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다니…"

저작권협회 간부가 저작권료 수억원 빼돌려

2007-09-08     뉴스관리자
"정말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 되어 버렸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저작권협회)의 한 간부가 3년 반 동안 작사ㆍ작곡가에게 돌아갈 저작권료 수억원을 가로챈 사실이 확인돼 물의를 빚고 있다.

또 다른 전직 간부 역시 이 같은 혐의가 일부 포착된 것으로 알려져 저작권자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비영리단체인 저작권협회는 방송, 휴대전화 벨소리와 통화연결음, 노래방 등에서 노래 사용 여부를 집계한 뒤 저작권료를 징수ㆍ분배하는 일을 맡고 있으며 저작권자들은 그동안 수차례 저작권료 지급 액수에 대한 불만을 제기해 왔다.

저작권협회는 지난해 2월 지명길 회장이 취임한 직후인 7월 정산 시스템을 재정비하던 중 분배 업무를 맡았던 간부 박모 씨가 2003년부터 2006년 중순까지 컴퓨터를 조작해 다른 작사ㆍ작곡가 1900여 명에게 가야할 저작권료 4억5천만원을 고인이 된 유명 작곡가 K씨와 저작권협회 이사를 지낸 원로 작곡가 K씨에게 준 것으로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저작권협회 관계자는 "저작권자에게 분배 시 수수료와 세금을 떼므로 실제 피해액은 2억7천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저작권협회에 따르면 박 씨는 표본추출 시스템을 통해 집계된 유흥주점 노래 사용량을 컴퓨터에 입력하는 과정이 허술한 점을 이용해 노래 제목을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저작권료를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 생이더라도 직원 ID만 있으면 접근이 가능하고 출입 기록이 남지 않는 허점을 노린 것.

저작권협회의 한 임원은 "작년 7월 협회 이사들로 구성된 첫 조사위원회를 꾸린데 이어 작년 말 징계위원회를 열었고 올해 6월까지 2차 조사위원회를 다시 열었다"며 "박씨는 징계위원회를 통해 정직 3개월, 지방의 한 지부 평직원으로 6개월 근무한 뒤 현재 지방의 지부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협회는 박 씨 사건에 대해 집중 조사한 1차 조사위원회에 이어 2차 조사위원회에서는 비슷한 사건이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전체 시스템에 대한 조사도 함께 벌인 결과 이미 퇴사한 또 다른 간부가 아르바이트 생을 시켜 기록을 조작한 혐의가 일부 포착됐지만 이미 작고해 조사가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박 씨가 빼낸 금액이 두 K씨 측에 전달됐는지, 나눠 가졌는지 여부는 현재 진행중인 문화관광부 감사와 향후 검찰 수사를 통해 확실히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명길 회장은 검찰 수사 의뢰 여부에 대해 "협회 이사들의 결의에 따라 조사위원회, 징계위원회가 구성됐지만 당시 검찰 수사에 대한 결의는 없었다"며 "연초 문화관광부 감사 당시 이 사건이 보고됐고 이달 중 결과가 나오면 그 지시에 따라 검찰 수사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 회장은 이어 "허술했던 정산 시스템을 보완했고 잘못 분배된 저작권료를 환수해 피해 회원에게 돌려주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협회를 개혁하자는 취지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지만 결과적으로 협회 이미지에 먹칠한 꼴이 돼 난감하다"고 덧붙였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