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맛집탐방] 녹두지짐과 만두… 그리고 '어복쟁반'

2007-09-06     뉴스관리자

    ●삼미옥=서울에 섬이 있다. 여의도가 그 섬이다. 이 섬에는 국회가 있고 우리가 흔히 63빌딩이라고 부르는 대생빌딩이 있고 LG 쌍둥이 빌딩이 있다. 여의도는 수많은 넥타이 부대들을 안고 사는 덕분에 때만 되면 이들을 먹일 식당도 많다. 하지만 이 섬에서 유명한 먹거리를 가진 식당을 들어보기는 힘들다.

그 틈바구니에서 닭장 속의 학처럼 눈에 띄는 집이 하나 있다. 삼미옥(사장 문광석)이다. 이 집은 방송이고 잡지고 거의 안 나간 곳이 없는 식당이다. 이 집이 이렇게 유명세를 타는 이유는 어복쟁반 때문이다.

어복쟁반은 쉽게 설명하면 전골이다. 가운데가 오목하게 꺼진 놋쟁반에 삶은 쇠고기 양지머리를 죽 돌려 앉히고 그 위에 대파, 배추, 버섯, 쑥갓, 만두를 얹어 끌이다가 야채와 고기를 건저 묽은 양념간장에 찍어 먹는 것이다. 얼른 보면 누구나 집에서도 해 먹을 법하지만 어복쟁반을 취급하는 음식점이 몇 안 되는 것처럼 그렇게 쉬운 요리가 아니다.

“육수를 부어 끓여도 기름이 거의 안 떠요. 그래서 국물이 아주 담백합니다. 고기를 넣고 끓이는데 어떻게 기름이 하나도 안 뜨는지는 양지머리 삶는 비결에 있지요.”

어복쟁반을 먹으려면 처음부터 다짜고짜 먹는 게 아니라 순서가 있다. 끓을 때까지 먼저 녹두지짐을 먹고 그리고 나서 다 끓은 쟁반에 젓가락을 가져가는 것이다. 문 사장은 이 요리가 웰빙 음식이라고 했다. 기름이 없는 고기에 야채를 싸서 먹으니 살찔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녹두지짐은 김치와 돼지고기를 넣어 빳빳하게 부쳤는데 녹두를 알맞게 갈아 녹두 알갱이가 입 안에서 겉돌지 않았다. 전골에서 끓여낸 만두 역시 김치에 숙주, 두부,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만두로 맵지 않아서 아이들도 잘 먹을 것 같았다.

문 사장은 엉터리 어복쟁반도 많다고 얘기한다. 양지머리가 비싸니까 잡고기를 넣고 벌겋게 끓여낸다는 것이다. 그건 어복쟁반이 아니라 어복장국이라고 그는 말했다. 어복쟁반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남달라 보였다.

그의 자부심은 쟁반의 고기와 야채를 다 먹고 나면 각자 취향에 따라 밥을 볶아 먹거나 하는데 문 사장은 이게 별미라며 냉면 사리를 시켜 쟁반에 얹었다. 사리는 끓으면서 국물을 부옇게 했는데 메밀 특유의 맛이 냉면에서 건저 먹는 그것과 또 다른 맛을 냈다.

“고기는 삶으면 처음에는 수축을 하다가 어느 시점에 이르면 확 퍼져요. 그럼 못 먹는 겁니다. 양지머리에서 기름을 빼내려면 이 시간을 잘 맞춰야 합니다. 육즙이 빠져서도 안 되고 기름이 덜 빠져도 안 되니까 이게 관건이에요. 이건 가르쳐줘도 아무도 못합디다.”

문 사장의 부모는 이북 출신이다. 아버지는 작고하셨고 어머니 백봉순 여사는 지금도 가끔 일을 도와주고 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만두집으로 더 유명한 삼미옥은 한여름에도 만둣국을 판다. 고향을 잃고 내려와 고향 음식으로 향수를 달래는 사람들.

출처:한겨레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