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역시 관록' vs 그랜저 '괄목 성장'

<찜캐리 비교시승기>동영상 9개, 승차감 비슷... 급가속때 미세한 차이

2007-08-24     찜캐리(김용노) 자동차 전문기자

    이번 시승기는 다른 차종에 비해 긴장과 기대감이 넘쳤다.

이 두 차량은 해외에서도 비교 평가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에 신경을 써야 했다.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렉서스,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현대.

일본의 경우, 도요타 렉서스, 혼다 아큐라, 닛산 인피니티로 고급화에 성공해 세계적인 자동차기업으로 쾌속항진을 하고 있다.

게다가 안정된 노사와 탄탄한 구조로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포진되어 있다.

반면 우리의 자동차 기업은 어떠한가?

매년 수 차례 반복되는 노사 갈등과 파업, 여러 환경 속에 생사의 길이 갈리는 자동차 부품 납품 업체, 해외로 팔려나간 우리의 자동차 기업들.

이제 한국자동차 기업으로는 현대ㆍ기아차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1976년 포니를 처음 수출한 현대는 세계 각 지역에 브랜드를 알리며 영역을 넓혀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을 돌아보면 불과 20여 년 전 포니를 만들던 당시와 달리 현대는 상당히 진보해왔고, 또 뭔가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승용 부문의 아반떼-쏘나타-그랜저, SUV 부문의 투싼-싼타페-베라크루즈는 이제 단순히 호락하게 볼 차종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현대가 넘어야할 산은 높고 험하다.

이러한 여러 환경을 떠올리며 조심스레 두 차량을 시승해 보았다. 처음부터 명쾌하게 비교되는 느낌이 강했다.

그랜저, 렉서스ES350 두 차종은 나름대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차량의 특성이 비슷한 면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반대로 해석하면 가격 경쟁력이 비슷해지고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수입이 자유화되면 렉서스도 우리의 취향에 부합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먼저 두 차량의 공통점을 알아보자.

그 동안 많은 현대차를 운행하면서 마음에 드는 부분도 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롤링과 푹신한 서스펜션의 세팅에 불만이 있었다. 이는 현대차가 추구하는 서스펜션의 전반적인 세팅이다. 이러한 서스펜션은 직진 주행시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조금 액티브한 주행을 하면 출렁임과 롤링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쏘나타보다 그랜저가 승차감이 더 좋다고 하지만 나의 입장은 정반대이다. 승차감은 오히려 쏘나타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둘다 푹신한 서스펜션은 맞지만, 쏘나타가 그랜저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소프트하며 롤링을 덜 느끼기 때문이다.

언제나 이야기 하지만 서스펜션 세팅이라는 것이 참으로 간사한 것 같다. 순정 쇼크업저버(일명 쇼바), 한 대 가격이 얼마되지 않지만, 약간 소프트하게 세팅한 차량을 두고 사람들은 승차감이 더 좋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는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지, 많은 사람들의 취향을 반영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무엇을 반증하는 것인가? 쏘나타나 그랜저는 주 고객층을 30대 이상으로 생각하고 마케팅을 한다.

연령대를 고려하여 액티브한 주행보다 편안하고 안락함을 추구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전개해 나갔을 것이다. 그래서 서스펜션 세팅을 그렇게 고려하였을 것이다.

최근 2.0 세단을 타는 운전자들을 만나면 현재 2.0 차량의 주를 이루는 현대와 르느삼성 차량에 대해 무엇이 좋은지 각각의 마니아층과 이야기를 해봤다.

르노삼성의 SM5가 좋다는 운전자는 약간은 하드하지만 자세를 어느 정도 잡아주는 서스펜션이 마음에 든다고 하고, 현대차를 좋아하는 운전자는 SM5는 오히려 딱딱하고 허리가 아프다라는 말과 함께 푹신한 쏘나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서스펜션이란 이와 같이 개인적인 기호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주요한 것은 어느 대상을 겨냥하고 세팅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사뭇 다르게 평가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번에 시승한 렉서스는 과연 어떠한 느낌일까?

많은 궁금증을 안고 주행을 해보았다. 낮선 느낌이 아니었다. 푹신하면서 노면에 따라 롤링이 전해져 왔다.

반면에 고속도로 같은 직진 위주의 코스는 포근하고 아늑하다.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세팅이지만, 우리나라 30대 이후 오너들이 좋아하는 승차감이다. 그만큼 한국인의 기호를 잘 반영한 차량이란 얘기다. 엄밀히 보면 그랜저와 쏘나타 중간 정도의 소프트함이라고 할까?

그랜저와 렉서스ES350의 결정적인 차이라고 하면 노면이 격한 반응에서 그랜저는 출렁거림이 느껴지면서 보다 소프트한 방향으로, 렉서스ES350은 약간 둔탁하게 반응을 하면서도 소프트한 방향으로 자리를 잡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제차 하면 막연하게 좋다는 환상을 갖는데, 유치하게 렉서스는 외제차이니까 승차감이 더 좋고, 그랜저는 국산차니까 승차감이 더 나쁘다는 평가는 하고 싶지 않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순정 쇼크업저버 한 대 가격이 10여 만원 밖에 안한다.

