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도 레임덕? 정권말 일부 임원 살길 도모
고위관료 출신 은행권 CEO와 감사들, 차기 유력인사에 줄대기 성행
최근 일부 은행권 '낙하산' 임원들이 새로운 살길 찾기에 나선 가운데 금융권에선 차기정부에 낙하산 가능성이 있는 지주회사 회장감등에게 줄대기에 나서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11일 제 19대 국회의원 선거와 올 연말 대통령선거 등 정권교체기를 앞두고 현정부는 물론 은행권 내에서도 레임덕(권력누스)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 정권 들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나 감사 등 고액연봉이 보장되는 임원자리를 꿰찼던 일부 고위관료 또는 금융당국 출신 인사들이 정권교체기와 맞물려 새로운 낙하산처를 알아보거나 차기 유력자에게 줄을 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총선 결과에서 집권여당이 바뀔 경우 자리를 계속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서도 선거결과에 주목하는 한편, 레임덕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실 현 정부 들어 금융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낙하산 인맥은 고려대, TK(대구․경북지역), 모피아(옛 재무관료)를 비롯한 금융당국 출신 등으로 집약된다.
현재 은행권 관료출신 CEO로는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 국가브랜드위원장 및 고려대 총장 출신인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윤용로 외환은행장 등이 있다.
특히 강만수 회장과 어윤대 회장은 현정부 실세로 꼽혀왔으며 잔여 임기는 각각 2년과 1년 3개월을 남겨두고 있다. 윤 행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 2년 임기를 부여받았다.
관료출신은 아니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 선후배 관계인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6월 연임에 성공해 3년 임기를 보장받았다. 또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 성공으로 4연임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정치적 상황과 용퇴 여론 등을 감안해 이달 3월 퇴직한 바 있다.
물론 이들 금융지주 회장은 정권교체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담담하게 자기업무에 몰두하고 있다. 강만수 회장의 경우 끝까지 산은지주 상장(IPO)을 위해 몸을 던지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이들 회장급 인사들의 경우 이미 60대 후반의 연령대여서 느긋하게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그러나 회장급이 아닌 사장급 이하 낙하산 임원들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금융지주 회장의 연줄로 임원이 됐거나 현 정권과 연관이 있어 낙하산 된 임원들은 좌불안석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일부 낙하산 된 임원의 경우 정권교체와 더불어 교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지금부터 후일을 도모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실제로 일부 금융지주사에선 누가 대통령이 될 경우 누가 지주사 회장으로 올 가능성이 크다는 등의 소문과 함께 보이지 않는 줄서기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감사 등 은행의 고위임원직을 꿰차고 있는 금감원과 금융위원회, 감사원 등 금융당국 출신인사들의 거취도 주목되고 있다.
특히 최근 은행권에서는 낙하산 인사 우려를 감안해 상근감사를 점차 폐지하고 있다. 현재 상근감사 제도가 없거나 폐지한 곳은 KB금융․우리금융․신한금융지주, 한국스탠타드차타드은행(SC은행) 등 4곳이다.
여기에 신한은행도 상근감사직을 없애는 대신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신설했다. 하나금융의 경우 향후 하나은행의 상근감사도 폐지할 방침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