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부실 저축은행 인수 후 정상화 애먹어
2012-05-04 임민희 기자
해당 금융지주사들은 예금보험공사로부터 부실채권을 제외한 우량한 자산과 부채만을 인수하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저축은행을 인수해 영업을 개시했지만 자산건전성을 회복해 완전한 영업정상화를 이루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BS금융지주가 각각 삼화, 제일, 토마토, 에이스․제일2, 파랑새․프라임저축은행을 인수해 영업에 나서고 있지만 실상 서민관련 신규대출이나 대출 신상품 출시 등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지주사 계열의 저축은행들은 현재 여·수신 정리 작업과 기존 저축은행이 해왔던 햇살론, 신용대출 및 담보대출 등에만 치중하고 있어 출범 초기 내세웠던 '서민금융 활성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리금융은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해 3월 우리금융저축은행(옛 삼화저축은행)을 오픈해 강남점과 신촌점 등 2개 영업점(직원수 123명)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영업을 재개한지 1년이 지났지만 부실자산 정리 작업이 길어져 실적 부분에서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총자산 6천357억원, 당기순이익 2억원을 기록 중이다. 총 여․수신액은 각각 5천332억, 5천97억원이며 영업수익은 338억원을 나타냈다.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6월말 대비 30.82%에서 8.75%포인트 낮아진 22.07%를 보였다.
우리금융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인수한 자산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라서 특별히 신상품 개발 등은 못하고 있다"며 "올해 12월말까지는 그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1월과 2월 잇따라 저축은행 영업을 개시한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BS금융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KB금융은 지난해 9월 부실로 영업정지된 제일저축은행을 자산 5천200억여원과 5천만원 이하 예금 2조6천200억여원을 인수해 올해 1월 KB저축은행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영업을 시작했다.
KB저축은행은 서울 송파ㆍ장충동ㆍ여의도ㆍ논현동, 경기도 안양ㆍ분당 등 6개 본/지점에서 4개월째 영업 중이다. 가락시장 상인들을 위한 대출상품인 ‘가락마켓론’을 내놨지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인수한 대출자산과 수신자산의 격차가 크고 기존 고객들에게 만기 도래한 예금상환을 해주다보니 신규 예금유치나 대출영업을 하기 어려웠다"며 "올해에도 추가적인 저축은행 퇴출문제가 거론되는 등 영업을 잘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일단은 체제 안정이나 은행의 리스크관리 시스템 이식 등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의 12번째 계열사인 신한저축은행(옛 토마토저축은행)은 성남 본점과 인천 및 경기지역을 기반으로 분당, 송도, 수원, 일산, 평촌, 평택 등 7곳의 영업점(직원수 140명)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저축은행은 올해 1월초 계약당시 수신 1조5천억원, 여신 5천300억원을 인수한 바 있다. 아직까지는 기본적으로 저축은행들이 취급하는 일반자금대출과 직장인 및 사업자 대상의 신용대출, 담보대출 상품을 운용하고 있지만 향후 서민층에게 도움이 되는 저금리 대출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신한저축은행 관계자는 "1차적으로 기존 고객 대응 업무에 집중했는데 이제는 수신계수와 여신계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신규여신 상품군을 발굴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내부 시스템 점검과 리스크관리, 인적역량을 강화하면서 빠른 시간 내에 실질적인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BS금융도 파랑새․프라임저축은행을 인수해 BS저축은행을 개점, 서울 5개점과 부산 2개점 등 모두 7개 영업점을 운영 중이다.
올해 2월 영업을 시작한 하나금융 계열의 하나저축은행(옛 에이스․제일2저축은행)은 창신동 본점 영업부, 테헤란로점, 강남점, 천호동점, 인천점, 부천상동점 등 총 6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일에는 소상공인ㆍ자영업자를 위한 신용대출 '하나도우미론'을 출시, 서울ㆍ인천ㆍ경기지역에서 사업자등록을 한 자영업자면 누구나 연 18%로 최대 5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나저축은행 관계자는 "출범 이후 햇살론과 사업자아파트 담보대출 등을 해오다 최근 '하나도우미론'이란 신규 상품을 내놨는데 아직 홍보단계라서 당장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지주사들은 저축은행 출범 초기 서민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한 지역밀착 영업, 차별화된 금융상품 제공 등을 약속했지만 실상 부실 자산을 정리하는데만 수개월을 허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저축은행 인수가 '서민금융 이미지 쇄신'보다는 오히려 그룹의 자산건전성을 위협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실사과정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불법대출 등 돌발 부실자산이 추가로 나타나 이를 보전해 주는 문제를 놓고 4개 금융지주사와 예보 간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4개 금융지주사가 요청한 추가 보전금 규모는 당초 예보가 지원키로한 사후정산액 한도(대출자산 인수 규모의 10% 수준)를 훨씬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예보는 지난해 저축은행 구조조정 자금으로 현재까지 16조원을 투입해 이미 자금이 바닥난 상황이다. 이는 특별계정한도인 15조원을 초과한 금액으로 향후 추가로 퇴출될 부실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 재원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