중요한 것은 업계가 소비자의 동향을 보고 다수를 겨냥한 공통분모를 산출하고 거기에 따라 추구하는 세팅의 차이라고 판단한다. 같은 순대국을 만들더라도 순대국을 만드는 가게마다 맛이 다른 원리와 같은 것이다.

물론 뭔가 확연하게 다른 세팅의 서스펜션들도 많다.

하지만 두 차종의 승차감은 거의 비슷하면서 약간의 차이가 느꼈을 뿐, 눈을 감고 타면 어느 것이 국산차고 어느 것이 외제차인지 알기 힘들 정도다.

무엇보다 세단은 이러한 승차감을 포함해 운전자에게 편안함을 선사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렇다면 두 차종은 중대형 세단으로서 승차감 이외에도 무엇을 매력적으로 선사하는가?

승차감에 이어서 소음도와 공간성을 평가해 보겠다. 그랜저3.3을 운행해 보면서 느낀 것은 우리나라 차량도 많은 발전을 했구나 하는 것이다. 소음이 상당히 개선되었다는 느낌이다.

일반적인 주행을 하면 소음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렉서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렉서스 하면 조용함을 떠 올릴 정도로 소음도가 일품이다.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급가속을 해보았다. 그랜저도 과거에 비하면 많은 발전을 했지만, 풀 가속시 소음도는 렉서스가 더 좋았다.

물론 조용한 두 차량의 평가이기에 우열을 가린다는 것은 좀 그렇지만, 렉서스의 조용함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풀 가속을 하면 엔진음이 거칠어지게 마련인데, 렉서스는 부드러운 RG보다는 약간 부드러운 음색을 내며 달려간 느낌이다.

또한 콘크리트 도로를 달리면서 하체에서 올라오는 소음은 둘다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렉서스가 약간 나은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미세한 차이를 현대차가 파악을 했다면 그만큼 대응하고 개선한다면 우열을 가리기 힘들 것으로 본다.
    
    
     다음은 공간성을 보자.

요즘 국내 차량들을 보면 차량 외관이나 실내 공간이 점점 커지는 느낌이 강하다.

과거 중대형 승용차인 그랜저XG만 하더라도 신차 출시 당시에는 멋스럽고 커보였지만, 신형 쏘나타 옆에 있으면 왠지 작아보인다.

공간성이 커지면 운전자나 동승자가 편리해진다. 반대로 공간이 넓어지고 차체가 커지면 늘어나는 중량만큼 이를 커버할 출력 증강이 필요하다.

그랜저의 경우 국내 경쟁사 차량인 SM7보다 공간성은 우위에 있다. SM7은 멋지다, 이쁘다는 느낌은 들지만, 실제로 타보면 중대형 승용답지 않게 좁다는 생각이 든다.

그랜저와 ES350모델을 보면 승차감부터 넓은 실내 공간, 소음도와 주행감에서 비슷하면서도 다른 뭔가를 비교하게 된다.

그랜저는 앉은 순간 푹신한 시트가 등부터 허리, 엉덩이까지 편안하게 받쳐준다.

렉서스ES350은 그랜저보다는 약간 딱딱한 느낌이 들지만, 푹신한 느낌하면서 버킷형 모양의 시트가 자세를 잡아준다.

어찌보면 위에서 그랜저의 롤링이 약간 더 느껴진다고 했는데 이는 비슷한 아력을 준 서스펜션 세팅에 마지막으로 운전자를 지탱해주는 시트의 소프트함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랜저는 외관부터 실내까지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중년이 추구하는 세단의 품위가 느껴진다.

반면에 렉서스는 그랜저보다 좀더 곡선미를 처리하여 실외에서 실내로 이어져 들어온다.

실내 공간도 두 차량 모두 넉넉함을 주지만 렉서스ES350이 좀더 개방감이 있고 약간 넓다는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도 렉서스ES350 실내에 앉았을 때 가슴이 트이는 것 같다.

1열의 선루프 뒤로 2열의 천장이 글래스로 되어 있는 지붕(글래스 루프)이 시선을 끌었다. 2열의 글래스 루프는 개폐가 되지는 않지만, 커튼형 선루프처럼 차단막을 열고 닫고 할 수 있다.

1열의 선루프를 열고, 2열의 차단막을 연뒤 1, 2열 윈도우를 모두 열고 담배를 피우며 고속도로를 달려보았다. 오픈카는 아니지만, 시원한 느낌과 함께 상쾌한 기분을 만끽하며 주행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차량의 경우 선루프는 모두 획일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랜드스타렉스의 듀얼선루프 (1열과 2열에 각각 하나씩 있는 선루프)를 제외하면 방식이 모두 비슷하다.

