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CJ가 이지경까지 오는데 1987년이 도화선?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 한 CJ의 상대적 박탈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J가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한 후 삼성은 국내 최대 기업으로 승승장구했지만 장자와 장손이 경영하는 CJ그룹은 재계 순위 23~25위로 머물러 삼성과 비교가 안된다는 점에서 박탈감이 컸을 것이란 분석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이 재계서열 1위에 오르는 데는 1987년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고 이병철 회장은 매년 누적적자를 내던 상황에서 반도체 부문의 공격적인 투자를 결정했다. 이듬해인 1988년 삼성전자는 64Mb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D램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글로벌 리더가 됐다.
삼성의 터닝 포인트가 된 87년에는 창업주의 삼남인 이건희 회장이 형인 이맹희 씨를 제치고 회장으로 선임됐던 해이기도 하다. 삼성그룹의 모태며 장자기업인 CJ가 지닌 박탈감의 시작점이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후 4년 뒤 CJ는 그룹에서 계열분리 했다.
문제는 계열분리 뒤 재계에서 두 그룹의 순위가 희비쌍곡선을 그린 것. 삼성그룹은 얼마지나지 않아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와 현대그룹을 제치고 재계 1위로 급부상했다.
반면 CJ는 30위권에서 2001년 19위로 급성장하는가 싶더니 이듬해인 2002년 25위로 순위가 곤두박질 쳤다. 이후 줄곧 23~26위를 오가며 작년 4월 기준 2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상태다. 10년 새 순위가 4계단 밀려난 셈이다.
이에 대해 CJ 관계자는 "CJ는 제일제당 하나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해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하고 있는 젊고 역동적인 회사"라며 "삼성만이 새로운 사업과 성장 동력으로 무장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CJ는 자산총계가 2000년 3조5천380억원에서 작년 16조3천230억원으로 5배 가량 늘어났다. 같은 기간 삼성은 3.5배 가량 늘었다.
그러나 돌멩이가 구르는 것과 바위가 구르는 것의 차이로 CJ의 자산증식 속도가 빨랐지만 삼성과의 절대적인 자산 규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CJ가 장자이면서 장손의 회사인데 삼성에 견주면 규모면에서 상대가 안되는데다 삼성으로부터 직간접인 간섭과 서러움을 많이 당하면서 결국 소송이라는 좁은문으로 몰렸을 것"이라고 분석하며 "이맹희 씨 소송 이후 CJ의 간여 정황과 삼성의 미행 사실 등이 드러나면서 설사 소송이 취하된다 해도 양측에 쌓인 감정의 골이 워낙 깊어 봉합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