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신차' 팔아 놓고 나몰라라

<동영상.사진>부분 도색…중고타이어 장착… 볼트­­·너트 빠져…

2007-09-05     백상진 기자

         "어디서 어떤 사연으로 굴러먹다 온 차를 목숨을 담보로 그냥 타고 다녀야 하느냐."(임재웅 소비자)

"부분 도색에 라지에이터 그릴, 보닛까지 교환된 차를 어떻게 타고 다니겠느냐."(유삼순 소비자)

"브레이크 볼트와 너트는 안전과 직결되어 절대로 빠지지 않아야할 부분인데, 꼭 사고로 이어져야만 보상이 가능하느냐.”(우인택 소비자)

"눈가리고 아웅하듯 문제가 생긴 부분을 살짝 도색해서 새 차로 속여 판매하는 행위는 용서받지 못할 행위다." (홍영미 소비자)

중고차 얘기가 아니다. 새로 구입한 신차에서 나타나고 있는 각종 문제점들이다.

믿기지 않는 '불량 신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맺힌 절규가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세계 4위의 생산국, 5위의 수출국가로 성장하고 있는 한국 자동차산업이 부끄러울 정도다.

피해 소비자들에 따르면 신차에 냉매가 없고, 흙묻은 중고 스페어타이어가 달려있다. 전시차량, 부분 도색된 차량, 부품이 교환된 차량을 새차로 판매했다. 안전과 직결된 브레이크 페달에 볼트와 너트가 빠져있다.

그러나 해당 자동차 제조ㆍ 판매회사측은 소극적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인정하려 들지않거나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교환ㆍ환불 요구는 '쇠귀의 경읽기'다.

최근 본보에 올라온 소비자 피해 사례를 정리했다.

#사례1=공무원인 임재웅(50·경기도 남양주시 평내동) 씨는 지난 7월초에 구입한 현대차 '투싼' 차량의 에어컨이 되지 않았다. 탁송받을 때부터 문제가 있었다.

판매자에게 전화하니 “신차에 냉매가 없을 수도 있다”는 얼토당토한 이야기를 했다.

이튿날 가서 냉매를 주입한 후 며칠간 버티다가 계속 문제가 있어서 냉각시스템을 교체했다.
 
더 기막힌 일이 발생했다. 어느 토요일 저녁 식당에 들어가려다 보니 타이어에 바람이 없어 우선 보조타이어로 교체하고자 서비스를 불렀다.

타이어를 꺼내보니 흙 묻은 중고타이어가 그 속에서 버티고 있었다. 더구나 펑크 난 타이어를 수리하려고 갔는데 그 타이어가 워낙 미묘한 부분이어서 교체를 해야 된다고 했다.

그러나 서비스센터측은 타이어를 바꿔주면서 "(차량의) 교환사유는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 씨는 “그런 부분에 대하여 차량 교체가 안된다고 하면 어디서 어떤 사연으로 굴러먹다 온 차를 우리는 목숨을 담보로 그냥 타고 다녀야 하느냐”라고 따졌다.
    

    #사례2=주부 유삼순(49·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금광1동) 씨는 2005년 10월4일 현대차 투싼(승용차)을 일시불로 1863만8000원을 주고 구입했다.

일주일도 되지 않아 보닛 도색이 모래알처럼 벗겨지기 시작했다. 영업맨에게 연락하니 확인 후 서비스를 받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차량이 굴러가는데 지장이 없었고 또한 남편의 출퇴근 차량이었기에 그냥 지나게 되었다.

그 후 2006년 4월경 투싼 리콜 문자 메시지를 받고 다시 영업맨에게 연락하니 남편이 시간이 없는 관계로 영업맨이 서비스를 다녀온 후 “아무 이상이 없다”고 그냥 타라고 하였다.

2007년 6월 15일 남편은 보닛 벗겨진 부분과 4만km 되기전(당시는 3만600km) 점검을 한다며 영업맨과 함께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이곳에서 정말 어처구니 없는 말을 듣게 되었다.

