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콤플렉스와 프라이드
안방 TV광고를 점령한 현대차 신형 싼타페가 가격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9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싼타페 미디어발표 행사에서도 기자들의 관심사는 온통 가격에 몰렸다. 회사 측은 블루링크 등 신사양이 대거 적용되고 연비가 좋아졌다며 판매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이례적으로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다.
출시에 앞서 사전 계약자들과 동호회 등에서는 신형 싼타페 가격이 최고 4천만원을 넘어설 것이란 소문이 돌기도 했었다. 현대차는 다음 주 초 차 값을 경기 침체 국면에서의 소비자 배려를 위해 2천800만원에서 3천400만원 사이에서 정해 발표할 것이라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싼타페 가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가격 정하기가 얼마나 힘들었기에 기자들 앞에서 한 공언까지 뒤집을까?
이렇다보니 옵션에 따라 수백에서 많게는 1천만원까지 가격이 더해질 것이라며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회사 측이 꼼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불만까지 나오고 있다.
현대차의 가격 고민이 이렇게 깊은 것은 수입차와의 관계 설정에대한 고민 때문이다.
그간 현대차는 수입차에대한 경계심이 높지않았다. 가격차가 크고 서비스망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작년 수입차 판매가 최초로 10만대를 돌파하고 지난달에는 1만648대로 사상 최대 월 판매를 기록하자 현대차의 위기감이 고조됐다.
싼타페가 단순 신차가 아니라 무너진 SUV 자존심을 세워줄 최종병기기 때문에 현대차의 고민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는 현대차의 브랜드 포지셔닝 고민과 궤를 같이 한다. 국산차라는 태생적 한계로 인한 딜레마가 큰 걸림돌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차 값을 수입차와 걸맞게 잡으면 동일한 수준의 차를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국산차와 수입차에대한 소비자의 차별적 인식이 문제라고 여기고 있다.
수입차를 넘어서는 다양한 신기술과 편의사양 등 감성품질을 대폭 끌어 올렸지만 정작 칭찬보다는 독점의 횡포라는 몰매가 먼저 돌아온다. 자동차 소비자들 사이에 반(反) 현대 기류가 만만치 않는 실정이다.
싼타페가 혼다 CR-V, 토요타 RAV4가 아닌 아우디 Q5를 경쟁상대로 지목하는 마케팅을 펼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시각이 크다. Q5는 독일 럭셔리 브랜드이자 국내 수입 중형 SUV 1위로 가격이 5천990만~6천490만원이다.
최근 풀 체인지 된 혼다 CR-V는 3천270만~3천670만원, 토요타 RAV4는 2천990만~3천750만원이다.
물론 싼타페의 파워트레인 스펙이 Q5와 비슷하거나 다소 우위를 점하고는 있지만 ‘르망24시’ 등 세계 유수 대회에서 우승한 엔진과 30년 이상의 콰트로 시스템 을 앞세운 브랜드 가치에 비견한 수준은 못된다.
그렇다고 가격을 낮추자니 편의안전 사양을 제외해야 하고 이는 결국 수입차와 경쟁을 가능케 했던 감성품질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된다.
결국 해답은 브랜드 가치다.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기에 시행착오를 통한 질타와 억울함은 견뎌내야 할 부분이다.
이런 면에서 지난 2월 현대차가 실시한 프로모션은 브랜드 가치를 거꾸로 되돌리는 수였다. 당시 현대차는 수입차를 타던 고객이 에쿠스나 제네시스를 사면 100만원을 깎아줬다.
제네시스와 에쿠스 그리고 곧 출시되는 K9은 가격이 각각 4천211만원~7천718만원 6천741만원~1억991만원 5천300만~8천750만원이다.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등 웬만한 독일 수입차를 사고도 남는 가격이다. 100만원 인하는 웃음거리가 될 뿐이었다.
가치의 사전적 의미는 ‘대상이 인간과의 관계에 의하여 지니게 되는 중요성’이라고 정의돼 있다. 현대차가 국내 판매 가격에서 딜레마를 인정하고 확고한 노선을 정해 소비자와의 소통으로 브랜드 가치를 키우길 기대해 본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