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받은메일은 보관, 보낸메일은 삭제'

2007-09-11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변양균(58) 대통령 정책실장과 ‘가짜 예일대 박사’ 신정아(35) 씨가 주고 받은 100여통의 e-메일에는 낯뜨거운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신씨가 파일을 지우는 등 증거 인멸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복구된 e-메일은 신씨가 동국대 조교수로 임용되기 전인 2005년 9월까지여서 이후 2년여 동안 주고 받은 e-메일이 모두 복구될 경우 변 실장 외 권력층의 비호세력이 드러나 일파만파로 파장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골적인 e-메일 내용=검찰은 지난 4일 신씨가 미국으로 출국하기 직전 살았던 서울 종로구 오피스텔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e-메일 서버 등을 확보했고, 삭제된 파일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신씨가 변 실장과 주고 받은 e-메일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들은 “내용이 아주 노골적”이라고 밝혔다. 한 대검 관계자는 “두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주고 받은 e-메일이겠지만 남이 보면 눈살을 찌푸릴 수 있다”며 “내밀한 부분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변 실장이 (신씨 관련) 이것 저것 두루 봐주고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신씨가 변 실장에게 보낸 e-메일이 모두 복구될 경우 구체적인 청탁 증거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검찰은 신씨는 변 실장에게서 받은 e-메일을 삭제하지 않은 반면, 변 실장에게 보낸 e-메일을 집중적으로 삭제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상식적으로도 신씨가 변 실장에게 보낸 e-메일에는 각종 청탁 내용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어떤 청탁 내용이 포함됐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수사팀의 과제”라고 말했다.


▶검찰, 어떻게 복구했나=검찰이 변 실장과 신씨의 관계를 ‘가까운 사이’라고 밝힌 단서는 두 사람이 e-메일로 주고 받은 연서(戀書ㆍ연애편지)였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수첩ㆍ다이어리처럼 신씨의 행적을 알 수 있는 물증은 없었고, PC 하드디스크 내용도 신씨에 의해 지워져 있었다”고 말했다.


서부지검은 압수한 PC를 바로 대검 디지털 수사팀으로 보내 하드디스크를 여러 개 복사한 뒤 원본 복구 작업에 나섰다. 하드디스크에 있는 데이터 파일은 삭제 명령을 내려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PC에서 삭제 명령을 내리면 겉으로 보기에는 데이터 파일이 지워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해당 데이터를 찾아가는 주소 정보만 지워지는 것이다. 주소가 지워져 찾아가지 못할 뿐이지 데이터 내용 자체는 어딘가에 남아 있다. 디지털 수사팀은 특수 프로그램을 이용해 하드디스크에 남아 있는 데이터 원본을 찾아냈다.


▶변 실장 외 공범도 수사 중=검찰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지난주 말 변 실장 처리 문제를 두고 심각하게 입장을 조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현직 정책실장 신분으로 수사를 받는 데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변 실장의 사표 수리가 불가피하다는 데 양측의 의견이 모아졌다.


검찰은 변 실장이 신씨의 동국대 교수 임용 과정에 적극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신씨의 동국대 교수 임용(2005년) 전부터 최소 3년 이상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변 실장에 대해 “피내사자 신분”이라고 했다. 직권남용 혐의를 밝혀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변 실장이 신씨의 임용을 주도한 홍기삼 전 총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 전 총장 등 동국대 관계자들이 자발적으로 변 실장과 ‘협의’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구본민 서부지검 차장검사는 ‘공범 수사도 하느냐’는 질문에 “그 부분(공범 여부)도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남현ㆍ김상수 기자(airinsa@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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