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환 '전두환 구권화폐 사기'바람잡이

2007-08-31     뉴스관리자
사기 혐의로 수배를 받고 종적을 감춘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65)씨가 사기범들과 어울려 `바람잡이' 역할을 한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31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이모(43)씨와 조모(61)씨는 전두환 대통령 시절의 구권 화폐 비자금설을 미끼로 사기 행각을 벌이기로 마음 먹고 피해자 L씨에게 접근했다.

이씨 등은 2006년 4월께부터 L씨를 수시로 만나 "한국은행이 발행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구권 화폐 비자금 50억원이 있는데 실제 금액보다 30% 싸게 살 수 있으니 부족한 자금 5억원을 준비해 줄 수 있느냐"고 유혹했다.

이들은 반신반의하는 L씨를 속이기 위한 `바람잡이'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씨를 동원했다.

조씨가 한강시민공원 유람선 선상카페에서 전씨와 식사를 하고 있는 동안 이씨는 L씨를 데리고 가 먼 발치에서 두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이씨 등은 L씨에게 구권화폐에 대한 믿음을 심어 줄 수 있었고 L씨는 `2억을 주면 7억을 돌려준다'는 말에 속아 2006년 6∼7월 수 차례에 걸쳐 이들에게 2억원을 내 주었다.

검찰은 다른 범행으로 구속돼 이미 구치소와 교도소에 갇혀 있는 이씨와 조씨를 이 같은 사기 혐의로 31일 추가 기소했지만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전씨는 조사하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씨를 소환 조사하려고 했지만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확인해보니 이미 다른 수사기관서 2∼3건의 수배가 걸려 있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따라서 전씨가 구권화폐 사기범 이씨 일당에게 단순히 이용당한 것인지 적극적인 바람잡이 역할을 한 공범인지 여부는 아직 명확히 가려지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이씨는 L씨에게 1억원의 돈을 송금받을 때 전씨의 운전기사 김모씨의 계좌를 이용하기도 해 전씨가 단순히 부적절한 식사 자리에 참석했다고만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전씨는 2004년 한 건설업체 대표에게 접근해 `1천억원(미화 1억 달러)의 외자유치를 도와주겠다'고 말해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7억원을 받아챙긴 사기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고소를 당했지만 종적을 감춰 기소중지된 상태다.

당시 고소인은 "전씨가 액면가 1억달러짜리 미 재무성 채권과 1만원권 구권 다발 등을 보여주며 막대한 비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행세해 업무추진비를 줬다"고 말했었다.

5공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의 후광으로 새마을본부중앙회장 자리까지 올랐던 전씨는 1988년 3월 공금 76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돼 이듬해 5월 징역 7년과 벌금 22억원, 추징금 9억8천900만원이 확정됐지만 노태우 대통령 시절인 1991년 가석방으로 풀려났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