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性에 열쇠 채우다.

2007-09-18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베이징=최헌규 특파원] 지난 90년대만 해도 중국의 여관이나 호텔들은 남녀가 한방에 투숙하는 경우 부부증명서 제출을 요구하는 일이 흔했다. 사회주의 이념에 맞춰 성 풍속을 온전하게 유지하고 사회기강을 바로잡기 위해서였다. 그러다가 대외 개방과 함께 성 개방 풍조가 확산되면서 중국도 자본주의 사회에 버금가는 성 문화의 ‘르네상스’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시 사회 각 분야에서 문란한 성 기강과 성 개방의 과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당국도 ‘성 르네상스’에 대해 대대적인 반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보급된 한 초등학교 6학년 국어 교과서에는 어린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뉴랑즈뉘(牛郞織女ㆍ견우와 직녀)라는 전래동화가 뜬금없이 빠졌다.


교육출판 당국은 문제의 과문을 삭제한 이유에 대해 “조기 연애와 다출산 등 어린이들에게 성에 대한 지나친 자유사상을 주입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고삐 풀린 성에 대한 단속 움직임은 사회 각 방면으로 확산되고 있다.


베이징(北京)에서는 최근 성 추행과 여성 승객의 불편을 막기 위해 지하철에 여성 전용칸을 만들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 설문조사에서 여성 승객 상당수가 지하철에서 겪은 불쾌한 경험을 털어놨으며 90%의 여성들이 전용칸 주장에 찬성을 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을 총괄하는 국가기구 광전총국은 이달 초 쓰촨(四川)성과 청두(成都) TV가 과장된 성생활, 성경험, 성기능 개선제 광고 등 외설적인 프로그램을 방송해온데 대해 방영을 즉각 중단토록 통보하고 기획 및 제작 관련자들을 문책토록 했다.


쓰촨성과 청두 방송 당국은 매일 저녁 9시부터 2~3시간씩 성애 및 성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유형의 선정적 프로그램을 방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이들 프로그램이 청소년의 정신을 오염시키고 사회 기풍을 해치는 독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전총국은 지난 15일 후베이(湖北) 후난(湖南) 광둥(廣東) 구이저우(貴州) 하이난(海南) 방송 등 5개 TV 11개 채널에 대해서도 사회의 성풍속을 저해하는 포르노성 프로를 방송했다며 문제의 프로그램 방영을 전면 중단시켰다.


정부 당국은 시청률과 이익만 쫓는 지방 방송 관계자들에 대해 일벌백계로 다스려 나가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동시에 각 방송국에 마르크스 레닌주의 보도관과 함께 사회주의 영욕관, 사회주의 선진 문화 건설에 기초한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작ㆍ방영하도록 독려하고 나섰다.


신문 잡지들의 선정적이고 외설적인 기사 및 광고에 대해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고, 음란 인터넷 사이트 등 문화 오락 분야에 대해서도 관리 감독을 바짝 강화하고 있다.


당국이 바람난 성에 열쇠를 잠그겠다며 잔뜩 벼르고 나섰지만 이미 사회 전반에 퍼진 성 개방 및 자유화 풍조가 얼마나 다스려질지 의문이다.


(k@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