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덩치는 글로벌, 서비스는 구멍가게 저리가~"

부실한 AS로 소비자 불만 폭주..AS센터-본사 책임 핑퐁

2012-03-29     조현숙 기자

HP가 세계적 기업이라는 명성과는 반대로 무책임하고 성의 없는 AS로 국내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HP의 프린터, 노트북, 복합기 등에서 제품 이상을 발견한 소비자들은 서비스센터와 본사 측이 서로 책임을 미루거나 말바꾸기만을 반복하는 상황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2011년 한 해동안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접수된 HP 제품 관련 불만 제보는 총 35건에 달했으며, 최근에도 HP사 제품 AS 관련된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HP의 AS 관련 불만이 삼성전자,LG전자,삼보컴퓨터,엡손등 국내 경쟁사들과 구분되는 점은, 소비자와 직접 맞닿아 있는 서비스센터의 AS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애매한 말 바꾸기로 시간을 지체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


또한 교묘한 방식으로 무상 AS기간을 넘기거나 반복적인 동일 하자에도 불구 환불해주지 않고  교환만을 강요하는 등 규정에서 벗어난 대응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

피해 소비자들은 하나같이 "글로벌기업이라는 이름이 유명무실하다", "한국에서 매출을 올리면서 왜 한국 소비자들을 푸대접하느냐"는 항의하고 있지만 정작 업체 측 서비스센터와 본사 측은 이렇다할 해결책 제시는 커녕 묵무무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 무상 AS 1년 시간끌더니 이제와 수리비 요구?

29일 서울 역촌동에 사는 김 모(여.49세)씨는 지난 2010년 말 15만원 상당의 HP 복합기를 구매한 이후 늑장 AS 처리로 줄곧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토로했다.

구입 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팩스 사용 시 여러장이 보내지지 않고, 복사와 팩스 송신도 제대로 되지 않아 전화로 AS를 신청했다. 그러나 전화 안내대로 사용방법을 고쳐봐도 제대로 기능이 작동되지 않아 김 씨는 새제품으로 교환을 요구했다.

그러자 서비스센터 측은 교환을 거절하며 무상 AS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출장비 2만5천원을 요구했고, 기사 방문 후 판단하겠다며 김 씨를 설득했다고. 그러나 방문 수리 후에도 얼마간은 정상 작동하다 또 같은 이상이 생기기를 몇차례 반복해 몇 번이고 출장 수리가 진행됐다.

그리고 지난달 말 역시 팩스 송신이 제대로 되지 않아 서비스센터 측으로 연락하자 "이제 무료 AS 기간이 넘었으니 수리비 9만8천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김 씨는 “구입할 때부터 제품 하자가 분명했음에도 굳이 방문 후 체크하면 괜찮다고 권하며 1년이라는 시간을 끌어놓고 이제와서 무상 AS 기간이 지났으니 수리비를 내라니 너무 괘씸하다”며 “13만원짜리 제품에 10만원 수리비를 지불하라니 농락당한 기분을 떨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HP 측은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 개봉 흔적 있는 프린터, 포장 상태가 왜 이래?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왕 모(남.38세)씨 역시 지난달 한 인터넷몰에서 구입한 30만원 상당의 HP 컬러레이저프린터로 골머리를 앓았다. 박스가 이미 개봉이 됐다 다시 테이프로 재포장된 흔적을 발견한 것.

전자제품의 경우 박스를 개봉하거나 포장이 훼손된 흔적이 남으면 사용한 것으로 간주, 반품 등에 제한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왕 씨는 인터넷몰 측에 항의했다.

하지만 쇼핑몰 측의 설명인 즉, 같은 기종의 HP 레이저 프린터 모든 제품이 공장에서부터 이중으로 테이핑되어 배송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는 것.

왕 씨는 다시 HP고객센터로 연락해 재포장된 제품을 사용할 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환불 요청하자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제품들 중 간혹 부속품이 빠진 기종의 경우 국내에서 부속품을 집어넣는 경우가 있어 이중테이핑을 하지만 성능 하자가 없는 제품이라며, 환불을 원하면 쇼핑몰과 협의하라는 무책임한 안내가 이어졌다.

왕 씨는 “공장에서 출고 시 부터 부속품이 빠진 전자 제품이 정상이라니 어이가 없다”며 “혹여 반품처리된 제품을 재판매하는지 어떻게 아느냐”며 분개했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전세계에 판매되는 제품이라 전원케이블이 110v가 들어가 있는 경우, 이를 220v용 케이블로 교체하기 위해 re-taping하는 것으로 중고제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소음'노트북, AS센터 말바꾸기에 소비자 분통

대전 대덕구에 거주하는 김 모(남.29세)씨는 지난해 10월 HP 노트북(Probook 4300s) 구매했다가 AS 엔지니어와 본사 측의 말 바꾸기에 분통을 터트렸다.

노트북의 여러 기능을 작동해 보던 김 씨는 이어폰을 연결한 상태에서 터치패드를 작동시키면 큰 소음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HP서비스센터를 찾았다.

엔지니어는 이어폰 테스트 후 “화이트노이즈와 관련한 문제들은 애매해 수리가 어렵다. 만약 수리를 할 경우 내가 본사로부터 패널티를 받게 된다”는 황당한 설명을 했다고. 실랑이 끝에 김 씨는 발길을 돌렸지만 도무지 참고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소음이 아니라는 판단에 결국 한 달 후 다시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다.

엔지니어는 이번엔 더 황당한 설명을 늘어놨다고. 기기에는 이상이 없으며 오히려 김 씨가 싸구려 이어폰을 사용해 그런거니 고급 이어폰이나 스피커로 교체를 권장했다는 것.

김 씨는 “문제가 있어도 수리를 못한다고 하다 이제 이어폰이 허접한 탓이라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기막혀했다.

이에 대해 HP 관계자는 “화이트 노이즈와 같은 문제는 연결하여 사용하는 이어폰, 스피커의 문제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컴퓨터 자체 시스템상의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자꾸 말을 바꿔 우롱당하는 기분이다. 만약 업체 측 주장대로라면 첫 방문 시 ‘수리시 본사의 패널티를 받는다’, ‘애매한 부분이라 곤란하다’라고 말한데 대한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HP관계자는  “서비스센터 직원의 잘못된 설명”이라며 “일정수준 이상의 이어폰을 사용하면 소음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기이상을 전면 부인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