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불만·피해 '도우미'→사이버 '해결사'로 진화
본보 제보란에 올리기만 해도 호응…'자동해결 · 조언' 사례 늘어
2007-09-07 백상진 기자
“몇번이고 항의를 해도 해결이 되지않아 글을 올렸는데, 바로 연락이 왔네요.”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 소비자 불만·피해 해결의 ‘도우미’에서 ‘해결사’로 진화하고 있다.
‘소비자피해 제보’에 글(사진 포함)을 올리기만 해도 곧바로 ‘자동해결’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비자들로부터 불만·피해를 접수받아 지속적으로 보도 또는 중재해온 것이 점차 온라인 공간을 타고 외부 기업이나 기관에 많이 알려진데다가 매체의 힘이 커지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해당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다른 소비자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조언해주는 'P2P 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다.
회사원 권영남(24·충남 홍성군 홍성읍 월산리) 씨는 최근 실용영어를 습득하기 위해 (주)네스인터널의 EPS강의를 가입했다.
책과 수업이 너무 마음에 안들어 받자마자 책을 반품하고 취소하겠다고 하니 네스인터널측은 가입할때 녹취를 들려주며 “취소가 안된다”고 말했다.
권 씨는 “나같은 피해자가 한둘이 아닌 것같다. 방법을 알려달라”며 지난 4일 본보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권 씨는 다음날인 5일 위약금 10%와 교재비 30%로 합의점을 찾았다고 알려왔다.
예술인 황명하(33·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주엽동) 씨아 아내는 지난 24일 고양시 하나로마트에서 육포를 사서 25일 먹었다.
다음날부터 3일간 구토와 설사에 시달렸다. 병원에서는 급성위장염이라고 진단했다.
황 씨는 “상한 육포를 먹고 병이 난 것같다”고 4일 본보에 고발해왔다.
그런데 다음날인 5일 제조회사 직원이 피해 소비자 집으로 찾아와 치료비 등 사례금을 건네주며 “진공포장을 더 강화시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대학생 오미나(충북 청주시 금천동) 씨는 8월 29일 ‘간스’라는 사이트에서 바지, 티, 후드집업 등 3개의 의류를 주문하고 9만4000원을 선입금시켰다.
갑자기 휴대폰으로 물건 하나가 취소되었다는 문자가 날아왔다. 물론 취소한적이 없다. 이어 3개중 2개만 보낸다는 문자가 또 왔다. 이후 간스는 전화도 문자도 받지 않았다.
오 씨는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학생에겐 큰 돈인데…”라며 1일 본보에 글을 올렸다.
그런데 5일 “돈을 적립금으로 넣었다”며 간스로부터 연락이 왔다.
피해를 본 소비자에게 도움을 주는 소비자 글들도 올라오고 있다.
소비자 정희자(47·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씨는 3년전 적금 1550만원을 펀드에 잘 못 투자하는 바람에 견디기 어려운 가슴앓이를 해왔다는 제보를 8월 23일 본보에 올렸다.
또 주부 최연희(36·충남 천안시 직산면) 씨는 2006년 5월 알리안츠 변액보험에 가입했다. 가 보험 설계사의 상품 설명 부족과 잘못된 대응으로 피해를 봤다는 제보글을 26일 띄웠다.
이에 대해 소비자 김성광 씨는 “보험이든 보험과 펀드를 합친 상품이든 상품 고지의무와 자필서명은 매우 중요하다”며 “약관설명의무 불이행과 자필하게 된 배경을 단서로 해당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