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유산 상속 소송 이숙희 씨, 37년간 절치부심?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차녀 이숙희 씨가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에 이어 수천억원대의 상속 소송을 제기한 배경이 하나 둘씩 드러나며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가 소식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이 씨가 과거 삼성가 유산상속 과정에서 철저하게 소외됐고 이후 형제 자매에게서 격세지감을 느낀 것에 대한 보상심리가 작용해 소송을 벌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12일 관계자에 따르면 이 씨는 그간 삼성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신세계 이명희 회장 등 형제자매 들이 유산을 물려받아 자신들의 견고한 성을 쌓고 자식들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지난 22살이던 1957년 LG그룹 구인회 창업주의 3남 구자학 회장과 결혼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 재계를 이끄는 두 대표 가문의 혼인 사실은 큰 화제가 됐다.
구자학 회장은 이 씨와 결혼 후 제일제당 말단사원부터 시작해 동양TV 이사를 거쳐 74년에는 호텔신라 초대 사장에 선임됐을 정도로 고 이병철 회장의 신임을 받아왔다. 삼성그룹의 핵심인 에버랜드의 전신 중앙개발의 대표이사도 겸임했을 정도.
하지만 삼성이 당시 LG(금성사)가 터줏대감으로 있던 가전 사업에 뛰어들자 구인회 창업주는 격노했다. 이로써 두 가문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후 2년 뒤인 76년 이건희 회장이 후계자로 지목되자 결국 구자학 회장은 삼성을 떠나게 된다.
선대 회장의 두터운 신임 속에 활발한 '처가 경영'을 했던 구 회장이었지만 일순간에 토사구팽 당했다는 느낌을 받았을 만한 대목이다.
이 같은 감정은 이번 상속 소송 제기 후 이숙희 씨의 언론 인터뷰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 씨는 "오빠(이맹희)가 무능해 재산을 못 준다는 식으로 삼성이 몰고 갔고 나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당시 남편이 회사를 그만둔 결정적 계기가 있다. 남편이 신임을 받으니 시기하고 중상모략하고 난리가 났었다. 그 과정에서 상속을 못 받게 됐다"라고 말했다.
장녀인 이인희 고문은 한솔그룹을, 막내딸인 이명희 회장은 신세계를 가지고 독립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이재용 사장,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등 삼성가 3세들이 상속 재산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에서 이 씨의 상실감은 더욱 깊어졌을 것이란 추측도 어렵지 않다.
이 씨는 구자학 회장과의 사이에 1남3녀를 두었다. 장남인 구본성(56)씨는 2000년 삼성캐피탈 부장으로 입사한 뒤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보등을 거쳤다.
내심 부친인 구자학 회장이 삼성에서 오랫동안 헌신했기 때문에 계열 분리 당시 한 몫을 기대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자연스레 구본성 씨는 현재 외사촌들의 그림자 속에 가려지며 대외적인 활동이 거의 없다.
구 씨는 아워홈 지분의 40%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나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구자학 회장은 데릴사위 개념으로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경영수업을 받았는데 창업주 사후 삼성에서 배제됐다"며 "LG로 돌아와서도 전문경영인 신세를 면치 못했기에 서운함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숙희 씨는 구자학 회장이 삼성을 떠나며 품었던 서운한 감정을 36년간의 절치부심 끝에 소송으로 받아친 셈이다.
한편 이숙희 씨는 지난달 27일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아버지인 이병철 창업주가 남긴 차명 주식 중 삼성생명 223만여주, 삼성전자 우선주 10주 등 총 1천960억원 규모의 자신의 상속분을 달라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