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식 영토확장 나선 네이버?
2007-09-04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포털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보안시장 진출은 기존 영세한 보안시장을 단숨에 뒤흔들어놓을 위협요소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시장지배력을 기반으로 NHN이 ‘백화점식’ 영토확장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견이다.
▶네이버의 무한질주?= 네이버가 최근 개발을 마친 ‘PC그린’은 바이러스ㆍ웜ㆍ해킹은 물론 스파이웨어까지 검사ㆍ치료ㆍ차단할 수 있는 백신프로그램. 여기에는 온라인보안업계의 주 수익원인 ‘실시간 감시’과 ‘자동업데이트’ 기능이 포함돼있다.
현재 가장 많이 보급된 백신프로그램인 안철수연구소의 ‘빛자루’는 유료서비스. 그러나 네이버는 이들 기능을 사실상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하루 방문자만 1400만명이 달한 네이버가 실시간 감시 기능을 무료로 제공할 경우 300억원규모의 온라인보안시장에는 치명타라는 게 관련업계 우려다.
네이버는 포털을 기반으로 해 다른 사업군에 일찌감치 진출해왔다. 전자상거래부문에서 네이버가 지식쇼핑을 본격 운영하면서 2000년대 초반 우후죽순 생겨났던 가격비교사이트 역시 큰 타격을 받았다. 네이버의 지식쇼핑 급성장세에 반해 중소가격비교사이트들은 방문자수와 매출이 급락했던 것.
네이버의 전자상거래 성장은 78%에 달한 검색시장점유율에서 유입된 견인효과로 가능했다. 검색을 기반으로 가격비교, 리뷰, 상품 정보, 쇼핑사이트 등으로 원스톱 쇼핑을 갖춰 전자상거래의 블랙홀이 된 것.
기존 한창 활발하던 영화정보사이트 역시 예매, 영화정보 등을 갖춘 네이버 영화가 서비스되면서 자취를 감춘 바 있다.
▶시름앓는 중소업체들= 네이버의 보안시장 진출을 바라보는 관련업계 시선은 싸늘하다. 안철수 연구소 관계자는 “시장지배적 포털로서 영세한 보안업체들의 경쟁자가 된다면 열악한 보안시장에서 공정한 기업활동을 보장받을 수 없다”며 “외국개발업체와 제휴로 외국업체의 국내시장진출을 돕는 것은 그동안 어렵게 형성된 소프트웨어시장을 짓밟는 행위”라고 말했다.
특히 네이버의 무료백신 배포는 기존 보안SW 시장 질서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 네이버가 보안시장에서 얻을 수익은 미미한 반면 관련업체에는 보안시장을 잃을 수도 있는 위협요소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는 과거 대기업이 중소기업시장을 앗아가는 행태와 다를 바가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보안시장에서 소비자 수요가 있어 진출을 적극 검토해왔으며 AOL등 외국 포털산업의 사례에서도 이는 산업발전상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네이버의 독주로 중소CP(Contents Provider)와 다른 군소산업의 고른 성장세에 장애가 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업계에서는 대형포털과 중소전문업체간 상생모델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업체의 전문성을 살려 같이 커갈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결국 국내인터넷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포털업체들은 블로그업체 등 중소CP와 수평관계를 맺고 동반성장사업모델을 추구하는 것이 그 예. 다음의 경우도 안철수연구소와 양사 기술과 인프라를 통한 공동 개발 및 마케팅에 적극 나서기로 합의한 바 있다.
권선영 기자(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