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두행장 김종준-윤용로 누가 웃을까

한배 탔지만 업무협조와 영업전쟁 동시에 치뤄야할 미묘한 경쟁 구도 관심

2012-03-13     임민희 기자

김종준(57) 신임 하나은행장과 윤용로(58) 외환은행장의 선의의 맞대결이 금융계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김 신임 행장과 윤 행장은 일단 '하나금융지주'라는 한배를 탔지만 '투뱅크' 체제에서 업무 협조와 영업전쟁을 동시에 치러야 하는 경쟁관계다.

두 행장은 김정태 새회장과 호흡을 맞춰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통합시너지에 주력하는 한편, 하나은행의 강점인 가계금융과 외환은행의 장점인 기업금융부문에서 각각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어 이들 중 누가 영업경쟁의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인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종준 신임 하나은행장과 윤용로 외환은행장)


'한 배' 탄 김종준-윤용로 맞대결 승자는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하나금융지주가 김정태 신임 회장을 중심으로 '포스트 김승유' 시대를 이끌 새진용을 구축한 가운데 핵심 용장인 김종준 신임 하나은행장과 윤용로 외환은행장이 조직통합과 성장을 위해 어떤 활약상을 보여줄지 주목되고 있다.

아울러 하나금융의 '터줏대감'인 김 신임 행장과 관료출신이지만 기업은행장 등을 지내며 최고경영자(CEO)로서 능력을 입증한 윤 행장이 향후 자존심을 건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먼저 김 신임 행장은 금융계의 예상을 깨고 조직안정에 대한 기대와 경륜을 앞세워 하나은행 수장에 올랐다.

그는 김승유 현 회장, 김정태 새회장(현 하나은행장)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데다 영업은 물론 기업금융과 가계금융 등을 두루 섭렵해 통합하나은행을 이끌기에 적임자란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신임 행장은 부산 출신으로 경복고와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0년 한국투자금융(하나은행 전신)에 입사해 하나은행 삼성센터 지점장, 임원부속실 실장, 기업금융그룹 부행장, 가계금융그룹 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2009년부터 하나캐피탈 사장을 맡아왔다.

이에 반해 윤 행장은 하나금융에 합류한 지는 1년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와 민간은행장 등 민․관을 아우르며 리더십과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윤 행장은 과거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장(2007~2010년)을 맡아 강권석 전임 행장때부터 이뤄낸 은행권 빅4의 위치를 안착시킨 전례가 있어 외환은행 갈등봉합과 경영정상화를 무리없이 해낼 것으로 보고 있다.

윤 행장은 충남 예산 출신으로 중앙고와 한국외국어대(영어과)를 졸업, 행정고시(21회)에 합격한 후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장,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 기업은행장 등을 역임했다.

하나-외환 통합시너지 관건, 내부경쟁 치열할 듯

하지만 김 신임 행장과 윤 행장이 올해 하나․외환은행의 성공적인 업무 통합 및 실적 부문에서 기대만큼 실효성 있는 결과를 내놓을 지는 미지수다.

사실 하나은행은 과거 충청․보람․서울은행을 인수․합병(M&A)해 지금의 대형은행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 밀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째 은행권 5위에 머물러 있다.

이런 가운데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외형상 300조원대의 거대 금융지주사 도약과 막대한 통합시너지 효과가 예상되고 있지만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김 신임 행장은 외환은행 인수라는 호재에도 불구, 기업은행 및 최근 출범한 NH농협금융지주 등과 은행권 4위자리를 놓고 간단치 않은 경쟁을 펼쳐야 할 상황이어서 그의 어깨는 무거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형님격'인 하나은행이 '동생격'인 외환은행을 실적에서 압도하지 못할 경우 자칫 통합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

이러한 위기감은 윤용로 행장도 마찬가지다.

외환은행은 최근 수년간 자산매각 등 특별이익을 통해 매년 1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 왔지만 올해는 하이닉스 매각이익분(약 2300억원)만 남겨두고 있어 향후 실적감소가 불가피하다.

더구나 외환은행 매각 차질 등으로 1년 가까이 정상적인 영업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영업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장부가 보다 낮은 가격(0.9배)에 인수한데다 외환은행의 하이닉스 매각이익 등으로 1분기에만 9000억원 가량의 당기순이익이 예상되는 등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낼 전망이다.

그러나 이를 단기적 인수 효과가 아닌 장기적인 성과로 만들기 위해서는 김 신임 행장과 윤 행장의 긴밀한 협조 내지는 선의의 경쟁이 필요하다는게 금융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기존에 하나은행은 분기당 3000억~3500억원의 순이익을 내왔고 외환은행의 경우 1회성 요인 없이도 연간 8천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왔다. 

김 신임 행장과 윤 행장은 각각 가계금융부문장과 기업금융부문장을 겸임, 자사의 강점을 살려 실적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양사의 통합시너지 극대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실무진이 참여하는 '미래발전기획단'을 발족, IT 및 리스크 분야를 비롯해 CIB(기업투자금융)연계 시스템 구축, PB상품/서비스 통합 등 중장기 통합사업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김 신임 행장과 윤 행장의 미묘한 경쟁구도가 향후 하나금융그룹의 실적향상에 어떤 시너지를 창출해 낼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