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업계 '내 논에 물 대기' 공방

2007-08-29     뉴스관리자
010 식별번호 통합은 무엇을 위한 명분(?)싸움인가.

기존의 1.8㎓ 주파수 대역에서 영상전화와 고속 무선데이터 등을 제공할 수 있는 리비전A의 식별번호를 둘러싼 이동통신업계의 공방을 바라보는 가입자들의 시각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텔레콤은 다음달로 예정된 리비전A 서비스 도입을 앞두고 자신들의 기존 `019' 식별번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KTF는 3세대(G) 서비스인 리비전A에 기존 식별번호 부여는 `특혜'라며, 번호세칙 등 관련 규정에 따라 반드시 010 식별번호가 부여돼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LG텔레콤은 리비전A가 2㎓의 새 주파수대를 이용한 별도의 서비스가 아니라 기존 주파수 대역에서 동기식 CDMA 방식이 진화한 이동통신 서비스이므로 010 번호통합 정책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즉 SKT나 KTF가 비동기식 IMT-2000사업자로 선정되면서 2㎓대역에 별도의 주파수 대역을 부여받았지만 LGT는 이와는 달리 기존에 허가를 받은 주파수 대역에서 리비전A를 서비스하는데 이를 3G서비스로 보고 010번호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라는 것.

이 같은 식별번호 논란은 리비전 A를 어떤 성격의 서비스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이전부터 CDMA EV-DO 기술을 3세대로 인정했으나 정보통신부는 지난 2000년 EV-DO를 기술의 진보로 인한 2.5세대 기술로 규정하고 동기식 3세대 서비스는 EV-DV(Data & Video)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정통부는 IMT-2000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동기식 CDMA EV-DO기술을 기술의 진보로 보고 사업자들이 별도의 허가없이 할 수 있도록 허용한 반면 EV-DV나 WCDMA(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는 반드시 허가를 받도록 하고 이에 따른 주파수 할당 대가를 무려 1조3천억원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KTF는 WCDMA보다 한단계 진화한 HSDPA(고속하향접속)에 회사의 명운을 걸고 현재 `쇼'에 전력하고 있는 반면 2G의 지배적 사업자인 SKT는 HSDPA나 EV-DO에 대한 신규 투자를 최대한 줄인 채 자신들이 독점하고 있는 800㎒대역의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번호이동 논란의 핵심은 `가입자 뺏기'를 통해 통신 시장을 유리하게 이끌어 갈려는 `생존 싸움'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리비전A에 010 식별번호가 주어지면 현재 019를 사용하는 LG텔레콤 가입자들은 동일한 주파수를 이용하면서도 리비전A를 이용하기 위해 기기를 바꿀 때 번호를 010으로 바꿔야 한다.

번호 바꾸기를 싫어하는 가입자들의 특성상 기기 변경을 원하는 가입자들은 LGT가 아니라 아예 KTF나 SKT로 번호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가입자들이 리비전 A에서 번호 이동에 불편함을 느끼게 되면 LGT는 번호이동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려는 정통부의 방침과는 반대로 SKT와 KTF의 양강 구도로 갈 수 밖에 없다. 019번호를 그대로 이용해 리비전A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면 굳이 LGT에 남아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

리비전 A 도입을 고민하고 있는 SK텔레콤도 010 식별번호가 부여되면 투자 계획을 재고해야 한다.

리비전 A는 기존 동기식 CDMA 2000에서 발전한 상위 기술로, SKT와 KTF가 서비스하는 비동기식 GSM(유럽방식)에서 진화한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보다 속도는 뒤지지만 영상, 데이터 송수신에서 대등하다.

LGT는 2001년 8월 `폭탄 돌리기' 끝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IMT-2000 동기식 사업권을 갖게 됐다.

LGT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막대한 투자 비용을 들여 2㎓ 대역에서 리비전A 서비스를 하게 될 처지에 놓이자 지난해 7월 주파수를 반납했고 그 대가로 남용 사장이 퇴진하는 파동을 겪는 등 우여곡절 끝에 이제 겨우 기존 주파수 대역에서 리비전A 서비스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IMT-2OO0 사업권 선정 때 잠재돼 있던 문제가 결국 곯아터진 셈"이라며 "지난해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사업권을 반납하고 LGT 대표이사직을 내놓은 것과 마찬가지 논리로 정통부는 리비전A에 대해 기존 019 식별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