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증권·약관 보내주지 않는 이유가 해지 방어?
불완전 판매 입증 어렵고 해지기간 넘길 위험 높아..고의 지연 의혹
보험계약이 성사된 후 증권 및 약관 발송이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하자 소비자들이 '고의 지연'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특히 홈쇼핑, 전화, 인터넷 등 비대면 채널 보험판매의 경우 의사소통에 제약이 많기 때문에 약관 전달이 상품 내용 확인에 가장 중요한 요소지만 우선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비대면 채널은 녹취내용이 자필서명을 대신하기 때문에 통화만으로도 정식 계약이 성립된다. 그러나 추후 보험증권이나 약관등 관련서류가 배부되지 않거나 뒤늦게 수령하게 될 경우 가입자들은 상담원으로부터 안내받은 상품과 실제 상품 내용을 비교할 수 없게 된다.
더욱이 불완전판매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울 경우, 관련서류 배부 지연으로 인해 단순변심에 의한 계약 철회 가능 기간마저 무의미해지는 것.
피해 소비자는 “보험료는 쏜살같이 받으면서 정작 고객에게 필요한 서류 발송에는 느긋한 것 같다”며 “한참 뒤에 약관을 받고 보니 안내받은 내용과 다르고 담당자는 바뀌어있어 황당했다”며 고의지연을 의심했다.
한편 단순변심 등에 의한 사유로 계약 철회를 하려면 보험 표준약관에 따라 청약한 날부터 15일 이내, 통신판매는 30일 이내까지 가능하며 납입한 첫 달치 보험료를 돌려받을 수 있다.
◆ 보험약관 진작 보내줬더라면...
전화(TM)채널을 통해 보험에 가입했던 소비자가 3주가 다 되도록 약관을 받아보지 못해 겪은 불편을 토로했다. 상담원과 고객이 보장 내용과 관련해 서로 다른 주장을 펴게 된 것.
23일 부산 금정구에 사는 박 모(여.39세)씨에 따르면 그는 얼마 전 L생명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치아사랑보험에 가입했다.
그 후 보름도 더 지나 가입 확인 전화를 받게 된 박 씨. 그러나 상담원이 설명하는 부분 증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 안내받은 내용과 차이가 있음을 발견해 불완전판매를 의심하게 됐다고.
당시 약관이 도착하지 않았던 탓에 박 씨는 처음 상담원과 통화했던 녹취록을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상담원과의 실랑이로만 번질 뿐이었다.
박 씨의 주장에 따르면 상담원은 ‘천천히 떼우고 크라운하는(씌우는) 것은 1년이 지나면 100%’라고 정확히 얘기한 후 마지막에 재확인하는 부분에서는 아주 빠르게 ‘2년이 지나면’이라며 지나갔다. 이의를 제기하자 상담원은 고객이 잘못 들은 것이라고 반박하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박 씨는 “재청취를 반복해도 확실히 1년으로 들렸다. 교묘한 속임수”라고 불평했다.
L생명 관계자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들릴 수 있는 부분이라 판단하기 애매한 면이 있었다”며 “고객의 의견을 수용해 청약 철회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1년까지 50%, 2년 후 100%를 보장하는 것은 통상 보험에서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한 조건”이라며 “보험약관은 늦어도 15일 이내에 배송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저축이라고 엉뚱한 설명하고 약관도 1년 넘게 안 보내줘”
상담원의 설명만 믿고 1년이 넘도록 보험약관을 확인하지 않았다가 낭패를 겪은 사례도 있다.
부산 금정구에 사는 송 모(여.28세)씨는 약 1년 반 전 K생명의 TM을 통해 파워에셋 저축보험에 가입했다.
약 두 달 후 약관이 오지 않아 재발송을 요청했지만 그대로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고.
그러나 최근 새로운 담당자를 통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 이전 상담원이 보너스 성격의 특혜를 강조하며 보험금이 누적되면 필요할 때 인출이 가능하다고 안내한 ‘축하자금’이 원금보장 시점을 그만큼 늦추고 있었던 것.
송 씨는 “게다가 보험료의 일부만 저축된다는 말을 하지 않아 보험이 아닌 일종의 적금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K생명 관계자는 “현재 녹취록을 확인 중이며 상담원의 고지의무 위반이 확인될 경우 고객이 원하는대로 원금 100%를 환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보험증권 미교부는 계약 취소 사유될까?
보험에 가입한 후 증권, 약관을 받지 못했을 경우 품질보증제도에 따라 계약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해지가 가능하다.
'품질보증제도'란 ▶약관이나 청약서 부본을 전달하지 않거나 ▶청약서 자필서명 미이행 ▶상품에 대한 주요내용 설명 불충분을 이유로 계약자가 보험료 환급을 요구할 시 납입보험료 전액을 환불해 주는 제도로 지난 1994년부터 삼성생명이 업계 최초로 시행했다.
단 보험 증권은 언제든지 재발급을 요청하면 발급이 가능한 부분이므로 3개월이 지난 후 단순한 미교부를 사유로 계약을 무효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한편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보 등 손해보험사들과 라이나생명, KDB생명,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 신한생명 등 생명보험사들은 최근 비대면채널 판매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지승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