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아줌마 vs 강남 아줌마…그들만의 소비
2007-08-24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한국 최고 부촌(富村)으로 꼽히는 서울 성북동과 강남권 아줌마(압구정동 및 청담동)들의 전형이다. 얼핏 봐도 대비된다. 성북동의 최고 부유층은 일반인들에게도 낯익은 브랜드를 즐겨 찾는다. 화려하지 않고 톡톡 튀지도 않는다. 겉에서 보면 우아한 동네 아줌마다. 하지만 강남 아줌마들은 한눈에 확 띈다. 그들만의 브랜드에 열광하고 불나방처럼 유행을 좇으며 톡톡 튄다. 백화점 명품업계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성북동 부자, 강남 부자들의 소비행태 속으로 들어가 보자.
▶성북동 아줌마는 달라도 뭐가 다르다=성북동 아줌마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는 에르메스와 샤넬, 이세이 미야케, 아이그너, 센존, 셀린느, 발리 등으로 압축된다. 옷은 주로 샤넬과 이세이 미야케, 센존, 셀린느, 아이그너 브랜드를 찾는다. 이세이 미야케는 원피스 한 벌에 100만원가량으로 그리 비싸지는 않지만 기능적으로 체형 보완 효과가 크고 화려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즐겨 찾는 것으로 전해졌다. 센존과 셀린느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소재는 고급스러워 보이지만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 성북동 아줌마들은 또 집에선 버버리를 즐겨 입으며, 치수도 강남권 아줌마보다 한두 치수 크게 입는다고 한다.
그녀들이 들고 다니는 가방은 700만~900만원짜리 에르메스 벌킨백이나 캘리백. 샤넬 퀼팅백이나 빅백도 선호한다. 샤넬 가방을 좋아하기는 강남권 아줌마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성북동 아줌마와 강남권 아줌마들이 찾는 라인이 확연히 다르다. 강남권 아줌마들은 골드 체인에 에나멜 코팅이 돼 언뜻 보기에도 화려한 시즌 신상품을 선호하지만, 성북동 아줌마는 보통 평범한 라인만 고집한다.
신발은 5㎝ 미만의 낮은 굽을 고집한다. 그레이나 블랙, 다크브라운 등의 색상을 좋아하고, 발이 편안한 테스토니나 발리 브랜드를 즐겨 찾는다.
보석은 반클리프앤아펠 브랜드만 찾는다고 한다. 반클리프앤아펠 브로치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백화점 본점 오픈 당시 하고 나온 것으로 알려진 브랜드. 불가리나 까르띠에보다 디자인은 다소 떨어지지만 보석 자체의 질은 더 좋다고 한다. 성북동 아줌마들은 시계의 경우엔 롤렉스를 선호한다. 다만 롤렉스도 체인까지 보석을 박은 것은 사양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체인은 일부러 와인색 밴드 등으로 톤다운시킨다고 한다.
명품업계 한 관계자는 “성북동 부자들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을 뿐 아니라 한편으론 인간적인 관계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친분이 깊은 숍매니저가 브랜드를 옮기면 자기도 따라 옮기는 경향도 있다”며 “스타일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 눈에 띄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엔 다소 수수해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백화점 세일기간엔 일절 쇼핑에 나서지 않는다”며 “이들은 보석이나 시계에 있어선 재테크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실용적인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방가르드한 강남 아줌마=명품업계 종사자들이 전하는 강남 아줌마는 한눈에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강남 아줌마는 남들이 잘 모르는 브랜드를 선호한다. 유행에 민감하다 보니 선호 브랜드도 시시때때로 변한다. 일례로 지난해 30, 40대 강남권 아줌마들에게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마르니 브랜드의 경우 올해엔 거의 자취를 감췄을 정도. 그만큼 선호 브랜드에 대한 기복이 심하다는 말이다.
좋아하는 의류 브랜드는 샤넬과 펜디, 질샌더 등. 최근엔 섹시한 스타일의 펜디와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질샌더 옷을 더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브랜드 모두 웬만한 몸매로는 소화가 불가능하다. 몸치수가 20대 뺨치는 아줌마들이 많다는 방증. 명품업계 한 관계자는 “심지어 여러 브랜드를 한 매장에서 파는 분더숍과 같은 곳에서 전위적이며 아방가르드한 옷에도 심취한다”고 전했다.
가방은 끌로에와 발렌시아가의 최신백을 들고 다닌다. 끌로에와 발렌시아가는 요즘 전 세계적으로도 골수 패션 마니아들에게서 최고 인기 명품 브랜드로 대접을 받고 있다. 지난해엔 발렌시아가의 모터사이클백과 300만원짜리 펜디 스파이백이 강남권 아줌마들 사이에선 반드시 가져야 할 ‘must have bag’으로 통하기도 했다. 성북동 아줌마들은 눈길도 주지 않은 가방이다.
신발은 주로 마놀로 블라닉과 지미추, 크리스찬루부탕 등의 세련된 브랜드를 즐겨 신는다. 마놀로 블라닉은 미국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의 여주인공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가 즐겨 신었던 신발. 이들 브랜드 모두 섹시한 스타일을 강조한 것으로, 강남권 아줌마들의 신발 굽이 보통 6.5~8.5㎝로 다소 높다는 점도 이채롭다. 보석과 시계에 있어선 불가리나 까르띠에, 쇼메를 선호한다. 보석의 질은 다소 떨어지지만 디자인으로 승부를 건다는 점에서 강남권 아줌마들의 취향에 딱 들어맞는다고 한다.
명품업계 한 관계자는 “소위 압구정동과 청담동으로 대별되는 신흥 강남 부자들은 그들만의 명품 브랜드를 찾고 유행에 민감하다 보니 브랜드 로열티도 크게 떨어진다”며 “옷은 심플하면서도 겉으로 보기에 톡톡 튀는 디자인의 브랜드를 선호하고, 시계와 보석류 같은 액세서리는 세련되고 화려한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