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구, 노사갈등-고배당논란 돌파가능할까

2012-04-03     임민희 기자
고액배당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던 하영구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 겸 씨티은행장이 이번에는 성과연봉제 확대 문제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최근 씨티은행 노동조합은 지난달 23일 단행된 은행 정기인사에서 1급 승진자가 빠진 점, 사측이 내부게시판을 통해 1~2급 통합과 3급까지 연봉제 확대 등 직급 및 보상체계 변화 가능성을 언급한 점에 주목, 이를 성과연봉제 확대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씨티은행 측은 "근거없는 억측"이라고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혹여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SC은행)처럼 노사갈등이 첨예화될 경우 씨티은행의 국내시장 위축은 물론 은행권 최장수 CEO(10년)인 하영구 행장의 리더십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 노조측은 사측이 최근 단행한 정기인사와 관련, 성과연봉제 확대 작업을 위한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진창근 노조위원장이 지난달 27일부터 일주일째 은행장실 1인 철야농성을 벌이는 등 노사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 진 위원장은 "1급 승진 문제뿐만 아니라 사측의 인사정보에서 1~2급의 통합을 거론한 것, 지난 2월 임금단체교섭 상에서 사측이 계획했던 부분들이 현재 그대로 이행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전반적으로 연봉제 강화를 위한 시나리오의 첫 단추로 보고 대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 2급 통합문제는 노사 합의사안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통합계획을 철회할 것과 추가적인 승진인사를 단행할 것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며 "인사는 경영진의 권한이라고 하지만 법률적으로 정기노사협의회 등을 통해 인사 및 경영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도록 되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씨티은행 관계자는 "1,2급은 부장급 이상으로 원래부터 연봉제를 시행 중이고 3~5급은 호봉제여서 연봉제를 확대하려면 조합원의 근로조건에 관한 사안인만큼 노조와 합의없이 사측이 일방적으로 진행할 수 없다"며 "연봉제 확대를 검토한 사실도 없고 그럴 계획도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정기인사에서 1급 승진자가 없었던 이유에 대해 "최근 2년간 1급 인사 퇴직이 없었던 데다 씨티은행의 고위직급(1~3급) 비율이 전직원의 30%로 시중은행 평균인 22%를 웃돌 정도로 최고수준이기 때문에 추가승진인사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씨티은행 노사 모두 대화 여지를 남겨 두고 있지만 씨티은행도 같은 외국계 은행인 SC은행처럼 성과주의문화 도입을 놓고 경영진과 노조간의 이견차를 보이고 있어 갈등을 해소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이렇듯 씨티은행이 여러모로 악재에 시달리면서 하영구 행장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사실 하 행장은 지난 2001년 옛 한미은행장을 거쳐 2004년 씨티은행장을 맡아 10년째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지켜왔지만 그간 국내 서민금융 및 중소기업 지원은 소극적이면서도 고배당과 고금리 대출영업 등으로 모기업인 씨티그룹의 이익에 치우친 경영을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로 씨티은행은 지난 2004년 미국계 금융그룹인 씨티그룹에 인수된 후 2005년 916억원, 2006년 655억원, 2007년 917억원, 2010년 1002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당기순이익 4568억원 중 1300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해 물의를 빚었다.

이런 마당에 최근 성과연봉제 논란까지 겹치면서 하 행장의 입지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하 행장의 고액연봉도 두고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 행장을 포함한 씨티은행 등기이사(2명)에게 지급된 보수총액은 16억2700만원, 1인당 평균 지급액은 8억1300만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2조원 가량의 실적을 올렸던 다른 시중은행장들에 비해 훨씬 많은 액수다.

은행권 최초로 3조원의 실적을 올렸던 신한은행은 등기이사(3명)에게 총10억7500만원(1인당 평균지급액 3억8700만원)을 지급했다.

지난해 2조원 가량의 순이익을 올린 국민은행은 등기이사(3명)에게 총9억1400만원(1인당 평균지급액 3억500만원), 우리은행은 등기이사(2)에게 총5억6787만원(1인당 평균지급액 2억8393만원)을 지급했다.

씨티은행의 노사갈등 우려와 그간 영업관행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은 가운데 수세에 몰린 하 행장이 어떤 해결책으로 돌파구를 마련할지 금융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