앞으로 색다른 연출을 할 수 있는 선루프를 도입했으면 한다.

가끔 자동차 사이트에서 보면 신차가 나오기 전에 컨셉트카에 달린 파노라마 선루프를 보고 저렇게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다시 계기판을 둘러보았다.

계기판의 경우 그랜저의 슈퍼비젼 클러스터가 백색과 청색의 조화로 화사한 느낌과 세련된 느낌을 준다.

반면에 렉서스ES350의 경우 백색이 위주가 되어 약간은 단촐한 느낌이다.

센터페이시아 주변과 운전자를 감싸는 부분은 그랜저는 두 곡선으로 매끄럽게 처리했고, 렉서스ES350은 좀더 곡선미를 이끌어내는 데 신경을 쓴 분위기이다.

사실 그랜저는 그다지 상급이 아닌 모델을, 렉서스ES350은 거의 풀옵션에 가까운 모델을 시승했기에 옵션이나 센터페이시아 부분의 완전한 평가는 어려웠었다.

렉서스ES350의 실내는 매력적이고 전반적으로 만족스런 느낌이 들었다. 헤드레스트(목받침대)가 상하로만 움직이고 전후로 작동되지 않은 점은 약간 아쉬운 대목이었다.

아무튼 두 차량 모두 스마트키를 적용한 차량이지만, 버튼으로 작동하는 렉서스ES350의 시동 장치는 인상적이었다.
    
    
     이제 두 차량의 제원을 들여다 보자.

그랜저3.3은 233마력에 토크 31.0, 배기량 3342cc, 미션 5단 자동변속기다. 렉서스ES350은 277마력에 토크 35.3, 배기량 3456cc, 미션 6단자동변속기다.

언뜻 보면 두 차량은 서로 상대가 되지 않는 차이를 보인다.

현재 필자가 보유하고 있는 차량도 6단 자동변속기를 지닌 차량이다. 확실히 기어의 단수가 한수치 더 있을 때마다 느껴지는 그 무언가가 있다.

이런한 기대에서 액셀러레이터를 조작해 보았다. 느낌의 차이가 존재했다.

이 부분은 두 차량의 평가이지 2.0 세단이나 1.6 준중형에 비교하는 것이 아니다. 오직 두 차량간의 평가이니 참조를 했으면 한다.

그랜저3.3의 반응은 경쾌한 반면 렉서스ES350은 부드러운 느낌이 든다. 실제 체감 속도는 렉서스ES350이 조금 느리게 느껴진다.

하지만 도요타 렉서스가 발표하는 제로백(정지서부터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 수치는 무려 7초나 된다.

액셀러레이터의 반응은 조금 굼뜨는 느낌이 들지만 잠깐의 느낌이고 차량이 움직이면서 가속이 시원하게 붙는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부드럽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지만, 반면에 자동변속기에 달린 수동 모드를 작동해 보면 달라진다.

조금 더 액티브하게 주행을 하자 앞바퀴에서 휠스핀을 내는 소리가 들려오며 경쾌하게 움직인다.

반면 그랜저는 현대차의 특성답게 초반 반응성은 좋으며, 고속이 붙을 때까지 시원하게 올라간다. 오히려 고속으로 올라가는 느낌은 렉서스ES350보다 더 시원한 느낌이 든다.

두 차량으로 같은 구간인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판교~청계 구간 언덕을 치고 올라가보았다.

그랜저는 경쾌하게 치고 올라가더니 가뿐하게 언덕길에서 200km/h를 가리킨다.

반면에 렉서스ES350의 경우 부드러운 가속 뒤로 시원한 성능이 나오지만 오히려 고속에서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는 느낌은 아니었다.

제로백은 렉서스ES350이 7초로 그랜저보다 약간 더 좋은 반면 최고속은 ES350이 221km/h에 제한이 걸려있고, 그랜저는 230km/h에 걸려 있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아무튼 렉서스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실용 속도에서 수치가 그랜저보다 약간 좋았던 반면 그랜저는 초속에서 고속까지 가속 성능이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두 차량으로 모두 고속도로에서 급차선 변경(일명 칼질)을 하며 고속 주행을 해보았다.

그랜저의 경우는 순간 순간 시야 확보가 용이해서 차량 특유의 가속을 이용하여 상당히 민첩한 주행이 가능했다.

반면에 렉서스ES350은 실내 룸미러와 좌우측에 있는 리어뷰 미러(일명 백미러)에 비치는 물체의 크기 차이가 달라 이질감을 느껴 액티브한 주행을 하는데 조심스러운 점이 있었다.

특히 운전석 부근의 리어뷰 미러에 보이는 사물이 유달리 크게 보이는 데다 바로 옆에 있는 차량이 잘 보이지 않아 급차선 변경을 하는데 신경이 많이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