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 눈덩이로 불어난 차입금 상환 '허겁지겁'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사진>이 자사주 매각, 회사채 발행, 기업공개등 모든 카드를 동원해 유동성 위기 타개에 나섰다.
현대건설 인수에 실패하고 대북사업마저 안갯속인 상황에서 지속적인 경기침체로 그룹의 재무건전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
대표기업인 현대상선은 유동성이 최근 5년래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게다가 올해 만기도래 차환금만 1조원이 넘고, 여기에 6천800만 달러(약 771.5억원) 규모의 선박투자와 함께 그룹 차원에서 1천700억원하는 남산 반얀트리 인수자금까지 마련해야 하는 처지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 회장은 최근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하던 주식을 대량 처분해 현금확보에 나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규모 회사채 발행으로 차환자금 마련에 팔을 걷어 붙이고 있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의 우선주 555만1천940주(8.33%)를 지난 21일 시간외매매로 장내 처분했다. 이로써 확보된 자금은 1천억원에 달한다. 이번 처분으로 현대상선의 현대증권 우선주 지분은 1천458만9천주(21.9%)에서 903만7천60주(13.57%)로 크게 줄어들었다.
현대상선에 이어 현대엘리베이터도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자사주 341억원어치를 지난 23일 처분키로 결의했다. 이번 주식 처분으로 현대엘리베이터 자사주는 35만6천226주(3.3%)에서 11만2천856주(1.1%)로 줄어들었다.
이로써 현금 1천341억원 가량이 확보됐지만 그룹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인 상황. 현대상선은 지난해 3천700억원 상당의 영업손실액과 4천700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로인해 현금성 자산이 2010년 1조2천억원에서 최근 6천500억원대로 떨어졌다. 총차입금은 6조원에 달한다.
현 회장은 올해 현대상선이 매출액 7조7천647억원, 영업이익 1천308억원을 달성,흑자전환 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현 회장은 지난해 어려운 가운데서도 세계 최대 해운동맹 'G6'를 출범시켰고, 1만31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5척을 포함해 총10척의 선박을 발주하는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최근에는 중장기적인 해운업 경쟁력을 강화를 위해 브라질에 터미널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화급한 것은 올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수천억원의 차입금 상환 문제.
이를 위해 현대상선은 최근까지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이달 말 2천500억원 등 약 4천억원이 넘는다. 지난해 회사채 발행으로 6천800억원 가량을 확보한 것에 비해 올해는 발행규모를 대폭 키운 것.
현대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도 이달 초 1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 중 900억원이 차환자금, 나머지 1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현대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으로 떠오른 종합물류회사 '현대로지스틱스'는 대표주관사를 동양증권과 대우증권으로 선정해 오는 2013년 증시 상장을 목표로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현대로지스틱는 2010년 3월 현대택배에서 시작해 2년전 현대로지엠으로 바꿨다가 이번에 또 다시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현대로지스틱의 기업공개(IPO)는 지난해부터 예정돼 왔다. 지난해 1월 현대건설 인수자금 및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1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2대주주인 우리블랙스톤PE(30%)에 회사 IPO를 약속한 것이다.
현 회장은 현재로지스틱스의 증시 상장을 앞두고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도 잊지 않았다.
지난달 말 현대로지스틱스는 솔로몬투자증권을 상대로 3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이번 BW는 회사채와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워런트가 더해진 옵션부 사채로 2016년 2월 말부터 2년간 주당 1만6천501원을 행사할 수 있는 워런트가 있다. 210억원의 워런트는 현 회장과 장녀 정지이 전무 등에 매각돼 신주가 상장된 이후 경영권 안정에 기여할 전망이다.
한편 재계에서는 지난해 유럽발 금융불안으로 촉발된 해운업 불황이 심화된 가운데 현 회장의 과감한 주가부양 정책이 성공한터라 올해 유동성 문제도 순조롭게 해결될지 주목하고 있다. 현 회장은 지난해 800억원을 투입, 현대상선 자사주 매입으로 2만원대로 바닥을 쳤던 주가를 최근 3만원대로 올리는데 성공했다.(사진=연합뉴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