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처 구입 그림 2점 모두 신정아가 알선
2007-09-14 뉴스관리자
14일 기획예산처가 공개한 작품은 설치조각가 윤영석(49)씨의 '움직이는 고요'(2004년작)와 사진작가 황규태(69)씨의 사진 '큰일났다 봄이왔다'(2005년작) 등 2점. 각각 1천200만원, 800만원에 구입됐다.
기획예산처는 "어떤 미술관에서 사들였는지 등은 기록에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으나 해당작가와 미술계에 확인한 결과 두 점 모두 신씨와 관련있는 작품이다.
윤영석씨의 '움직이는 고요'는 신씨가 2005년 4월 기획한 성곡미술관 10주년 기념 기획전 '쿨&웜'이라는 단체전에 출품됐던 작품이다. 렌티큘러라는 특수 재료를 사용해 보는 각도에 따라 농구공이 다르게 움직이게 되는 평면작품이다.
윤씨는 이날 "당시 전시가 끝난 후 내 작업실로 작품이 돌아왔는데 신정아씨로부터 미술관측에서 작품을 구입할 것이라며 파실 생각이 있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그러다 얼마 뒤 재정경제부에서 사기로 했다고 말하더라"면서 "나중에 통장으로 작품값이 기획예산처 명의로 들어왔고 원천징수영수증도 기획예산처 명의였다"고 말했다.
그는 신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신씨와 당시 전시 때 처음 만났고 그 다음에는 각종 행사 때 만나면 자연스럽게 아는 척을 하는 사이가 됐다. 그게 전부다"라며 "미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사태에 정말 창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만 윤씨가 "작품은 4개의 패널을 한 세트로 묶어서 판매했었다"고 분명히 밝혔지만 이날 기획예산처가 공개한 작품은 3개의 패널로만 구성돼 있어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반면 기획예산처 측은 "구입할 때 3개 뿐이었다"고 말했다.
윤씨는 "당시 내 작업실의 조수와 함께 작품을 직접 설치해주겠다고 제의했지만 그쪽에서 알아서 하겠다고 해 그런 줄 알았다"며 "4개 패널이 모여야 작품이 완성되는 것으로 정상적으로 사이 간격을 띄워 전시하면 6-7m에 달한다. 그런 작품은 여러 패널이 모여야 나의 작가적 의도가 완성되는 것이므로 낱개패널로 판매는 안한다"고 말했다.
윤씨는 서울대 조소과를 나오고 독일 유학을 거쳐 현재 경원대 조소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올해 대규모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사진작가 황규태씨는 우리나라 현대사진계의 원로로 대접받는 작가로 신씨와 평소 친밀하게 지낸 것으로 잘 알려진 작가 중의 한 명이다.
현재 미국 체류 중인 그는 추상사진의 선구자격으로 잘 알려졌지만 근년들어 꽃사진에도 관심을 보여왔다. 이번 작품 역시 신씨의 기획전에 출품했던 작품으로 가로 240㎝, 세로 150㎝에 달하는 대형화면 안에 흐드러지게 핀 매화를 담았다.
기획예산처가 두 작가의 작품을 사들인 가격에 대해 미술계에서는 "매우 합리적인 가격"이라며 작품 수준도 높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미술계 한 관계자는 "작가들의 좋은 시기, 좋은 작품을 매우 좋은 가격으로 산 것으로 생각된다. 흔히 공공기관이 구매할 때는 시중가격보다 작품가격을 좀 더 싸게 매긴다"며 "시가의 70% 수준에서 산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언론을 통해 기획예산처 장관실 복도에 걸린 모습이 알려져 궁금증을 낳고 있는 작품은 H, L, K씨의 작품으로 모두 미술은행을 통해 대여받은 작품이라고 기획예산처는 설명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