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잡겠다던 '뉴 캠리', 엉뚱한 차에 화풀이?

2012-03-09     유성용 기자

일본 도요타자동차 아키오 사장의 명예회복 첨병인 뉴 캠리가 인기몰이에 나서면서 엉뚱한  트림의 국산 차들이 파편을 맞고있다.

도요타가 애초 라이벌로 꼽았던 그랜저는 잡지 못한 채 쏘나타 K5 K7 말리부 SM5 SM7 등 엉뚱한 차종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도요타는 지난 1월 18일 '뉴 캠리'를 출시하며 그랜저를 잡겠다고 도발했다. 하지만 정작 그랜저는 뉴 캠리 출시 후 파워트레인 및 안전편의 사양을 앞세워 되레 판매 대수가 크게 늘었다.

그랜저는 지난 2월, 전달 보다 33.6% 늘어난 9천337대가 팔렸다. 작년 평균치 7천대 후반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그랜저 2.4모델의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201마력과 25.5kg·m로 뉴 캠리(181마력 23.6kg·m)보다 높은 점이 소비자들의 구매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안전편의 사양도 어라운드뷰, 타이어공기압 경고장치, 뒷좌석 열선시트, 고급 나파 가죽시트, 진폭 감응형 댐퍼(충격흡수장치) 등을 갖춘 그랜저가 뉴 캠리보다 앞선다.

일본 본사 도요타 아키오 사장(좌)과 한국도요타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


그러나 그랜저 외 K7, 알페온, SM7 등 국내 중대형 세단들의 판매는 일제히 뒷걸음질 쳤다.

기아차 K7은 작년 월간 판매가 2천대 수준에서 올 들어 1천300대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한국지엠 알페온은 매달 판매 대수가 오르락내리락하며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르노삼성 SM7도 작년 말 1천133대의 월 판매량이 2월 709대로 떨어졌다.

관련  국산차 업체들은 이같은 실적 추락이 뉴 캠리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하며  역풍을 맞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준비 중이다.

한국지엠은 알페온의 판매량이 좀처럼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뉴 캠리가 인기를 끌고 있어 부담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캠리 출시로 말리부 역시 판매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할부 조건을 강화하거나 차종별 마케팅 프로모션을 기획하는 등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도 저리 할부 및 40~50만원 유류비 지원 조건을 내걸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쏘나타와 K5의 판매 감소는 캠리 영향을 받은 면도 있지만 한편으론 i40 쪽으로 소비자들이 이동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i40 판매량은 1월 544대에서 2월 1천641대로 3배 가량 증가했다.

K7의 경우 향후 출시될 K9 대형 세단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해 판매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뉴 캠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를 고려해 몸값을 100~300만원 낮췄고 출시 한 달 만에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에 이름을 올렸다. 출시 열흘 만에 600대를 팔며 월 판매 목표(500대)를 넘어서기도 했었다.

2월에는 721대가 팔려 베스트셀링카 1위에 올랐으며 누적 판매(1천154대)에서도 선두인 BMW 520d(1천238대)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앞서 출시 행사에는 도요타 본사 아키오 사장이 직접 방한했으며, 한국도요타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은 "한국에서 새로운 도요타 시대를 열겠다"고 뉴 캠리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도요타는 최근 몇 년 간 대규모 리콜사태와 일본 대지진, 엔고 등의 영향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작년 국내 시장에서는 간신히 5위 자리를 지켰지만 판매 대수는 4위 아우디보다 무려 6천대 가까이 적은 5천20대에 불과했다. 니치(Niche) 브랜드라고 불리는 미니와도 불과 800대밖에 차이나지 않는 굴욕을 당했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