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녹십자홀딩스, 에이즈 감염 혈우환자들에게 32억 손해배상?

2012-05-08     윤주애 기자

녹십자홀딩스(회장 허일섭)가 자사 치료제를 복용한 뒤 후천성면역결핍증(HIV)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우병환자 14명에게 32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해줄지 주목된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녹십자홀딩스는 10년째 법정공방을 벌인 혈우병환자 측을 상대로 오는 30일 4차 조정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 9월 말 대법원이 녹십자 측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기 때문. 서울고법 의료전담 민사9부는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3차 조정을 이어왔다.

이 사건은 녹십자가 제조한 혈우병 치료제를 복용한 뒤 에이즈에 감염된 혈우병 환자 16명과 가족 53명이 회사 측을 상대로 32억원을 배상하라며 2003년 2월 소송을 내며 시작됐다. 손해배상금 32억원은 지난해 녹십자 순이익(160억원)의 20%에 해당된다.

현재 이동필 로앰(LawM) 대표변호사와 오래 전부터 혈우병환자의 에이즈 단체감염을 추적해온 전현희 고문변호사(제18대 국회의원)가 사건을 맡고 있다.

법무법인 로앰 관계자는 "아직 당사자간에 적극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이달 말 4차 조정이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혈우병은 혈액 내의 응고인자가 부족해 피가 멎지 않는 출혈성 질환이다. 유전자의 선천성, 유전성 돌연변이로 약 1만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혈우병 환자는 정기적으로 치료제를 복용(투여)해야 일반인처럼 지혈될 수 있고, 출혈로 인한 관절합병증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문제는 1990년 말 이전에 제조된 녹십자의 혈우병치료제 중 일부가 에이즈환자 혈액(혈장성분)으로 만들어졌던 것.

혈우병 환자들은 녹십자홀딩스가 설립한 한국혈우재단에 회원으로 등록한 뒤 재단을 통해 녹십자의 혈우병 치료제를 유·무상으로 공급받았다. 이 과정에서 오염된 약을 투여받은  혈우병 환자 122명 중 20명이 에이즈에 감염됐다. 조영걸 울산대 의대 미생물학 교수가 혈우병 환자의 에이즈 감염 연관성을 입증했던 2003년 무렵 생존했던 환자 18명 중 16명과 그 가족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2명의 혈우병 환자가 사망해 소송을 제기했던 생존자는 14명으로 줄어들었다.

혈우병환자단체인 한국코헴회 관계자는 "지금은 바이러스 처리기술이 발달해 문제의 제품이 판매되지 않지만 당시 감염으로 20여년간 환자들이 고통을 겪었다"며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에이즈 감염자 2명이 더 생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해당 사건은 서울고법에서 계류 중"이라며 "조정이라는 게 판사실에서 이뤄지는 것이므로 구체적인 일정이나 (조정안의)금액 부문은 공개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혈액응고 8인자가 부족한 혈우병 A형 치료제 시장규모는 연간 600억원으로 녹십자가 독주하고 있다. 녹십자는 다국적 제약사인 박스터(애드베이트), 화이자(진타)에 이어 3번째로 2010년 3세대 유전자재조합 혈우병A 치료제 '그린진F'를 제품화하는데 성공했다. 3세대 유전자재조합 A형 혈우병 치료제란 제조 공정과 최종 제품 모두에 알부민과 혈장단백이 포함되지 않는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