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흥업소 여종업원 연달아 자살

2007-09-09     뉴스관리자
같은 유흥주점에서 일했던 여종업원 2명이 이틀 만에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9시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라에서 최모(29.여)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함께 살던 친구(28.여)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다음 날인 5일 오전 11시 30분께는 대전의 한 저수지에서 이모(22.여)씨가 물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대전의 모 유흥주점에서 종업원으로 함께 일했던 최씨와 이씨는 불과 14시간 30분 만에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최씨의 방에서는 "빚 문제로 고민이 많다"는 내용의 메모가 발견됐고, 이씨는 숨지기 전인 5일 새벽 친구들에게 "죽고 싶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경찰은 두 여성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잇따라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으며, 숨진 여성의 지인들은 "이들이 종업원으로 일했던 대전 모 유흥주점의 빚 독촉이 자살을 초래했다"고 주장하고 나서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이들과 함께 일했던 A씨는 "최씨와 이씨는 `언니, 동생'으로 부르며 매우 절친한 사이였는데 업주의 심한 빚 독촉을 견디다 못해 죽음이라는 극단의 방법을 택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씨는 업소에서 일하며 진 빚 가운데 1천만 원을 갚지 못하자 심한 독촉을 받았고 한 달 전 돈을 벌겠다며 서울로 갔고, 이씨는 동료 여종업원 3명이 여성단체가 운영하는 쉼터로 들어가자 이들의 빚까지 떠안게 돼 고민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이씨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의 경찰 관계자도 "이씨는 동료여성 3명이 여성단체로 피신하자 그 빚을 모두 떠안아 힘들어 한 것 같다"며 "양쪽 손목에 자해 흔적이 있는 것으로 미뤄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전의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이씨가 지난 6월 상담을 신청해 와 전화로 상담을 한 번 했으나 더 이상 연락이 없어 그 뒤로는 어떻게 지내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최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의 경찰 관계자는 "죽기 전 휘갈겨 쓴 메모에는 빚 문제로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며 "업소의 빚 독촉이 자살의 큰 요인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친하게 지냈던 두 사람이 하루 만에 연이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며 "진실이 밝혀져야 이들이 편히 눈감을 것"이라고 말했다.

빚 독촉 의혹이 제기되자 경찰은 숨진 여성들이 함께 일했다는 업소와 이들의 죽음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지 집중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이씨가 최씨의 죽음을 알고 뒤따라 목숨을 끊었다는 참고인 진술도 확보해 진위 확인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이들이 해당 업소에서 실제로 함께 일했는지부터 시작해 업소 쪽의 불법 채권추심이나 감금ㆍ가혹 행위가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친자매 못지않게 가까운 사이였던 이들은 서울에서 숨진 최씨의 시신이 고향인 대전으로 옮겨지는 바람에 세상을 떠난 뒤에도 한때 같은 병원 영안실에 나란히 안치돼 주위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