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공익법인은 뭘 먹고 살아? 주식부자지만 배당수익 '쥐꼬리'

2012-05-11     윤주애 기자

제약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공익법인 가운데 류덕희 경동제약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경동송천재단'의 배당수익성이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약업계 선두기업인 동아제약은 수석문화재단에 3년 연속 배당하다가 지난해 무배당으로 전환해 수익이 '0(제로)'였다. 또 대웅제약(대웅재단), 종근당(종근당고촌재단), 유나이티드제약(유나이티드문화재단)도 지난해 무배당 정책으로 배당을 한푼도 챙기지 못했다.

공익법인(재단·학원)이 회사 주식을 소유하는 것은 지분을 팔아 현금화하거나 배당수익으로 목적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것.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 보면 제약사 오너 일가 등이 공익법인의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무배당 정책을 펴겨나  보유주식을 그저 끌어안아 최대주주의 지분율 유지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11일 재벌및 CEO,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금융감독원과 국세청의 공시자료를 집중분석한 결과, 지난해 매출액 상위 20개 제약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13개 공익법인 가운데 경동송천재단을 제외한 나머지는 배당수익성이 '바닥'을 찍었다. 조사대상 12곳 모두 일반 예·적금 이율(2~5%)에도 못미쳤기 때문.


지난해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경동송천재단은 총자산가액 98억6천만원 가운데 주식 등(24억6천만원)의 비중이 24.9%를 기록했다. 13개 공익법인의 총자산가액 대비 주식 비중 평균치(39.9%)보다 높지 않지만, 이 재단의 배당수익성은 6%로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높았다.


배당수익성은 배당금 대비 공정가액으로 산출했다. 공정가액은 주식의 장부가액 대신 상장사는 주가, 비상장사는 자본총액(순자산)을 총발행주식수로 나눈 주당순자산가치로 환산했다.


경동송천재단이 갖고 있는 경동제약 주식 66만3천750주(지분율 5%)의 공정가액은 66억3천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경동제약 주식을 1주당 9천990원에 처분했을 경우 66억3천만원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배당금 약 4억원을 받았으니 공정가액 대비 배당금 비율이 6%가 된다.


이와는 달리 대부분 공익법인의 배당수익이 시장금리를 큰 폭으로 하회했다.


거의 모든 자산을 주식으로 갖고 있는 가송재단(동화약품)은 공정가액 대비 배당금 비중이 1.9%에 그쳤다. 가송재단은 공정가액 107억원 상당의 지분(동화약품 6.03%, 동화지앤피 10%)을 보유하고 있으나 배당금은 2억원에 불과했다.


가송재단에 이어 총자산 대비 주식 비중이 80.4%인 송파재단(일동제약)도 배당수익률이 낮기는 마찬가지. 송파재단은 보유주식 일동제약(지분율 3.04%)의 공정가액이 57억원이 넘었는데 배당금은 1억원에 불과했다.


녹십자의 재단법인 목암생명공학연구소는 총 자산 대비 보유주식(녹십자 0.49%, 녹십자홀딩스 2.13%) 비중이 80.2%에 육박했다. 그러나 목암생명공학연구소는 1천481억원의 비교적 높은 공정가액에 비해 '쥐꼬리 만한' 배당금(6천700만원)을 챙겼다.


목암생명공학연구소는 국내 1호 민간연구소재단이라는 명성에도 지난해 배당금을 받은 8개 공익법인 가운데 배당수익률(0.1%)이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 재단은 지난 1984년 세계에서 3번째로 개발한 B형 간염백신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현재 재단 이사장은 설립자인 고 허영섭 회장의 부인 정인애 여사가 맡고 있다.




국내 제약사 1위인 동아제약도 지난해 무배당 정책을 펼쳤다.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공익법인은 수석문화재단과 상주학원 2곳이다. 지난해 상주학원은 동아제약(0.56%)으로부터 4천900만원의 배당금을 받았지만, 수석문화재단(수석무역 6.6%, 동아제약 0.46%)은 한 푼의 배당금도 받지 못했다.


수석문화재단은 동아제약이 3년 연속으로 배당금을 집행했지만 지난해 이례적으로 무배당이 이뤄진 것. 동아제약은 2008년부터 2009년까지 매년 130만원, 2010년에는 1천400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강 회장이 지난해 25억원 상당의 동아제약 주식을 매입해 수석문화재단에 증여함으로써 전체 자산규모가 65억원에서 107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던터라 무배당의 배경이 더욱 주목된다.


종근당고촌재단도 2009년 총 자산 중 주식총액 비중이 32%였지만 꾸준히 종근당 등 계열사 주식을 사들여 지난해 34%로 확대했다. 하지만 최근 2년 연속 무배당으로 지분 활용 측면에선 할 말이 없게 됐다. 이 재단은 종근당 7.79%, 종근당바이오 1.6%, 종근당산업 17.2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중외학술복지재단은 지난해 8월에 설립된터라 배당금을 설정하지 않았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오너 일가가 이사진에 포진해 있는 유나이티드문화재단도 600만~750만원하던 배당금이 지난해에는 전무했다.


이 외에도 유한재단(유한양행 우선주0.04%, 유한양행 보통주 15.4%)의 공정가액 대비 배당금 비중(0.7%)은 목암생명공학연구소 다음으로 가장 낮았다.


또 재벌기업인 LG그룹의 LG연암문화재단의 경우 공정가액이 무려 535억원이 넘는 지분(LG생명과학 0.48%, LG 0.33%, GS홀딩스 0.33%)을 보유하고 있으나 배당금이 10억원도 안 돼 시장금리보다 낮은 1.8%를 기록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회사 주식을 전체 자산의 40~50% 이상 보유하고 있음에도 배당이 없다는 것은 해당 주식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0'라는 의미"라며 "공익법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으로 공익사업 수행을 위한 재원 마련에 별반 기여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