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먹거리 전기차 배터리 시장서 삼성-LG 오너 자존심 대결

2012-03-08     유성용 기자

삼성과 LG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놓고 불꽃 튀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두 기업 오너가 향후 수십조원 규모가 예상되는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해 직접 나서면서 오너 간 자존심 걸린 한판승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는 구본무 회장 지시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최강 자리를 굳히기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구 회장의 물밑 지원에 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총력체제로 나서는 모습이다.

선봉장은 LG디스플레이를 세계적 기업 반열에 올려놓은 권영수 사장을 전지사업 본부장으로 영입한 LG화학이 맡는다.


LG화학은 오는 4월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 가동에 본격 나서 올해 글로벌 시장점유율 25%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작년 4월에는 충북 청원에 배터리 공장을 준공했다.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방문한 구본무 회장(오른쪽)


지난 2월엔 구 회장이 직접 충북 공장을 찾아 R&D부문의 투자 및 인력 확보를 당부했다. 이후 투자규모가 당초 알려진 1조원에서 2조원(2013년까지)으로 배이상 늘어났다.

이와 함께 LG CNS의 자회사인 자동차 엔지니어링 서비스 회사 브이이엔에스는 연내 전기차 부품 연구시설 공장을 완공해 핵심부품 연구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사업의 컨트롤타워는 LG그룹이 맡는다.

LG화학 관계자는 "작년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만 3천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3배 정도 늘어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그간 회장님이 남다른 관심과 열정을 가져왔던 부분이고 대형 신사업인만큼 향후 원가 경쟁력 강화와 제품차별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 입지를 굳히는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구 회장은 지난 2001년 11월 여의도 LG트윈타워 회의실에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들이 적자를 감수하며 2차전지 사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푸념하자 "포기하지 말고 길게 보라. 나는 LG화학이 계속 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상황을 정리했을 정도로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은 이재용 사장이 전기차 관련 고객사와의 미팅을 위해 기존 일정을 바꿀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사장은 전기차용 배터리 분야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말 독일 뮌헨 BMW 본사를 직접 찾았다. 삼성SDI 박상진 사장과 SB리모티브 이진건 부사장이 동행했다.

이번 방문은 당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참석하려던 일정을 취소하고 이뤄졌다.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사장은 이 자리에서 노버트 라이트호퍼 회장(CEO) 등 BMW 최고경영진과 전기차용 배터리 및 전장부품 비즈니스협력을 확대키로 의견을 모았다.

앞서 삼성SDI와 독일 보쉬가 합작한 2차전지 업체인 SB리모티브는 작년 말 인도 최대 자동차 업체인 마힌드라에 하이브리드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으며 시장 선두인 LG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기차 주력 시장이며 2020년 세계 3대 자동차 수요국으로 성장 잠재력이 있는 인도에 LG화학보다 먼저 진출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2013년부터 마힌드라에 배터리팩을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은 이미 2010년 말 이뤄졌으나 본격 판매는 자동차 회사들의 사정과 인프라 구축이 완성돼야 할 것"이라며 "현재 BMW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과 공급 계약을 순조롭게 맺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이를 위해 대규모 생산설비 구축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삼성의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을 맡고 있는 SB리모티브는 오는 2015년까지 생산규모를 연간 전기차 18만대분으로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LG의 생산설비 규모는 삼성을 크게 압도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투자가 일단락되는 2013년 생산규모는 현재 10만대보다 3.5배 늘어난 35만대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에서 LG는 GM 포드 르노 볼보 현대기아차 제일기차(중국)와 장기계약을 맺었으며 삼성은 BMW 마힌드라 피아트 등과 손잡았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규모는 올해 4조원에서 내년에는 8조원, 2015년 16조원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