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이번엔 부정선수로 '시끌 시끌'

2007-08-28     뉴스관리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태권도계가 '부정 선수' 논란으로 다시 시끄럽다.

대한태권도협회가 상급 단체인 대한체육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선수등록 규정 위반이라는 회신을 받았지만 해당 선수의 소속팀이 규정의 적법성에 이의를 제기, 체육회에 재차 질의하는 등 공방은 쉽게 가라앉을 분위기가 아니다.

논란의 중심에는 다음달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릴 2008 베이징 올림픽 세계예선에 출전할 남자 68㎏급 이하의 손태진(19.삼성에스원)이 있다.

올해 고교 졸업 후 실업팀 삼성에스원에 입단한 손태진이 지난 3월 열린 2007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표선발전에 재학 중인 단국대 소속으로 출전한 것이 화근이었다.

당시 대표선발전 결승에서 손태진에 패한 이문규의 소속팀 상명대가 대표선발전이 끝난 뒤인 지난달 10일 협회에 문제 제기를 했다.

협회는 일단 자체 결정을 유보하고 체육회에 유권 해석을 의뢰했고, 결국 지난 24일 손태진이 규정을 위반했다는 회신을 받았다.

선수등록을 희망하는 학생은 학교운동부 또는 승인된 스포츠클럽(체육시설, 체육관 소속 포함) 소속으로 등록하고, 학생 이외 선수등록을 희망하는 자는 일반부(실업팀) 및 제10조에 준하여 각각 등록한다고 명시한 체육회 선수등록 규정 제9조가 근거가 됐다.

여자 역도의 간판 장미란(24.고양시청)이 재학 중이던 고려대에 지난 3월까지 등록 신청을 하지 않아 자퇴 처리된 것도 이 조항 때문이다.

체육회는 규정 위반시 선수는 1년∼5년 선수활동 금지, 감독과 코치 등 관련된 임.직원은 2년∼5년의 자격정지 등 중징계에 처하도록 했다.

손태진이 세계 대회에 출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삼성에스원은 손태진의 선수 자격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으며, 체육회 규정은 헌법에 보장된 교육받을 권리 등 선수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마저 있다며 맞서고 있다.

손태진은 실업팀으로만 등록해 이중 등록 선수는 아니다.

삼성에스원 김세혁 감독은 28일 "어제 체육회에 '실업팀 등록 선수가 대학에 진학하려면 반드시 학생선수로 등록해야 하고, 등록하지 않으면 대학생이 될 수 없는 것인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질의했다"고 밝혔다.

반면 상명대 권오민 감독은 "일단 규정은 따라야 한다"면서 "손태진이나 이문규나 둘 모두 심적 안정을 못 찾고 있을 것이다. 당장 대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체육회 규정에 따라 결정을 내려 선수들의 대회 준비에 차질이 없기를 바란다"며 협회의 조속한 조치를 원했다.

태권도협회 규약에 '협회는 대한체육회 정관.제 규정 및 지시사항을 준수할 의무를 갖는다'고 돼 있다.

대한체육회장인 김정길 태권도협회장은 최근 체육계의 비리척결 등 자정운동을 시작하며 태권도계부터 강도 높게 개혁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태권도계는 이미 이번 올림픽 예선 대회 출전 체급 선정부터 대표 선발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특정 팀 밀어주기 및 승부 조작 등 온갖 의혹에 휘말렸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말 임춘길 전무 등 고위 임원 세 명이 사의를 밝혔다.

이런 가운데 부정 선수 논란까지 겹쳤다. 하지만 협회는 지난달 10일 처음 이 문제를 접하고도 아직까지 명쾌하게 결론을 못 내리고 눈치만 보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일련의 사태들이 개혁 세력과 반대 세력 간 힘겨루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개혁을 외친 태권도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고울 리 만무하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