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3세 경영 본격 개막, 박태영 실장의 숙제는?

2012-04-04     임수영 기자
하이트진로 박문덕 회장이 아들 태영 씨를 경영 일선에 배치하며 고 박경복 명예회장-박문덕 회장-박태영 실장 3세 경영의 신호탄을 울렸다.

하이트진로는 작년 경쟁사 오비맥주에 점유율 1위를 내주는 등 고전하고 있어 태영 씨의 경영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4일 하이트진로는 박문덕 회장의 장남 태영(사진, 35)씨를 경영관리실 총괄임원(실장)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박태영 실장은 9일 부로 발령돼 본격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경영 공부를 마치고 실전 무대에 첫 데뷔한 박태영 실장은 올해 숙제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5년간 맥주시장에서 경쟁사에 점유율을 잠식당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한국주류산업협회 출고자료에 따르면 2007년 59.15%였던 하이트진로의 맥주 시장 점유율은 매해 평균 2%p 감소세를 보이며 작년 48.18%까지 11%p 추락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 오비맥주가 2007년 점유율 40.85%에서 작년 51.82%로 11%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실적도 불안한 행진을 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5년간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 등이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며 기복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9월 진로와의 합병 시너지로 매출액,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상승했지만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하이트진로의 작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비 39.6%, 27.1% 상승한 9천849억원, 1천3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률은 전년보다 1%p 하락한 10.2%를 기록했다. 

2007년 20%대를 웃돌던 영업이익률이 2010년 11.2%로 돌아선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같은 기간 오비맥주의 영업이익률은 2007년 21.7%에서 2010년 26.7%로 쭉 오르막길을 걷고 있다. 오비맥주의 작년 실적은 아직 공시되지 않았다.

KTB투자증권 김민정 연구원은 “하이트진로의 맥주 시장 점유율이 2006년 이후 4년 연속 하락세”라며 “하이트맥주가 경쟁사의 제품 라인업 확장 정책에 대응하는 ‘브랜드’ 투자효과를 발휘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영권 승계 논란도 종지부 찍어야

그동안 박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은 많은 논란을 야기해 왔다.

박태영 실장은 현재 하이트진로 특수관계 회사인 서영이앤티의 최대주주로 지분율 58.44%를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의 차남 재홍 씨도 2대주주로 지분율 21.62%를 가지고 있다.

장·차남이 총 80%의 지분을 가진 가족회사다.

서영이앤티는 하이트진로의 지주회사인 하이트홀딩스의 2대주주로, 하이트홀딩스 최대주주인 박 회장 지분율 29.49%에 근접한 지분율 27.66%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이트홀딩스는 하이트진로 지분율 59.48%를 보유하고 있다.

이때문에 삼진이엔지를 전신으로 하는 서영이앤티는  태영 씨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태영 씨는 2008년 삼진이엔지 주식 73%를 사들여 최대주주로 등극하며 후계자로써의 존재감을 나타냈다.

이후 박 회장은 삼진이엔지에 계열사 하이스코트를 법인증여했다.

당시 하이스코트는 하이트맥주 지분율 9.8%를 가지고 있었고 자연스레 태영 씨에게 지분이 넘어갔다. 

삼진이엔지는 하이트맥주의 또 다른 계열사인 삼진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합병하고 사명을 서영이앤티로 변경하는 등 몸집을 불려갔다. 

현재 박태영 실장은 하이트진로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서영이앤티를 통해 지분율 2.59%를 보유하며 3대주주로 등극한 상태다. 2대 주주인 박 회장 지분율 2.61%와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박태영 실장은 영국 런던 메트로폴리탄대 경영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경영컨설팅 업체 엔플렛폼(nPlatform)에서 팀장급으로 일하며 기업체 인수합병 업무를 맡아왔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