서비스를 담당하시는 분이 보닛을 열자마자 “라지에이터 그릴이 교환되었고 보닛은 도색을 한 것이기 때문에 무상수리를 받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이었다.

차를 구입한 후 처음으로 서비스를 방문하였고 남편 외에는 누구에게도 빌려 준 적이 없는 차였다. 너무 어이가 없어 또 다른 서비스센터 여러 곳을 방문하였지만 모두가 한결같았다.

억울하고 견딜 수가 없어 건설교통부에서 인정한 자동차성능검사소를 찾았다. 담당자는 “라지에이터 그릴교환과 도색문제가 아니라 보닛 자체가 제 짝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유 씨는 “이런 차를 팔아놓고도 차를 바꿔준다거나 보상 이야기는 없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 불만을 어디에다 토로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 홍보실 관계자는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올라온 제보를 확인했다. 회사의 규정상 피해 제보의 내용은 환불이나 교환이 불가능하다. 다만 지금 해당 차량의 수리를 위해 서비스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례3=회사원 우인택(30·경북 군위군 부계면) 씨는 2006년 3~4월쯤 GM대우 ‘레조’를 구입했다. 현재 2년 40000km의 보증기간을 벗어나지 않았다.

올해 7월 5일 운전석 아래에서 너트 하나가 발견되었다. 풀린 부분을 찾아보니 너트는 브레이크 페달에서 빠진 것이었다. 볼트도 2/3가량 빠진 상태였다.

순간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엑셀 페달도 아니고, 옵션으로 ABS를 장착한 브레이크 페달이었다.

GM대우에서 “정비해주겠다”고 하는데 믿음이 가지 않았다. 보증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구하니 엔진오일만 교환해주겠다고 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를 하니, GM대우 고객센터 상담원이 브레이크 부분에 대해 1만km연장과 정비를 해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우 씨는 “자동차 주요 부품에서 볼트와 너트는 안전과 직결되어 절대로 빠지지 않아야할 부분”이라며 “꼭 사고로 이어져야만 보상이 가능하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GM대우 관계자는 "출고 직후 1년 이내에 차량의 안전과 성능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간주되는 문제가 4회 이상 발생하면 회사 방침에 의해 교환을 해준다. 주행 도중 다양한 충격으로 인해 브레이크 너트가 느슨해 질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사고로 이어질 만큼 차량이 허술하게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이 문제는 법에서 규정된 내용에 따라 보상할 것이다. 고객께서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례4=소비자 홍영미(여·40·강원도 원주시 태장2동) 씨는 2006년 6월 16일 기아자동차 원주 지점에서 ‘로체 LS 2.0’ 새차를 구입했다.

출고 후 한 달이 안된 시점에서 영업사원이 세차 서비스를 해주겠다고 세차장으로 오라고해서 가서 세차를 하는 도중(영업사원이 직접 코팅을 해줌) 조수석 휀다 부분에 살짝 광이 죽은 걸 발견하고 영업사원에게 물었다.

그 분은 "이건 왁스한번 먹이면 광이 살아날 거예요"라고 해서 차에 대해서 잘 아는 분이 그러니까 그러려니 했다. 운행에 지장이 없기에 그냥 넘어갔다.

그리고 몇달 지났다. 점점 광이 죽어가고, 또 얼룩까지 생겼다. 속이 상했다.

단순히 도색 불량인줄 알았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100% 무결점일순 없겠지, 나중에 서비스센터에 가서 도색서비스 한번 받으면 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올해 5월 자동차 정비를 하는 남동생이 우리집에 잠깐 와서 같이 차로 인천으로 동행을 하게 되었다. 운전석에 타고 있던 동생이 조수석으로 타면서 "사고난적 있냐"고 물었다.

10년 이상 무사고 운전자라 사고 낸 적 없다고 하니 “휀다 부분도색은 왜 했냐. 살 때부터 그랬냐”고 다시 물었다.

