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피랍자들 "노예 같은 억류생활"

2007-09-12     뉴스관리자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게 납치됐다 풀려난 피랍자들 중 일부는 수시로 폭행당하면서 개종을 강요받는 등 '노예 같은 억류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랍자 21명은 12일 안양샘병원에서 퇴원을 앞두고 가진 합동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피랍 생활을 증언하며 아직도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특히 탈레반에 의한 폭행이나 개종 강요 등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 보다 생생하고 참혹했다.

이들이 이날 추가로 밝힌 억류생활을 내용별로 재정리했다.

◇ "뱀도 잡았다" = 피랍기간 내내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유정화씨 그룹은 구덩이 앞에 서 기관총을 겨눈 상태에서 여러 번 비디오 촬영을 강요당했다. 그 때 충격으로 지금도 카메라를 바로 볼 수 없다.

제창희씨의 경우 해발 3천m 남부 산악지대에서 토굴생활을 했다. 남자들은 수시로 구타를 당하며 각종 노역을 시키는 등 노예같은 생활을 했다.

심지어 토굴에 들어온 독사를 나무로 잡아야 했으며 목에 총이 겨눠진 상태에서 나뭇가지와 발로 때렸다.

여성들은 화장지가 없어 책 뜯어 휴지로 사용했다. 송병우씨는 복면을 쓴 채 구타를 당하다 구덩이에 빠지면서 가슴 뼈를 다치기도 했다.

일부 여성들은 좁은 공간에서 탈레반과 함께 있었으며 10여일간 하루 1시간씩 자며 거의 먹지못하기도 했다. 생리적 고통도 있었지만 감금생활에 따른 심리적 고통이 컸다.

◇ 그룹별 대우 달라 = 피랍자들에 대한 대우는 분산된 그룹별로 달랐다. 상당수는 폭행을 당하고 살해위협을 받았지만 한국에 휴대전화로 가족과 통화한 그룹도 있었다.

서명화씨의 경우 함께 있던 탈레반들이 아프간식 이름을 지어주면서 우호적으로 대했으며 갖고 있던 휴대전화로 짧지만 한 번 남편과 통화할 수 있었다.

명화씨의 동생 경석씨는 떨어져 있는 누나와 1주일에 한 번 꼴로 쪽지를 주고 받으며 연락했다.

◇ 끝 없는 이동 = 고세훈씨 그룹은 거의 매일 밤 거처를 옮기는 등 24차례 이동했으며 항상 탈레반 2명의 감시를 받았다.

다른 그룹들도 5-12차례 정도 이동하며 헛간이나 창고, 민가 등 다양한 곳에서 지냈다.

12차례 이동한 차혜진씨의 경우 24시간 탈레반과 함께 방 안에서 지냈으며 막바지에는 2대의 오토바이에 2명씩 나눠 타고 이동했다. 남자들은 눈을 가렸고 여자들은 길을 인도하면서 탈레반을 뒤따라 갔다.

◇ 개종 기도문 강요 = 제창희씨의 경우 대검을 총에 착검한 상태에서 목에다 대고 개종을 강요했으며 5차례 정도 개종 기도문을 따라 하라고 시키면서 반복적으로 때렸다.

유정화씨는 배 목사와 함께 6명이 남았을 때 '이슬람을 믿으면 살려주겠다'고 위협을 당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