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첫 집단분쟁조정..기업들 '와들와들'

2007-09-10     뉴스관리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10일, 첫 집단분쟁조정 사례인 아파트 창호새시 보강빔 미설치 분쟁에서 새시 시공업체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향후 집단분쟁조정이 활성화될 지 주목된다.

집단분쟁조정은 다수의 피해자들이 연대해 보상을 신청하는 제도다. 따라서 그동안 기업과의 분쟁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였던 소비자의 목소리가 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휴대전화나 유선방송, 식품 등 제품의 종류에 따라서는 수 만명이 참가하는 `대형 분쟁'도 발생할 수 있다.

◇ 하자책임 없어도 손해배상 책임 인정
이날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내린 결정은 건축물 하자로 인한 문제가 없어도 당초 시공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분쟁조정위는 충북 청원군 소재 우림필유1차아파트 주민 235명의 신청을 받고 조사한 결과 새시 상.하부 보강빔 일부가 설치되지 않은 점을 확인했지만 공인검사기관인 한국건자재시험연구원에 의뢰해 시험을 거친 결과 새시의 보강빔 일부가 누락됐어도 새시 구조의 특성상 안전이나 구조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에 따라 분쟁조정위는 시공후 2년이 지난 현재까지 기능이나 미관,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나 주택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새시 하자의 범위'에 이를 포함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볼 때 시공상의 심각한 하자가 있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규정했다.

따라서 업체에게 하자담보 책임을 묻기는 어려우며 새시를 다시 시공해달라는 소비자들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분쟁조정위는 업체가 보강빔을 설치하도록 규정한 설계계약서를 고의 또는 과실로 위반해 경제적 이득을 얻은 경우에는 시공방법을 준수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므로 손해배상책임은 져야 한다고 결정했다.

소비자가 시공품질을 점검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는 표준계약서를 주지 않았고 자재누락으로 인해 부당이득을 취했으며, 소비자와 계약한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하자로 볼 수 없다 해도 손해배상은 해야 한다는 것이다.


◇ 15일내 거부안하면 성립
분쟁조정위가 내놓은 조정안은 말 그대로 조정을 권고하는 것에 불과해 양 당사자가 수용하지 않으면 강제력은 없다. 조정위의 결정에 대해 조정을 신청한 피해자측이나 새시 시공업체 모두 동의해야만 조정이 성립되는 것이다.

조정위의 결정에 불복하면 15일내에 거부의사를 서면으로 밝혀야 하며,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조정안이 성립된다. 일단 성립되면 조정안은 법원의 판결문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되므로 불이행시 강제집행도 가능하다.

조정위가 내놓은 분쟁조정안에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합의가 안되면 피해자나 소비자단체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 기업은 더욱 큰 부담을 안게 될 수 밖에 없다.

또 분쟁조정위는 사업자에게 분쟁조정 이후 발견된 피해자에 대한 보상계획서 작성도 권고할 수 있다.

이번 분쟁조정에 참가한 주민 235명중 그동안 보강빔을 설치받아 공사대금의 8%를 배상받는 주민은 37명, 설치받지 않아 공사대금의 10%를 배상받는 주민은 198명이다.

아파트 창호의 새시 설치공사는 새시의 재질과 크기, 종류 등에 따라 공사금액이 천차만별이므로 정확한 배상금액을 추정하기는 어렵지만 세대당 새시설치 공사대금을 300만원씩만 잡아도 이번 배상 규모는 7천만원에 육박하게 된다.


◇ 집단분쟁조정이란
집단분쟁조정제도는 지방자치단체나 소비자원, 소비자단체 등이 같은 제품이나 서비스로 피해를 본 소비자 50명 이상을 모아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것이다.

지난 3월28일부터 시행된 소비자기본법(옛 소비자보호법)에 따라 소액 다수의 소비자피해를 신속히 구제하기 위해 소비자단체소송과 함께 새로 도입됐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기업으로부터 입은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서는 직접 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하거나 법원에 소송을 내는 방법 밖에 없었다. 소규모 피해를 본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진행하기에는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었으며 피해구제방안에 합의해도 대상은 분쟁이나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에 국한됐다.

하지만 집단분쟁조정제도는 같은 피해를 본 다수의 소비자들이 뭉쳐 대응하기 때문에 그동안의 약자 입장에서 벗어나 분쟁조정시 피해구제를 위한 `파워'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그만큼 기업에는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소비자단체 등이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기업의 위법행위를 금지해줄 것을 요구하는 소비자단체소송 제도도 시행될 예정이어서 소비자주권 강화를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신청 줄줄이 이어지나
이날 분쟁조정위원회가 경기도 남양주시 `남양i좋은집아파트' 주민들이 신청한 집단분쟁조정사건도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향후 집단분쟁조정 제도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말 제도 시행 이후 소비자원에는 관련 제도의 절차와 요건 등을 묻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아파트 하자보수나 휴대전화, 농촌의 종묘(씨앗) 등 같은 피해를 본 소비자가 많고 피해 입증이 쉬운 제품군을 중심으로 가능성 타진이 계속되고 있어 앞으로도 집단분쟁조정 신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집단분쟁조정의 사상 첫 사례인 이번 아파트 새시 분쟁에서 배상 결정이 나옴에 따라 향후 다른 제품군에서도 신청이 이어지면서 소비자 보호와 분쟁 해결 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휴대전화나 식품 등 동일 제품의 사용자가 많은 제품의 경우 제품 하자로 인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집단분쟁조정 신청자 수가 수 만명에도 달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