그 때 처음 알았다. 그 부분이 공장에서 도색불량으로 나온 차가 아니라 부분도색이 된 차라는 것을. 그리고 보닛을 열어 휀다를 조이고 있는 볼트를 살펴봤더니 3개의 볼트중 2개가 풀었던 흔적이 있고 가장 안쪽 볼트는 많이 이동한 흔적까지 보였다.

기아측에 항의를 하니 “출고 1년이나 지난 시점인지라 인증할 수가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도색은 해주겠다고 선심쓰듯 말했다.

홍 씨는 “보상은 커녕 사과 한마디 들어보지 못했다. 사진을 증거로 제출했는데도 기아측에선 인정을 하지 못한다고 오리발이다. 너무 분하고 억울해서 한동안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눈가리고 아웅하듯 문제가 생긴 부분을 살짝 도색해서 새 차로 속여 판매하는 행위는 용서받지 못할 행위”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기아자동차 관계자는 "얼마 전 고객이 주장한 유사한 사례를 가지고 한 TV프로그램에서 보도했다. 방송의 내용에서 보듯이 소비자가 주장한 부분의 문제는 제조사의 책임이 아니다.

또 고객이 주장하는 부분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뭐라고 답변을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례5=회사원 이상근(32·서울 구로구 구로동) 씨는 7월 31일 목동영업소에서 쌍용 ‘렉스턴2’ 전시차량을 0.2% 할인(DC)하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8월 9일 구비서류를 갖다주었고, 13일 국민카드로 360만원, 신한카드로 100만원, 수표로 360만원을 뽑아 차량등록및 초도비용을 지불했다. 14일 차량이 나온다고 해서 보험도 가입했다.

판매직원이 약속한 서비스 중 미흡한 곳이 있다고 해서 16일 오전 11시로 인수 날짜를 한 차례 미뤘다.

그런데 인수 당일 전화가 없어 전화해보니 “판매직원이 세차를 하러가다가 퀵서비스 오토바이와 부딪치는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이 씨는 급히 목동영업소에 차량을 확인하러 갔다. 보조석 앞문짝이 긁히고 뒷좌석 문짝이 푹들어가 있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다쳐서 병원에 입원까지 한 상태였다.

그는 “새 차를 구매하는 것이니 새 차로 바꾸어주든가 계약을 해지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영업소측은 “차량이 등록된 상태이고 고쳐줄테니 그냥 타라”고 강요했다.

“사람이 다쳐 병원에 입원까지 시킨 차를 절대 인수할 수 없다”고 하니 “자신 좀 봐 달라”고 애원했다.

더 이상 말이 안먹혀 그냥 돌아왔고, 다음날(17일) 다시 방문하여 “절대 인수할 수 없다”고 재차 인수거부의사를 표명하자 “자기도 방법이 없다”며 “법으로 하자”고 주장했다.

너무 어이가 없어 계약서에 있는 철회요청서를 목동영업소 소장한테 주고 왔는데도 처리는 커녕 19일 오전 전화로 “어쩔수 없다”며 “그냥 타달라”고 또다시 부탁했다.

소장은 “이전등록이 된 상태이니 본인차 아니냐”며 억지까지 부렸다.

그러나 이 씨는 차에 키도 꽂아보지 못했고 이전등록서류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

또 어이없는 것은 영업소측이 임의로 사고차를 가지고 가서 수리까지 의뢰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 쌍용자동차 고객센터에 전화했다.

고객센터는 “일단 차가 출고 된 상태라 영업소·영업직원과 해결해야 한다. 회사가 어떻게 해 줄 수는 없다”며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씨는 “A/S를 하는 직업이라 무거운 공구가방을 들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하는 처지인데도 영업소 소장이나 사고자 영업직원은 계속 타라고 강요한다”며 “힘없는 소비자들은 사고차를 울며 겨자먹기로 타야하는 것이냐”고 항의했다.

(이 씨는 결국 영업소장과 여러차례 얘기 끝에 500만원 추가 할인받기로 합의하고 23일 수리한 사고차량을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