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브랜드 가구, 돈주고 상표만 사서 붙였다고?
브랜드명만 빌려 쓰는 OEM방식 고질적 병폐...제조사 확인 필수
유명 가구 브랜드 이름을 믿고 구입한 상품의 제조사 표기법 문제가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브랜드라서 믿고 구입한 소비자들이 뒤늦게 이름모를 중소업체의 제품이었던 사실을 확인하고 배신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
공정위는 최근 인터넷 쇼핑몰 9개 사업자(GS홈쇼핑, 롯데홈쇼핑,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롯데닷컴, 신세계, (주)인터파크아이엔티, AK몰, 농수산홈쇼핑)가 가구상품의 제조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가구상표업체((주)이노센트가구, (주)레이디TDF, (주)파로마TDF, (주)우아미가구)을 제조사로 허위 표시한 것에 시정명령(공표명령 포함)과 함께 과태료(4천500만원)를 부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이후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구입한 가구의 환불을 문의하는 소비자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
문제는 일부 가구업체들의 제조사 표기법 위반이 비단 인터넷몰에서 판매된 제품에 한정적이지 않다는 것. 업계 관계자들은 가구 상표권자와 제조사가 '따로 국밥'인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구업체의 한 관계자는 “가구의 경우 줄곧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으로 생산, 판매되어 왔다. 온라인의 경우 유통과정까지 관리할 여력이 되지 않아 별도의 유통 벤더사가 있는 것 뿐 기존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시장 구조상 큰 차이가 없음을 인정했다.
공정위의 조사가 다른 유통경로까지 확대될 경우 파장이 더욱 확대될 수있는 가능성을 남기고 있는 셈이다.
◆ 유명 브랜드 가구 구입 소비자들 "상품 질 형편 없어~" 원성
15일 광주 광산구 원계동에 사는 이 모(남)씨는 작년 10일 홈쇼핑 방송을 통해 우아미가구에서 34평짜리 소파를 약 99만원에 구입했다.
배송된 가구를 받은 이 씨는 천과 바느질이 기대이하인 제품을 보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 브랜드 가구 소파라고 하기에는 제품 질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하지만 비닐을 개봉하고 배송차가 떠나면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해 환불받지 못한 채 창고에 그대로 넣어두고만 있다는 이 씨.
이 씨는 “뉴스를 보니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한 가구가 브랜드 업체와 상관없는 이름을 붙여 판매했다고 나오는데 홈쇼핑 방송을 통해 구입한 제품 역시 문제가 없다고 장담할 수 없지 않느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 성북구 길음 1동에 사는 박 모(여.46세)씨도 2010년 4월경 레이디가구에서 구입한 4인용 원목식탁(40만원)의 제품 질에 이의를 제기했다.
10개월 가량 지나자 식탁 상판에 금이 가 교환받은 지 한 달만에 또 다시 상판이 갈라졌다고. 다시 식탁 상판만을 교체받았지만 어김없이 10개월이 지난 1월경 원목이 다시 쩌~억 갈라져 박 씨의 속을 뒤집었다.
더 이상 제품을 믿을 수 없게 된 박 씨는 환불을 요구했지만 업체 측은 제품 교환만을 제안해 박 씨의 화를 돋웠다.
박 씨는 “원목이 이렇게 쉽게 쩍쩍 갈라지다니...무려 3번씩이나 갈라지는 식탁을 다시 교환받으라는 게 말이 되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레이디가구 관계자는 “원목이 일반 식탁보다 갈라질 확률이 높은 데 전체 중 약 5~10%정도가 터지는데 공교롭게도 소비자가 받은 식탁 3개가 그 확률 안의 제품인 것 같다”며 환불을 약속했다.
◆ 고질적 문제는 ‘책임’ 없는 OEM 구조
이번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시정명령과 과태료를 부과 받은 업체는 9개 인터넷몰에 그쳤지만 그동안 오프라인 매장 등 다른 경로를 통해 판매된 유명 브랜드 가구까지 고려하면 피해는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근본적인 문제는 품질 관리나 AS 등에 대한 책임 없이 진행되는 OEM방식에 있기 때문.
최근 공정위를 통해 문제가 된 가구업체의 제조사 표기법 문제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IMF)를 고비로 잇달아 사라진 바로크(바로크가구), 동서(동서가구), 라자(한양목재), 상일(상일가구)등의 유명 브랜드 가구들이 회사는 없이 브랜드만 남아 운영되고 있는 방식과 유사점이 많다.
가구업체들 직접 생산하거나 품질을 관리하지 않고 개인사업자나 가구공단 등 여러 업체에서 제품을 납품받아 벤더사들이 수수료를 주고 구입한 브랜드를 붙여 시장에 제품을 내놓은 것.
일정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품질관리가 되지 않고 제대로 AS를 받지 못해도 문제 삼을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
이번 논란의 핵심 역시 유명 가구 제조사들 온라인 쇼핑몰 거래업체인 벤더사(유통 협력업체)에 상품사용 수수료만 받고 AS 등 제대로 된 사후관리를 하지 않은 문제였다.
공정위 지적을 받은 일부 업체는 억울한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노센트가구 관계자는 “본사가 대리점 운영에 주력하다보니 온라인까지 관리할 여력이 되지 않아 벤더사를 통하는 것 뿐, 최초 계약시 상품기획에서부터 모든 관리는 물론 사후 AS 역시 철저하게 한다”고 반박했다.
◆ 가구 구입 전 브랜드 아닌 제조사 체크해야
앞으로 소비자들은 가구를 구입할 때 제조사가 어딘지, 실제 AS를 진행하는 곳이 어딘지 등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공정위의 시정조치로 8월 18일부터 ‘전자상거래 상품정보제공 고시’를 제정을 통해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상품 구매 시 중요 정보들을 반드시 상품구매 화면에 표시하도록 했다.
이에 따르면 가구업체들은 브랜드명이 아닌 가구를 직접 제조한 업체명을 명확히 표기해야 한다.
특히 사제품의 경우 브랜드 제조업체에서 품질에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판매자가 폐업했을 경우 AS를 받기 어렵다. 계약서를 작성 시 가구의 모델명과 브랜드명을 분명히 표시하고 제조업체에 확인 전화를 하는 것이 좋다.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가구산업 자체가 사양산업이다 보니 브랜드만 살아있는 열악한 환경에서 관행적인 영업을 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소비자들에게 신뢰와 믿음을 주기 위해 가구 구입 시 제조사 등에 명확한 정보를 인지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안내 역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