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협회, 금감원 낙하산 압박에 전전긍긍
금투협 임원 이어 은행연합회 손보협 등 민간 협회에 고액 연봉 자리 압박
은행연합회(회장 박병원)와 손해보험협회(회장 문재우) 등 민간 금융협회가 금융감독원(원장 권혁세)의 낙하산 등살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민간 금융협회에 고액연봉이 보장되는 부회장급 핵심 임원 자리를 내놓으라며 노골적으로 압박을 가한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렇듯 금감원의 낙하산 관행이 계속되면서 '관치금융'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금융협회 측은 금감원의 낙하산 요구를 거부할 경우 '보복' 등의 불이익을 당할까봐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투자협회(회장 박종수)와 손해보험협회 임원으로 금감원 출신 인사가 선임된데 이어 은행연합회와 생명보험협회(회장 김규복) 등 민간 금융협회 부회장 자리가 상당수 금감원 출신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오는 15일 임기만료되는 노태식 은행연합회 상근부회장 후임으로 김영대 금감원 부원장보급가 선임됐다.
지난달 초에는 금투협 상근부회장에 남진웅 기획재정부 수석전문위원, 자율규제위원장에 박원호 전 금감원 시장담당 부원장이 각각 선임됐다.
올해 1월에도 손해보험협회 상근부회장에 장상용 전 금감원 감사실 국장이 선임돼 낙하산 비난을 샀다. 특히 손보협회 부회장자리는 전임자의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교체된 것으로 알려져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일부 모 협회의 경우 상근부회장 임기가 아직 남아있지만 금감원의 요구가 강해 결국 올해말에 물러나기로 내부조율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낙하산 움직임에 대해 각각의 금융협회 노조에서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용실 은행연합회 노조 위원장은 "금감원의 낙하산 인사를 저지하기 위해 위원장 삭발식과 천막농성을 벌였지만 향후 정부와의 업무 관계 등을 고려해 박병원 회장에게 모두 일임한 상태"라며 "노조가 우려했던 방향대로 낙하산 인사가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연합회는 회원은행을 대변하고 여러 측면에서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정부나 기재부 등의 압박을 이길 수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박남준 손해보험협회 노조 위원장은 "지난 1월 상근부회장에 금감원 출신 인사가 내정돼 노조에서 반대 투쟁을 전개했지만 결국 선임됐다"며 "금감원 출신이 손보협회 부회장에 임명된 것은 이번까지 벌써 3번째"라고 개탄했다.
사실 저축은행 부실․비리 사태를 계기로 금감원의 금융권 낙하산 인사 철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금감원 측은 귀를 닫은 채 '밥그릇 챙기기'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저축은행 사태가 잦아들자 민간 금융협회는 물론 지난 2일 새롭게 출범한 NH농협금융지주의 각 계열사 감사나 사외이사 자리를 줄줄이 꿰차 눈총을 사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NH금융지주 사외이사에 이장영 전 금감원 부원장, 농협은행 상근감사에 이용찬 전 금감원 국장, 농협생명보험 상근감사에 이상덕 전 금감원 보험조사실장이 각각 선임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금감원은 신한은행 감사 선임 문제와 관련, "퇴직 후 2년이 지난 금감원출신 인사에 대해서도 선임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여론의 시선이 집중돼 있는 큰 만큼 금감원 출신은 가급적 선임하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현재 공직자윤리법상 금감원 출신도 퇴직 후 2년이 지나면 민간회사에 취직할 수 있다.
그간 금감원은 '퇴직 후 2년 이내'만 아니면 된다는 법적 논리를 앞세워 민간협회 등에 낙하산 인사를 대거 보내왔음에도 유독 신한은행에 만큼은 '모든 금감원 출신 감사 선임 불가'라는 이중적 잣대를 적용해 오히려 혼선만 부추겼다는 비난을 샀다.
결국 금감원 스스로가 일관성 없는 '낙하산 원칙'으로 말미암아 자기가 낸 꾀에 자기가 빠지는 자가당착(自家撞着)의 우를 범한 셈이 됐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