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익없는 '우리+KB금융' 합병, 금융권 반응 싸늘

2012-05-23     임민희 기자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지주 매각 재추진 작업에 돌입한지 한 달가까이 지났지만 우리금융 인수전은 좀처럼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다.

상법 개정으로 현금상환 합병(교부금 합병)이 가능해져 KB금융지주 등 국내 타금융지주사와의 합병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정작 금융권의 반응은 싸늘해 실현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인수후보 부재 등 시장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금융당국이 우리금융 민영화를 강행하는 데 대해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우리금융지주 매각을 위해 오는 8~9월에는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을 결정짓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유력후보였던 KB금융의 참여 거부 등으로 매각 자체가 또 다시 무산될 기로에 처했다.

금융당국은 우리금융 매각 재추진과 관련해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의 합병사례를 이번 우리금융 민영화에도 준용하고 예금보험공사의 잔여 지분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제한해 인수주체의 경영권을 보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사실상 KB금융과 우리금융의 합병을 고려한 것이었지만 정작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정부 지분은 1%도 용납할 수 없다"며 "시너지 효과가 없는 M&A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KB금융 내부에서도 우리금융과의 합병에 대해 적지 않은 반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흐름은 옛국민은행 출신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1년 4월 주택은행과 통합된 바 있다. 현재 수적으로 우세한 옛국민은행 출신들은 우리금융 합병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반면, 옛주택은행 출신 중 일부가 우리금융 합병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국민은행 내부적으로 미묘한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다. 

한편 옛주택은행 출신들은 지난해 12월말 부행장 인사(5명 교체)에서 밀려나는 등 주요 핵심 요직이 옛국민은행 출신들로 채워진 탓에 우리금융 합병 반대기류가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실 KB금융이 정부 제안을 거부한데는 외국인 주주들의 반발과 합병에 드는 비용 부담, 우리금융과의 합병 시너지 효과 미비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KB금융이 우리금융(예보 지분 56.97%)을 합병하는데 드는 비용은 10조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주주들이 정부지분이 들어오는데 대해 반발해 주식매수청구권을 청구할 경우 KB금융은 이를 모두 현금으로 줘야 한다.

또 정부가 의결권을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향후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 지분이 있는 금융기관은 국정감사나 감사원 감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KB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한다고 해도 합병에 따른 수익향상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고 메가뱅크(초대형은행) 출현에 대한 독과점 우려, KB국민은행(1천166개)과 우리은행(946개)의 영업점 중복에 따른 구조조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와 관련 금융권 한 관계자는 "외국인 주주들은 국내 금융회사의 독립성에 대해 상당한 의문을 갖고 있는데 만약 외국인 지분이 60%인 KB금융이 정부지분과 시너지가 낮다고 판단되는 우리금융 합병을 추진한다면 주식매수청구권이 엄청나게 들어올 것은 자명하다"며 "지난 2008년 KB금융이 지주사로 전환할 때 주식매수청구권이 3조원가량 들어왔는데 우리금융 합병의 경우 '10조원+α'의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계 내부에서도 "우리금융 매각은 유효경쟁성립 요건이 안 돼 여러 차례 무산됐고 메가뱅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단지 현정부의 공약사항이라는 이유로 무리하게 밀어붙일 경우 금융권과 시장의 반발을 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 노조협의회와 KB국민은행 노동조합 측은 "정부가 KB금융과 우리금융의 합병을 강행할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우리금융 계열의 노조들은 국민주 방식의 분리매각을 통한 독자 민영화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