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달라' 화재 대처도 럭셔리하게...
2007-09-05 뉴스관리자
2주 전 부자들의 휴양지인 미 북서부 아이다호주 선밸리 케첨에서는 202㎢ 면적에 걸쳐 화재가 발생했다. 이 지역은 아널드 슈워제네거를 비롯 존 케리, 데미 무어, 톰 행크스 등 명사들의 별장이 즐비한 초특급 부촌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살다 자살한 집도 여기에 있다. 2천여 가구의 집값은 60억 달러를 호가한다.
당시 화재 자체는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고가의 저택이 파괴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화염도 유명한 스키 리조트를 비켜갔다. 부상자도 전혀 없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법석을 떨었다. 이 지역 부동산 중개인인 토드 콘클린은 자신의 아내와 자녀들을 안전한 장소로 보낸 뒤 1천600여명의 소방대원와 주 방위대원 가운데 일부에게 온천요양을 제시하는 등 불을 끄러 온 사람들의 대접에 심혈을 쏟았다. 그는 "그들이 (온천요양은) 필요없다고 해 저녁식사를 대접했다"고 말했다.
화염이 헤밍웨이 생가를 위협했을 때 일부 부자들은 개인 비행기를 타고 창공으로 올랐다. 불구경을 위해서였다. 전 가구에 대피 명령이 내려진 뒤에도 일부 주민들은 집안에 쌓아둔 예술작품을 트럭과 트레일러에 싣느라 여념이 없었다.
보험회사들은 민간 소방팀을 케첨 지역에 보내 최악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 지역 200여 가구의 보험증권을 가진 대형 보험회사 AIG는 이 가운데 30-40개는 100만 달러의 가치가 있다면서 위험에 처한 10-12 가구에 화재 억제제를 뿌리기 위해 민간 소방요원을 급파했다고 말했다.
마을 안마사와 미용사들은 야산 기슭에 차려진 소방캠프로 가 대원들에게 무료 안마와 이발 서비스를 제공했다. 아이다호주 냄파 주민으로 선밸리에 도착한 벤 메하피 주 방위대 요원은 "내가 집에 도착했을 때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케첨 지역의 미용사가 그의 머리를 가위와 무스로 멋지게 잘라주었기 때문이다.
케첨은 미국 최초의 대륙횡단 철도인 유니언퍼시픽철도에 의해 1936년 건설된 마을이다. 미국 부자들과 그들의 달러를 서부로 유인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주민은 3천명. 하지만 이 지역에 수백여명이 별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스키와 연어낚시, 사냥, 하이킹, 미술 감상, 온천, 부티크 등을 위해 연중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이번 화재로 인해 지난주 케첨 인근 공항은 텅비었었다. 연기와 화염으로 인해 보통 1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미국 노동절 휴일의 행사도 취소됐다. 프리덤 메모리얼 공항을 관리하는 릭 배어드는 "공기가 나빠져 사람들이 일만 마치고는 떠나버렸다"고 귀띔했다.
AP 통신은 케첨 화재를 둘러싼 법석을 놓고 "진짜 부자들은 너나 나와는 다르다"는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유명한 말을 떠올렸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