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황태자...그들도 알고보면

2007-09-11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신격호 롯데 창업주의 아들 신동빈 부회장,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외손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은수저를 물고 태어 났다며 세인의 부러움을 한 몸에 안고 있는 재벌가 황태자들이다. 숨바꼭질을 하는 이들의 사생활은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다. 은막에 가려진 만큼 신비로움 마저 자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나 하나 퍼즐 맞추기를 하다 보면 ‘엇! 저런 면도 있었네’ 하며 놀라곤 한다. 심지어 소탈하면서도 털털한 면도 있다.


지난 3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수화물 찾는 곳에 롯데 신동빈 부회장이 그의 아내와 함께 짐을 찾는 모습이 보였다. 수화물 찾는 곳에서 짐을 챙기는 모습은 여느 그룹의 황태자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한국에서 일을 볼 때에도 수행비서 없이 혼자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언제나 한 손에는 오래된 가죽 서류 가방을 들고 다니는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라 다소 한국말이 어색해 보이는 신 부회장은 한국 노래를 곧잘 부르기도 한다. 그의 18번은 80년대 인기 가수 박강성의 노래. ‘사랑이여’ ‘바람이 가져다준 이야기’ ‘당신도 울고 있네요’ 같은 노래를 애창한다. 그가 즐겨 찾는 와인은 2만원대 중저가 와인이다. 세인이 생각하는 것 처럼 비싼 와인이 아니다. 롯데 계열사 롯데아사히주류에서 수입하고 있는 호주산 ‘옐로우 테일’(yellow tail) 브랜드의 와인을 마신다. 이 와인은 미국내 수입와인 판매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중적인 와인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서도 대표적인 대중 와인으로 꼽히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얼마전 까지만 해도 직원들과 함께 등산을 한 후 곧잘 막걸리도 마셨다. 김치와 파전에 곁들이는 막걸리 맛에 흠뻑 빠졌다고 한다. 20대 때엔 중국요리에 고량주 같은 독주를 즐기기도 했다. 지금도 가끔은 짬뽕과 자장면의 유혹을 이기기 어렵다고 토로한 적도 있다. 30대인 그는 여느 젊은이들 처럼 ‘아이팟’ 마니아 이다. 해외출장 길 그의 가방엔 언제나 두 대의 아이팟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오래된 느낌’도 즐긴다. 그의 가방 속엔 늘 ‘Kodak Professional Prolmage 120’ 필름이 있다. 정 부회장은 “디지털카메라가 보편화된 시대지만 나는 필름카메라가 더 좋다”며 “집을 방문하는 가까운 분들께는 소박한 기념사진을 찍어드리기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주 옛날 방식으로 천천히 움직여주는 물건들에 깊은 애정이 간다”는 그는 1955년 생산된 JBL 파라곤 스피커를 가장 아끼기도 한다.


점심식사 시간이 한참 지난 후 회의가 끝나면 그는 손수 닭가슴살 구이와 야채로 이뤄진 도시락을 들고 승용차에 탄다. 다음 미팅 장소로 이동하는 와중에 차안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챙기는 모습은 여느 직장인과 똑같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