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반달곰 수난시대..벌써 4마리 폐사

2007-09-21     뉴스관리자
지리산의 반달 가슴곰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올무에 걸려 죽거나 다치고 납치로 추정되는 실종까지 되고 인간에게 음식을 구걸하다가 퇴출까지 당하는 등 그야말로 온갖 시련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북한산 반달곰 `장강24'가 지난 13일 전남 구례군 토지면 과수원 근처에서 목에 올무가 걸려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을 찾아내 구출했다고 21일 밝혔다.

작년 7월 방사된 '장강24'는 보통 지리산 고지대에서 활동하는데 가을철 수확기를 맞아 먹이를 구하러 농가로 내려왔다가 멧돼지를 쫓기 위해 설치한 올무에 걸렸다.

관리공단은 반달곰의 귀에 전파발신기를 매달아 하루 2차례 정도 위치를 확인하는데 장강24가 이틀 정도 농가 주변에서 머무는 것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어 현장에 출동, 올무를 제거하고 상처부위를 치료할 수 있었다.

'장강24'는 다행히 조기에 발견돼 별무리 없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지리산 반달곰 무리들은 올무 때문에 이미 3마리의 동료를 잃은 이력이 있다.

2005년 8월 14일 `랑림32', 같은해 11월 4일 `장강21'이 올무에 걸려 폐사했다. 바로 11일 뒤인 11월 15일에도 `제석'이 올무에 걸려 다행히 구출돼 치료를 받은 후 재방사됐지만 치료기간 중 사람을 기피하는 습성이 약해져 자연에 적응하는데 실패했다.

작년 11월 7일에는 `울카'가 관리공단이 전파발신기 교체를 위해 설치한 생포용 트랩에 걸렸는데 뒤늦게 발견되는 바람에 폐사했고 `레타'는 2005년 11월 27일 발신기만 나무에 걸린 채 실종돼 누군가 잡아간 것으로 보고 경찰이 수사했지만 찾지 못했다.

`라나'는 올해 5월22일 놀랍게도 높은 곳에서 떨어져 숨졌다. 곰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다.

`천왕'이는 등산객이 버린 음식물 쓰레기에 맛을 들여 등산로를 배회하다가 `대인기피훈련'까지 받았지만 소용이 없어 올해 5월1일 회수됐다. 천왕이는 사람 음식을 먹는 바람에 이빨이 11개나 썩어 있었다.

앞서 `칠선'이와 `덕성17'도 대피소와 민가 주변에서 먹이를 구걸하다 각각 2005년 7월 17일과 12월7일 회수됐으며 회수된 반달곰 4마리는 관리공단의 보호 아래 함께 생활하고 있다.

공단은 2004년부터 반달가슴곰을 복원하기 위해 국내 혈통과 동일한 아종(亞種.subspecies)의 연해주산 반달곰 12마리, 북한산 8마리 등 모두 20마리를 수입해 지리산에 방사했지만 4마리 폐사, 1마리 실종, 4마리 회수로 현재 11마리만 지리산에서 활동 중이다.

공단은 올 초부터 러시아에서 반달곰 새끼 6마리를 추가로 들여오는 사업을 추진해 다음달 중 마무리할 계획이어서 자연 상태의 `반달곰 2세'에 대한 기대도 키워가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반달곰 방사 이후 지금까지 지리산에서 올무와 덫 1천500여개를 수거했다"며 "가을이 되면 동면을 앞둔 곰들이 먹이를 구하러 민가까지 내려오는 바람에 사고가 날까봐 특별근무조까지 편성하는 등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