나서게 됐다”고 토로했다.
제약협회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이라도 하듯 내부 입단속에 나서는 등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협회 관계자는 “절대 강자인 정부를 상대로 절대 약자인 제약사가 제기한 소송 진행상황을 일일이 생중계하는 것은 앞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보건복지부의 보이지 않는 압력 등 제약사가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소송과 관련해서는 섣부른 얘기를 할 수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6천506개 품목 약가인하…1조7천억 절감 효과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르면 약가 재평가를 통해 총 1만3천814개 품목 가운데 47.1%에 해당하는 6천506개 품목의 가격을 인하했다.
40%이상 깎이는 품목은 80개, 30%이상 1천597개, 20%이상은 3천955개다. 전체 품목 평균 인하(건강보험 적용기준)율은 14%다.
복지부는 약가인하를 통해 전체 약품비 절감액은 약 1조7천억원(건보재정 1조2천억원, 본인부담 5천억원)이라고 추산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보건약제과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약 7천억원의 보험재정 절감을 예상한다”며 “약가인하를 반영해 건강보험료 인상률을 줄일 수 있었다. 작년 5.9%에서 올해는 2.8%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제약사 개별 소송에 대해서는 “4월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제약사의 약가인하 소송과 관련해서도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사진=연합뉴스)
[마이경제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영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