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부실 털고 서민금융기관 탈바꿈할까

2012-05-09     임민희 기자
'저축은행이 서민금융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최근 부실저축은행 퇴출 사태를 계기로 저축은행의 기능과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실상 저축은행들의 영업환경이 열악하고 마땅한 수익모델도 없는 상황이어서 '서민금융 역할 찾기'가 그리 쉽지 만은 않을 전망이다.

더구나 내년 말부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매각했던 7조4천억원 가량의 저축은행 부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채권의 사후정산기한이 도래해 총체적인 부실을 해소하는데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하고 금융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저축은행 업계가 외형확대 억제와 여신관행 개선을 통해 진정한 서민금융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현재 저축은행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많아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공시된 93개 저축은행 재무현황을 보면 지난해 12월말 현재 총자산은 60조1천167억원, 총부채는 56조2천993억원이다. 영업수익은 3조519억원으로 대출금이자(2조2천478억원)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들 저축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16%, 당기순이익은 1천1억원의 적자를 냈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2.44%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저축은행 경영여건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중 저축은행은 대규모 영업정지조치에 따른 업계 전반에 대한 불안감 확산과 부동산관련대출 부실 등으로 외형이 크게 축소됐고 경영건전성도 악화됐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중 연체율 및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각각 30.2%, 22.8%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 지난해말 고정이하여신대비 대손충당금적립비율도 58%로 계속해서 낮은 수준을 보였다.

문제는 지난 2008년부터 4차례에 걸쳐 저축은행들이 캠코에 매각한 부실 PF대출 채권이 내년 말부터 사후 정산기간이 도래한다는 점이다. 저축은행들이 이를 매입해야 하지만 쌓아놓은 적립금이 거의 없어 저축은행 중 일부가 추가로 영업정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7일 참여연대가 공개한 '저축은행별 캠코 매각 PF대출 충당금 적립현황'을 보면 저축은행 41곳의 매각원금 총액은 4조8천54억원인데 반해 이들 저축은행이 적립한 대손충당금은 원금의 14%인 7천44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부실저축은행 구조조정과 관련, 지난해 16개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고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금융지주사 등에 매각했다. 또한 올해에도 솔로몬․한국․미래․한주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를 내리는 등 저축은행 부실 털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이 서민금융기관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영업력과 수익성 측면에서 실질적인 대안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실 이들 저축은행의 영업여건은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 등 대형대부업체와 비교해 협소한 실정이다.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93개 저축은행의 영업점(출장소 포함)은 356개, 임직원수는 5천333명이다. 지난 6일 부실로 영업정지를 당한 업계 1위 솔로몬저축은행은 점포수 12개에 423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다.

반면 국내 대부업계 1위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2011년 6월 기준)는 63개 점포에 임직원수만 1천69명에 이른다. 산와대부(산와머니)도 46개 점포에 588명의 임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솔로몬저축은행의 총자산이 5조763억원으로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의 2조1천101억보다 두 배 이상 많음에도 영업점이나 직원수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초 금융지주사에서 저축은행을 인수해 적극적으로 서민금융을 확대하려 노력하고 있는데 (자산건전성 문제로) 아직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서민금융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지는 개별회사들의 영업기밀 사항에 해당되기 때문에 세부적인 방안은 나와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 김진욱 민생경제팀 간사는 "부실저축은행은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조조정하고 남아있는 우량저축은행들은 지방은행화해서 저축은행 본연의 역할인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기관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