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주전쟁 잔혹사...그들은 왜 전쟁을 벌이는가?

2007-09-19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소주전쟁이 또 터졌다. 벌써 8번째다. 이번엔 소금소주 전쟁이다. 소금소주 전쟁의 요지는 이렇다. 시판중인 대다수 소주가 이미 오래전부터 설탕을 사용하지 않는데도 마치 ‘참이슬 후레쉬’만이 무설탕 소주인 것처럼 허위 과장광고를 했다는 것이다. 두산은 진로의 제품 광고가 허위ㆍ과장 광고라며 공정위에 제소했다. 선양과 한라산 등 지방 소주사까지 두산편에 섰다. 소주전쟁이 급기야 ‘진로 대 반(反)진로’라는 대결 구도를 형성하며 소주시장이 대폭발한 것이다.


▶소주전쟁 10년사=진로와 두산은 소주업계의 화약고. 진로와 두산의 다툼은 10년전 부터다. 경월소주를 인수한 두산이 1996년 진로 소주의 첨가물인 스테비오사이드를 타킷삼아 유해성 시비를 제기한 게 소주전쟁의 출발점이다. 이런 포석에서 시작된 첨가물 전쟁은 5년 뒤인 2001년 두산의 ‘산’의 녹차를 둘러싸고 2차 첨가물 전쟁으로 재발됐다. 이른바 녹차소주 전쟁이다.

진로와 두산간 소주전쟁은 지난해 9월 원수 문제로 다시 불붙었다. 진로가 ‘처음처럼’ 비교광고를 내보내면서 전기분해 제품이라는 공격적인 문구를 사용한 것. 이에 질세라 두산도 ‘참이슬’은 ‘짝퉁’이라는 맞불 작전을 펼쳤다. 이 시기에 두산의 이벤트 기획사와 진로간의 일본자본 유입설 사건도 터졌다. 이 사건은 아직 법정소송이 끝나지 않는 등 진행형이다.


소주전쟁은 첨가물에 그치지 않았다. 알코올 도수를 낮춰 부드러운 맛을 뽑내는 순한소주 전쟁도 치열했다. 순한소주 전쟁의 시한폭탄이 터진 것은 지난해 2월 두산이 20도짜리 ‘처음처럼’을 선보이면서다. 진로는 ‘처음처럼’에 맞서 20.1도까지 도수를 내렸고, 그해 8월엔 19.8도짜리 ‘참이슬 후레쉬’도 내놨다. 또 올해 7월 ‘처음처럼’이 20도에서 19.5도로 도수를 낮추자 진로 역시 즉각 ‘참이슬 후레쉬’를 같은 도수에 맞췄다.



▶소주전쟁 왜 터지나=소주전쟁은 왜 연속해서 터질까? 업계 전문가는 이같은 소주전쟁을 일종의 라이벌간 기싸움으로 해석하고 있다. 경쟁사의 제품이 파죽지세일 경우 시장잠식을 차단하기 위해 경쟁사 발목잡기 작전을 펼친다는 것이다. 소주 신제품이 집중 쏟아지거나 소주 성수기를 앞둔 시점에 소주전쟁이 집중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전문가의 말이다.

업계에서는 때문에 ‘점유율 10%’, ‘성수기’란 2개의 키워드로 소주전쟁의 발발 시점을 분석하기도 한다.

실제 그린소주와 산, 처음처럼 등 두산이 내놓은 신제품의 시장점유율이 10%대에 진입하는 등 판도변화의 징후가 나타났을 때 스테비오사이드나 녹차, 알카리 원수 등의 첨가물 전쟁이 집중적으로 나타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업계는 또 대부분 소주 성수기를 앞둔 2월이나 8,9월에 소주전쟁이 집중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일종의 성수기 소주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체간 기싸움이란 것이다.


전문가들은 순한소주 전쟁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봤다. 여기에 순한 술을 마시려는 여성과 젊은 신세대가 증가하면서 태동한 저알코올 소주시장의 선점 경쟁과 NO.1의 NO.2 견제, NO.2의 NO.1 위협 등의 변수도 소주업계를 순한소주 전쟁터로 변화시킨 기폭제가 됐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최남주 기자(calltaxi@heraldm.com)


<소주전쟁 일지>


▶1996년 스테비오사이드 첨가물 전쟁: 두산이 진로의 소주 첨가물 스테비오사이드 유해성 시비 촉발


▶1998년 순한 소주 1차 전쟁: 진로 알코올 도수 25도에서 23도로 낮춰


▶2001년 녹차소주 광고 전쟁: 진로가 두산의 녹차소주 ‘산’을 향해 녹차 성분 과대광고 시비


▶2006년 2월 순한 소주 2차 전쟁: 두산 알코올 20도짜리 처음처럼 시판


▶2006년 9월 천연 알칼리 원수 광고 전쟁: 진로가 두산의 ‘처음처럼’을 향해 알칼리 원수로 만든 소주라며 공격


▶2007년 5월 순한 소주 3차 전쟁: 두산 ‘처음처럼’ 알코올 도수 19.5도 낮춰. ‘참이슬 후레시’ 19.5도 인하 맞불


▶2007년 8월 무설탕 소주 전쟁: 진로 무설탕 소주 광고에 두산 과대광고라며 무설탕 소주 공세 제기


▶2007년 9월 소금소주 전쟁: 두산 선양 한라산 등 진로 ‘참이슬 후레쉬’ 향해 소금소주 주장하며 과대광고로 공정거래위에 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