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비스 장기이용자는 목돈 울궈먹는 '봉'
"12년이란 오랜시간 동안 자기네 업체만 이용해 온 충성도 높은 가입자를 바보 취급해 놓고 미안한 기색조차 없네요."
인터넷서비스의 요금 책정 방식에 대한 소비자의 볼멘 소리다.
업체 측은 가입자의 불만 제기 시에만 임기응변식으로 요금 할인을 제안해 화를 돋웠다.
4일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에 사는 김 모(남.59세)씨에 따르면 그는 2000년도 ‘두루넷’을 시작으로 지금의 ‘SK브로드밴드’가 될 때까지 무려 12년간 한 인터넷서비스만을 사용해 왔다.
월 3만6천원으로 이용하던 중 2006년 회선 하나를 추가 3년 약정으로 재계약하면서 월요금은 5만2천원으로 높아졌다. 그나마 지난 2009년 약정 종료 시 다른 상품에 비해 요금이 비싸다며 항의한 결과, 매월 3만6천원으로 요금이 조정돼 지금껏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김 씨의 설명.
하지만 최근 4월 말 집 근처에 인터넷을 설치하러 온 기사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신규가입 시 월 2만2천원이면 자신과 비슷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
곧장 고객센터로 연락해 따져묻자 "본사 차원에서 월 1만9천800원 요금제로 변경하고 소정의 상품권도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김 씨는 장기이용객의 요금이 신규가입자보다 비싼 이유, 2009년 요금에 대해 항의했을 때에도 저렴한 요금제에 대한 안내가 없었던 점 짚어 공식적인 답변을 요구했다.
고객센터 측은 “요금이 더 비싼 이유는 정보 유출이라 알려줄 수 없고, 저렴한 요금제에 대해선 고객에게 알려줄 의무가 없다”는 기막힌 답이 돌아왔다.
김 씨는 이 후 처리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지금껏 요금 조정은 커녕 아무런 연락조차 없다고.
김 씨는 “지금까지 낸 금액을 계산해보니 무려 200만원이 넘는 불필요한 돈을 썼다”며 "남들이 현금이나 선물등을 받아며 통신사를 옮겨다닐 때도 묵묵히 한 업체를 이용해 온 댓가가 이런 뒷통수냐"며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예전 표준요금제에 비해 많은 요금제가 생겼으며 약정기간에 따른 할인이 있다”며 “고객이 말하는 3만6천원의 요금은 무약정에 부가세가 포함된 가격이며 약정을 했다면 약정할인을 받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요금청구서와 이메일로 저렴한 요금제에 대해 홍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 씨는 “12년간 청구서를 받아봤지만 더 저렴한 요금제가 있다는 안내글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요금이 비싸다고 문제제기를 해야 겨우 우는 아기 떡하나 더 주듯이 요금 깎아주는 것으로 입막음 하기에 급급하다"며 기막혀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