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의 선물, 택배업체들에게는 '계륵'

2007-09-14     헤럴드경제신문
“안 하자니 아깝고, 하자니 부담스럽죠.”

택배업체에게 대통령의 명절 선물은 ‘계륵’(鷄肋)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취임 이후 매년 추석, 설 때마다 전직 대통령은 물론 전ㆍ현직 5부 요인, 각 정당대표, 국회의원, 대법관, 종교계, 시민단체, 여성계, 소외계층 등 5000여명에게 선물을 해왔다. 배달은 국내 택배업체가 맡았다.


지금까지 노 대통령의 명절 선물을 배달했던 업체는 대한통운 1회, 우체국택배 1회, 한진택배 3회, 현대택배 3회다. 특히 2006년 설, 추석에 이어 올 추석까지 연속 3회는 현대택배가 담당하게 됐다.


‘대통령의 하사품’을 전달하는 택배업체들은 내용물은 물론 겉포장까지 흠집 내지 않고, 전국 배달을 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 선물이라고 ‘특별 대우’를 해줄 수 없다. 명절 특수에 택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 일손이 달리기 때문. 그렇다고 대통령 선물을 아파트 경비실에 맡기거나 고객에게 대충 전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당연히 대통령의 선물은 배달하고 나면 뒷말이 무성하다. 그래서 “잘해도 남는 게 없고, 잘해도 생색을 내지 못하고…”라는 말이 명절 때만 되면 택배업체 관계자들사이에서 나온다. 한 택배업체 관계자는 “선물을 다른 곳에 맡겨 놓을 수도 없어 직원들이 일일이 직접 배달해 하는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대통령 명절 선물 택배사로 선정됐다고 외부에 쉽게 알릴 수도 없어 홍보효과도 거의 없다.


올 추석 배송을 맡은 현대택배는 대통령 선물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300여명으로 전담팀까지 구성했다. 그러나 전담팀 구성까지 할 정도로 수익이 좋은 사업은 아니라는 게 택배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편 노 대통령은 2003년 추석 때 복분자주와 한과를, 2004년 설 때 국화주, 잣, 은행, 곶감, 호도를, 추석 때는 소곡주, 수삼, 더덕 등을 선물했다. 2005년 설에는 이강주, 잣, 대추, 호두, 곶감을, 추석 때는 문배술과 독도오징어, 죽방멸치, 잣 등을 선물했고 작년 설 때 전국 8도 명품 브랜드쌀을 한데 묶어 보냈고, 추석 때는 우리차와 다기세트 등을 보내기도 했다. 올 설 때는 잣, 문경 표고버섯, 송화백일주를, 이번 추석 때는 명품 한과가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허연회 기자(okidoki@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