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민영화, 실세 강만수 마법 통할까

2012-03-15     임민희 기자
취임 1년을 맞은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사진)이 숙원과제인 민영화 달성을 위해 가속도를 내고 있다.

산은지주의 연내 상장(IPO)과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서울지점(11개) 인수 추진, 영업력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 등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정치권의 반대로 무산됐던 산은과 우리금융지주(회장 이팔성) 합병을 통한 동시민영화 추진과 관련해서도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기회를 엿보고 있다.

강 회장은 올해까지 산은 민영화를 매듭짓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금융당국도 산은지주 및 산업은행 공공기관 지정해제와 산은 IPO(기업공개) 지원, 연내 우리금융 매각 추진 등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어 산은 민영화 성사 여부에 금융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취임 1년 맞은 강만수, 산은 민영화 성공할까

강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이래 줄곧 거침없는 민영화 행보를 보여 왔다.

사실 MB정권 실세이자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지냈던 강 회장이 차관급자리인 산은금융지주 회장직을 맡은 것은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밝혔듯이 "산은 민영화를 추진할 적임자"였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이렇듯 현 정권의 막강한 후원 아래 산은과 우리금융지주(회장 이팔성) 합병을 통해 민영화와 메가뱅크(초대형은행)의 꿈을 이루려 했지만 정치권의 반대로 뜻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민영화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일단 국책은행의 이미지 탈피를 위해 체질개선에 주력하는 한편, 시중은행과 동등한 경쟁을 위해 수신기반 확보에 나섰다.

그 일환으로 HSBC 서울지점 인수를 추진,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고 무점포․온라인 영업망을 기반으로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다이렉트뱅킹시스템도 도입해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산업은행의 개인 예수금은 지난 2010년말 2조2000억원에서 지난달 말엔 6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영업점 수도 산은지주 출범 당시 44개에 불과했으나 현재 63개로 늘었다. 향후 HSBC 서울지점을 인수하면 영업점은 74개로 늘어난다.

강 회장은 또 우리금융 등 국내외 금융회사 인수․합병(M&A)을 통한 민영화 추진이 어려워지자 산은지주의 독자적인 IPO에 착수했고 정부를 설득해 산은지주 및 산업은행의 공공기관 지정을 해제시켰다.

아울러 산은지주 IPO에 대비해 CIB협의회와 리테일협의회를 CB(기업금융), IB(투자금융), PB(개인금융), AM(자산운용) 등 4개 협의회로 세분화하고, 기존의 9본부 4센터 44부실을 10본부 5센터 45부실로 조정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강 회장의 민영화 추진은 금융계의 우려와 달리 비교적 순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산은지주는 삼성증권과 골드만삭스를 IPO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클리어리 고틀립을 IPO법률자문사로 정했다.

지금의 추세라면 강 회장이 공언했던 대로 오는 10월 말에는 산은이 IPO를 마무리 짓고 민영화 작업을 본격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IPO, 정치적 이슈 등 난제 해결 관건

하지만 산은의 자산가치 평가와 공모시장가격 책정 등이 문제로 남아 있다. 이와 함께 임기말 MB정부의 레임덕(권력누스)이 가시화 된데다 4월 총선과 연말 대선 등 굵직한 정치적 이슈에 밀려 산은의 민영화 계획은 차기정부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위기감이 고조되자 금융당국이 강만수 회장에게 적극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산은 IPO(기업공개) 지원과 더불어 "우리금융 매각을 이번 정부에서 마무리 짓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직 우리금융을 인수할만한 마땅한 후보군이 없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올해 우리금융 매각 재추진 의지를 밝힌 것은 산은지주와 우리금융의 합병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강 회장이 우리금융 인수에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혜시비'와 금융지주회사법 개정 문제, 정치권의 반대 등 넘어야할 장벽이 많아 산은과 우리금융의 합병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금융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강 회장과 김 위원장이 산은금융과 우리금융 민영화를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오히려 산은 상장 무산, 우리금융 헐값 매각 등과 같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강 회장이 지난 1년여간 산은 민영화를 위해 많은 일을 해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아직까지 정치권과 여론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가운데 연내 민영화 달성이 과욕일지, 아니면 또 다시 금융계의 예상을 깨고 현 MB정부에 '산은민영화'라는 큰 선물을 안겨 주게 될지 금융계가 주목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