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동빈 회장의 숙원 사업 맥주, 약될까 독될까?

2012-03-14     임수영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맥주 제조 허가를 따내며 숙원이던 맥주시장 진출의 꿈을 이뤘지만 자칫 '밑빠진 독 물붓기'로 그룹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오너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롯데의 맥주시장 진출을 바라보는 관련업계의 시각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롯데의 주류 성적표는 '만년 2위'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롯데칠성음료의 주류 부문 주력인 소주 '처음처럼'은 하이트진로 ‘참이슬’에 밀려 만년 업계 2위다. ‘처음처럼’의 작년 시장 점유율은 15% 내외로 ‘참이슬’ 점유율 47.7%와는 상당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위스키 사업 역시 1997년 제품 출시 이후 현재까지 15년간 만년 3위에 머물고 있다. 작년 상반기 기준 위스키 시장 점유율은 디아지오코리아 37%, 페르노리카코리아 33%, 롯데칠성은 15%다.

시장 안착까지 상당한 출혈이 불가피한 점도 불안요소다. 롯데 충주 맥주공장 설립 소요 비용은 약 7천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와 더불어 시장 점유율 1%를 끌어올리는데 약 200~300억원의 마케팅 비용이 필요하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타 투자비용까지 고려하면 관련 비용은 수천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공장 설립비용까지 1조원 가까이 투자한 후 만족할만한 점유율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유동성 문제 등 위기론이 대두될 수 있다. 또 오너의 숙원사업이었던 만큼 쉽게 손을 놓을 수 도 없어 계륵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현대증권 유진 애널리스트는 “롯데 맥주의 본격적 제품 생산이 2017년 공장 완공 이후이며,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양사가 독점하고 있는 시장을 단기간 내 뒤집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는 자본력과 그룹 유통망 등 강점이 있으나, 신제품의 시장 안착 여부와 경쟁심화 시 마케팅 비용 상승에 따른 수익성 훼손을 감내해야 하는 운영상의 리스크도 있다”고 분석했다.

HMC투자증권 정혜승 애널리스트는 “롯데 맥주 초기 사업의 특성상 수익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3~4년 소요될 수 있다”며 “현 시점 주류사업 확대를 통한 기업 수익성 개선의 모멘텀으로 작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롯데주류 관계자는 “점유율 0%로 시작하는데 따른 녹록치 않은 시장 진입이 예상되고 있지만 아직 시간이 많은 만큼 전략을 차근차근 수립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단 맥주 업계는 롯데의 맥주 사업 진출과 관련, 당장의 위협은 없더라도 긴장은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아직 충주 맥주공장 터도 안 닦았고 설립만 해도 몇 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당장 위협이 되진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롯데가 강력한 유통 장악력을 가진 공룡기업인 점으로 미뤄 볼 때 공격이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앞서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8일 국세청으로부터 맥주 제조 허가를 취득했으며 2015년부터 충주 산업단지에 연산 5억 리터 규모의 맥주 공장 설립 작업에 착수해 2017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내년 4월부터 테스트 형식의 소규모 맥주 제조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주류협회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 맥주시장 규모는 3조5천억원 규모로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양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 3분기 기준 시장 점유율은 오비맥주가 51.2%로 48.8%인 하이트진로보다 조금 앞섰다. 그밖에 수입 맥주가 5%대 점유율을 차지한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