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선물세트 구경해볼까?…배달까지 007작전

2007-08-31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코냑 1500만원, 와인 250만원, 굴비 200만원.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인 60, 70년대의 대표적인 명절 선물세트는 단연 눈처럼 흰 설탕이었다. 계란이나 양말도 좋은 선물이었다.


그러나 요즘 추석 특수를 맞은 백화점엔 서민은 구경하기조차 힘든 수백만원,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초고가의 황제 선물세트가 즐비하다.


최근 고급 백화점 간 명품 대결이 치열해지면서 주류나 정육, 청과 등을 중심으로 한 초고가 선물세트 유치 경쟁이 한창이다.


범상치 않은 높은 가격에 ‘뇌물세트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오지만 이 같은 황제 선물세트에 세인들의 눈길이 집중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수량이 적을수록 몸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법. 백화점 한정세트뿐 아니라 전 세계 한정상품으로 진화한 ‘나만의 명품’들도 많다.


신세계와 롯데백화점이 함께 선보인 최고가 선물은 1500만원짜리 ‘루이 13세 블랙 펄’ 코냑이다. 신세계와 롯데는 이번 추석 명절에 각 2세트, 1세트씩 준비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이 코냑 선물세트는 1906년 레미 마틴 가문만을 위해 특별 제조된 단 한 통의 배럴에서 만들었다. 수량은 전 세계적으로 786병으로 희소성이 높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고가 선물 중엔 최근 몇 년 새 몸값이 치솟은 와인 선물세트도 많다. 롯데백화점은 1년에 2만상자만 한정생산한 ‘샤토 라투르 세트’를 770만원에 내놨다.


신세계백화점도 라벨의 가치나 와인 품질 면에서 전설적인 와인으로 평가받는 ‘샤또 무똥 로췰드 82’(250만원)를 2병 한정판매한다. 갤러리아는 ‘본미르 2001’ ‘뮈지니 2001’ ‘샹몰 뮈지니 2001’ 3병 1세트(200만원)를 준비했다.


고급 백화점들이 공통적으로 선보이는 굴비나 한우, 곶감 세트 등도 100만원을 호가한다. 무형문화재 한춘섭 선생이 만든 롯데백화점의 ‘담양한과 예인’(500만원) 한과세트, 육포와 인삼, 도라지 등이 혼합된 갤러리아의 ‘정과세트’(100만원)도 주목받는 황제 선물세트다.

그러나 이 같은 황제 선물세트는 상품을 거래하는 방식도 일반 선물세트와 크게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전화 예약주문이 많은 데다 구입한 뒤에도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가져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상품은 택배회사나 퀵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백화점 직원이 직접 상품을 배달한다. 제품을 아예 매장에 전시하지 않고 물건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갤러리아는 25년근 장뇌삼(3뿌리 365만원)의 경우 아예 매장엔 샘플만 진열하고 진품을 내놓지 않는다. 매장의 조명으로 장뇌삼이 변질될 것을 우려해서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포장은 보통 인삼과는 달리 상품 아래 위를 모두 이끼로 덮는다”며 “배송도 공급업체에 의뢰해 산삼관리 직원이 직접 배달처로 배송해준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도 활전복 세트(6미, 110만원)를 배송할 때 해수와 기포기를 함께 내장해 신선도를 유지할 계획이다.


백화점업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런 선물을 구입하는 고객들은 고가인 만큼 비서나 대리인을 세우지 않고 직접 와서 골라가는 경우가 많다”며 “상품 준비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사전 예약을 해야 하고, 전화로 주문을 해도 결제를 위해서는 반드시 매장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hit@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