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리볼빙 서비스' 도둑 가입 주의보
높은 수수료 노리고 수단방법 안가려.. 명칭도 제각각 혼란 가중
자신도 모르는 사이 ‘리볼빙(revolving) 서비스’에 가입, 높은 이자를 떠안게 된 소비자들의 피해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신용카드를 갖고 있다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중인 것은 아닌지를 확인해야 이자 폭탄을 피할 수 있다.
'리볼빙 서비스'란 신용카드 회원이 현금서비스 또는 카드이용대금 중 일정비율만 결제하면 나머지 금액은 대출 형태로 전환돼 계속 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결제방식이다.
카드사들은 높은 수수료율로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대대적인 리볼빙 마케팅을 펼쳐 몇년 새 이용율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7년 3조5천억원이었던 리볼빙 이용 잔액이 지난해에는 6조원을 넘어섰다.
계획적으로 이용하면 연체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이 되지만 미납금액에 대한 높은 이자와 수수료가 부과되는 리볼빙 서비스의 구조를 모르는 일반 소비자들은 예상치 못한 금전적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이 문제.
최근 리볼빙에 대한 위험성이 이슈화되면서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KB국민카드, 삼성카드, 신한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하나SK카드 등 카드사들은 신규 고객에 대해 가입 장벽을 높이는 등 리볼빙 서비스 마케팅에서 한걸음 물러섰다.
금융감독원은 결제계좌에 잔액이 부족해 자동으로 리볼빙 결제가 이뤄질 경우 카드사가 고객에게 문자로 해당 사실을 통보하도록 하는 등의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 그냥 '할부'인줄 알았는데.."신청여부 공란이면 리볼빙 자동 가입"
19일 서울 양천구에 사는 양 모(남.28세)씨에 따르면 그는 약 2년 전 난생 처음으로 H사의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
카드 이용 시 할부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매달 날아오는 고지서를 확인할 때에도 총 납부금액 위주로 체크해 그에 맞춘 나름의 소비패턴을 이어갔다.
얼마 전 고지서에 기재된 상세 이용 내역에서 ‘자유결제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을 확인한 양 씨는 카드사에 문의 후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자유결제서비스는 H카드의 리볼빙 서비스를 뜻하는 고유명사였던 것. 리볼빙을 신청한 적이 없었던 양 씨는 지금껏 자유결제서비스를 할부결제 금액 중 하나인 것으로만 생각했었다고.
양 씨는 “결제일 날 카드사로부터 받은 문자에도 ‘이번 달 청구금액’, ‘익월 금액’이라고만 명시돼있어 리볼빙 서비스 이용내역인지 전혀 몰랐다”며 “현재는 늘어난 미결제금액과 이자 수수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H카드 관계자는 “이전에 리볼빙 서비스 신청여부가 공란으로 돼있을 경우 자동 가입이 됐지만 이에 대한 민원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면서 현재는 신청한 고객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개념조차 몰랐던 '리볼빙', 신청자는 귀신?
부산 사상구에 사는 배 모(남)씨는 역시 2년 전부터 사용중인 L카드 내역서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최근 카드 납부금액이 실제 결제한 것과 차이가 있다고 느낀 배 씨는 청구서를 꼼꼼히 살펴보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됐다.
매달 카드 이용액의 10%만 출금되고 나머지는 다음 달로 넘어가면서 이월금액이 계속 불어나고 있는데다 이월금액의 10%가 이자로 빠져나가는 구조로 결제가 이뤄지고 있었던 것.
카드사에 문의하자 배 씨가 신청은 커녕 개념조차 알지 못했던 ‘리볼빙’ 서비스에 등록돼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배 씨는 “이러한 서비스가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인터넷으로 내가 신청한 기록이 있다고 주장하니 황당하다”며 “아이피주소를 통해 접속지역을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불가능하다며 발뺌했다”고 하소연했다.
배 씨는 현재 그동안 이자가 붙어 늘어난 비용을 일시불로 갚은 후 카드를 해지한 상태다.
이에 대해 L카드 관계자는 “고객의 아이디로 접속한 기록이 남아있다”며 “리볼빙 서비스는 현명하게 이용하면 융통성 있게 자금을 굴릴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 리볼빙 서비스, 제대로 모르고 쓰면 '독'
자칫 카드결제 부담이 줄어드는 착각에 빠져 리볼빙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다보면 이자 폭탄을 맞을 수 있다.
리볼빙 서비스는 최종 상환능력은 있지만 결제자금이 일시적으로 부족한 경우에만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미결제 금액이 늘어갈수록 향후 상환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카드사별로 ‘자유결제서비스’, ‘페이플랜’, ‘이지페이’, ‘회전결제 서비스’ 등 리볼빙 서비스를 일컫는 고유의 명칭이 따로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미리 알아두는 편이 좋다.
또한 리볼빙을 사용하면 현금서비스를 사용한 것과 동일하게 취급돼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리볼빙서비스 이용 중 '부분상환액에 대한 연체'가 발생하면 신용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리볼빙서비스 이용잔액은 5조5천억원으로 전 년(5조1천억원)대비 7.8%(4천억원) 늘었다. 리볼빙 이용고객수도 273만명으로 전년(247만명)에 비해 10.5%(26만명) 증가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지승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