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나-NH은행, 누가 빅4자리 등극할까
IBK기업은행(은행장 조준희)의 독주일까 아니면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승유)와 NH농협금융지주(회장 겸 농협은행장 신충식)의 4위 탈환일까?
최근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로 300조원대의 금융지주사 빅4 대열(자산기준)에 합류하고 여기에 자산 240조원 규모의 NH농협금융지주가 출범하면서 기업은행․하나금융․NH금융이 은행권 4위 자리를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와관련, 차별화된 신상품 개발로 2년째 1조원 이상의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는 기업은행과 국내 외환부문 선두그룹인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 그리고 막강한 영업네트워크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NH금융 중 누가 3파전에서 최후의 승자가 될지에 금융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4위인 기업은행에 맞서 하나금융과 NH금융이 각각 최고의 탄약을 장착하면서 이들 3개 은행간 영업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단 외환은행 인수로 금융지주사 300조 클럽에 가입한 하나금융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간 시너지 극대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김승유 현 회장이 물러나고 김정태(현 하나은행장) 새회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하나금융은 은행권 4강 경쟁과 외환․하나은행 조직통합을 함께 이뤄야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김정태 차기 회장은 또 전직 경영진의 입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친정체제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정태 행장이 하나금융 회장직에 오르면 하나금융의 장점인 가계금융과 프라이빗뱅킹(PB)에 역점을 두는 동시에 외환은행의 강점인 외국환과 수출입금융 분야의 업무 시너지는 물론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사실 하나은행은 과거 충청․보람․서울은행을 인수․합병(M&A)해 지금에 이르렀지만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 밀려 2006년부터 6년째 은행권 5위에 머무르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하나금융이 인수한 외환은행 역시 이미 론스타펀드가 현대건설과 하이닉스 등 우량회사의 특별매각이익을 상당수 빼간 상황이어서 실적을 얼마만큼 끌어올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실제로 외환은행은 올해 마지막으로 하이닉스 특별이익으로 2천300억원 가량을 챙기고 나면 획기적으로 실적을 올릴만한 요인은 더이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외환은행 노조 측과 맺은 협상안(5년간 외환은행 명칭 유지 및 독립경영 보장, 현임금체계 유지 등)과 관련, 하나은행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조직 갈등이 표면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정태 차기회장은 올해 새회장으로서의 입지 구축과 함께 금융지주사간 실적경쟁, 외환은행 통합추진, 조직내 갈등해소 등 쉽지 않은 현안을 오로지 자신의 리더십과 경영능력으로 풀어가야 하는 입장에 처해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NH금융지주가 출범하면서 명실공히 5대 금융지주사로 등극했다.
모피아(옛 재무관료 출신) 출신 경쟁자를 제치고 농협금융지주 수장에 오른 신충식 회장은 내부승진이라는 점에서 직원들의 신망을 높이 사고 있다.
신 회장은 국내 최대인 1천171개의 영업점 보유 등 막강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타금융지주사와 경쟁해 2020년까지 자산규모 420조원, 연간 순이익 3조7천억원의 거대 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주력계열사인 농협은행과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 증권과 선물, 자산운용, 캐피털사 등 7개 자회사간 시너지를 강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사업구조개편에 필요한 자본금 마련과 지주사체제 전환이 실제로 실적향상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신용부문에 대한 자산건전성 문제 등이 과제로 남아 있다.
실제로 농협 사업구조개편 비용은 총 27조2천억원으로 현재 농협이 보유한 자본금 15조원에 정부가 5조원을 지원(정부 현물출자금 1조원, 연기금이 농혐금융채권 4조원 인수)키로 하면서 나머지 7조2천200억원은 자체 조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잦은 전산장애 발생에 따른 고객신뢰 회복과 철저한 보안시스템 구축도 시급히 처리해야할 사안이다.
하나금융과 NH금융지주의 반격에 기업은행도 본격적인 4위 수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010년 대비 5.7% 증가한 1조4천401억원을 기록하며 2년연속 1조원대 실적을 유지했다. 이는 하나금융의 지난해 순이익(1조2천280억원)보다 2천억원 가량 많은 금액이다.
조준희 행장은 차별화된 상품개발과 중소기업은행이란 특성을 살려 2015년까지 총자산 300조원, 개인고객 1천500만명 달성, 기업고객 100만명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장 중심의 영업마케팅에 주력하는 한편, 중소기업 연관 신시장 창출과 동아시아 IBK금융벨트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은행권 4위 최강자 자리를 놓고 이들 3개 은행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어떤 은행이 차별화된 영업전략으로 주도권을 차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